“범사에 감사하니 더 큰 사랑으로 채워주셨습니다”

원어민처럼 되기 위해 영어 테이프 수천 번 학습
5분짜리 첫 방송 위해 2시간 연습으로 진땀 흘려
영성 깃든 영어 방송으로 복음 전하는게 나의 사명

 “헬로우? 에브리 원, 아임 창수 김, 세희 황 웰컴 투 더 쇼우”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방송을 진행하며 청취자들에게 영어성경과 영어 기도문을 전하며 사는 남자 김창수. 그의 유창한 영어실력을 방송으로 처음 듣는 사람은 그가 네이티브 스피커(원어민)인줄로 착각한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교육학을 공부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미국 유학을 다녀온 것을 빼고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한 번도 해외를 나간 적이 없는 토종 한국인이다. 그런데도 그의 영어실력은 원어민 못지 않게 혀를 내두를 만큼 뛰어나다.
 그러나 이런 실력을 쌓기까지 그가 기울인 노력은 참으로 대단했다. 그가 처음 영어와 인연을 맺은 건 그의 나이 18살이던 1977년이었다. 9살 때 중풍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4살 때부터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던 그는 18살 되던 그 해 잊지못할 광경을 목격했다.
 “손에 기름 때를 잔뜩 묻힌 채 일을 하던 중 공장 한켠에서 외국인과 대화하는 한 고등학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나누는 영어는 마치 아름다운 음악처럼 제 귀에 들렸습니다”
 한 번은 공장에서 일을 하는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현 인의 ‘럭키서울’을 따라불렀다. 그는 ‘서울’이란 영어를 ‘S-e-o-u-l’이 아닌 ‘S-b-o-u-l’로 불러 경리누나의 지적을 받고 매우 난처해했다.
 이 사건으로 그는 영어공부를 결심했고 책을 사서 굿모닝(Good Morning)부터 시작했다. 영어 공부 재미에 푹 빠져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영어책에 파묻혀 살았다. 원어민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를 사서 똑같은 소리가 나올 때까지 수 천번 따라읽고 외우기를 반복한지 1년 만에 그는 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독학으로 공부해 결국 영어영문학 학사 학위까지 받아냈다.
 영어를 통해 자신감이 생기자 소극적이었던 그의 성격은 적극적인 사고로 180도 변했고 동아문화센터는 물론 대기업 사원 연수교육, 학원 강사로 활동하며 자신의 달란트를 맘껏 활용했다. 그러나 새벽 2시까지 진행되는 무리한 강의로 무릎관절에 물이 차는 등 그의 몸은 지칠대로 지쳐버렸다.
 “사람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건강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하나님께 건강과 영성을 회복하고 달란트를 통해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길을 가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 무렵 그는 출석하고 있던 서울 유니온교회의 외국인 친구로부터 극동방송 프로그램 진행을 해볼 생각이 있냐는 권유를 받았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라 그는 흔쾌히 승락했다. 하지만 방송 일이란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5분 짜리 방송을 위해 2시간을 연습했지만 진행은 엉망이었다. 도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방송을 포기하기로 그는 결심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담당 김경화 PD는 될 때까지 해보자고 끝까지 그를 설득시켰다.
 “그 때 김경화 PD님이 나를 붙잡지 않았다면 방송과 인연을 맺을 수 없었겠죠. 적절한 때에 좋은 분을 만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신 것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하나님의 계획이 없었다면 지금의 삶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어준 세 사람과의 만남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 했다. 첫번째 만남은 그가 14살 때 첫 직장으로 출근하는 버스안에서 만난 노인이었다. 노인은 그에게 인생에 도움이 될 거라며 영어와 운전, 타자를 배우라고 충고했다. 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았던 그로서는 배움이란 것이 자신과는 별개의 것처럼 느껴져 노인의 말을 현실성 없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가 영어를 배워야 겠다고 다짐했을 때, 영어를 공부하면서 힘들 때마다 노인의 말이 생각나 이를 악물고 전진했다. 두번째 만남은 방송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도록 도와준 김경화 PD와의 만남이었다. 그리고 세번째 만남은 김장환 목사와의 만남이었다.
 김 목사는 그가 유학길에 오를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다시 극동방송에서 영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사람이었다.
 “지난 2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캠블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던 중 하버드대학교에 강연하시러 오신 김장환 목사님을 찾아 뵙고는 극동방송에서 정식으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저는 영성이 깃든 영어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은게 꿈이었거든요”
 미국에서 학업를 마치고 지난 6월 말 귀국한 그는 정식으로 극동방송에 입사하게 되었다. “저는 하나님이 제 길을 순탄하게 열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되돌아 보면 걸어온 발자국마다 하나님의 사랑이 나와 함께 하셨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현재 극동방송 편성국 차장으로 있으면서 방송을 천직으로 알고 사는 김창수 성도. 그런 그가 최근에는 청취자들이 보다 쉽게 영어공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영어성경, 영어기도에 생생한 생활영어가 담긴 방송교재 ‘김창수 정경주의 영어이야기’를 만들었다.
 “제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라 생각되어 교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12월부터는 정경주 사모와 호흡을 맞춰 본 방송을 진행하면서 이 교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나갈 방침입니다. 바라기는 크리스천 뿐 아니라 믿지 않는 많은 사람들도 이 방송을 통해 영어도 배우고 하나님의 복음도 받아들여 자신의 신앙을 키워 나갔으면 합니다. 이것이 저의 몫이고 이땅에서 제가 이루어야 할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글/오정선 기자 jsoh@fgtv.or.kr
사진/김용두 기자 ydkim@fg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