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의 경제적 부흥과 우상숭배

히스기야 개혁 실패로 순수 신앙운동 후퇴
므낫세왕, 경제 회복 위해 앗시리아 속국화

 므낫세는 유다왕들 중에서 우상숭배가 가장 심한 왕이었다(왕하 21:1∼9). 그 결과 유다 왕국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죄악에 빠져 멸망의 비극을 겪게 되었지만, 반면에 앗시리아의 묵인 아래 경제적으로 발전을 이룩하였을 뿐 아니라 공공사업과 군사 등의 측면에서 국가적 부흥을 이룩하게 되었다. 또한 므낫세 자신은 바벨론으로 끌려가는 역경으로 인하여 회개하고 하나님을 믿게 되었는데, 그 상세한 내용을 살펴본다.

 1. 우상숭배로 돌아선 배경
 히스기야왕과 이사야의 믿음에 의해 예루살렘이 기적적으로 구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앗시리아 군대는 이미 유다의 농촌 지방을 철저히 파괴하였다. 앗시리아 산헤립왕의 공격은 단순히 유다인들에게 겁을 주어 복종시키고자하는 폭력의 행사가 아니었다. 앗시리아의 공격은 경제적 파괴를 위한 계획된 전쟁으로 니느웨의 궁전을 장식했던 대형벽화에 라기스에 대한 앗시리아 군대의 생생한 포위 공격 장면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당시 두 명의 목격자였던 선지자 이사야와 미가는 앗시리아 군의 공격을 받고 공포와 슬픔으로 마비된 유다 백성들의 참상을 말해준다(미 1:10∼13). 유다 남서쪽 평원지역인 세벨라 지역이 입은 타격은 고고학적인 조사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 지역은 산헤립의 전쟁 후유증에서 다시는 회복되지 못했으며, 유다의 영토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앗시리아에 대한 반란, 즉 민족의 자주독립운동이 실패한 후유증으로 히스기야의 종교개혁운동은 많은 사람에게 무모한 행동으로 보였을 것이다. 히스기야가 죽고 그의 아들 므낫세가 왕위에 올랐는데, 즉위 당시 12세에 불과했으므로 예루살렘에서 벌어진 일들은 히스기야의 정책에 대한 반대세력의 영향으로 말미암았을 것이다. 므낫세는 히스기야의 개혁 이전인 아하스의 시대로 완전히 되돌아갔으며, 그의 55년 통치는 현실주의적인 다신교 진영의 완전한 승리를 반영해준다. 패전으로 인하여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 유다 왕국의 생존은 경제적으로 유다를 부흥시키는 것이었다. 국가 재건에는 아직도 왕국의 부의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농촌지방의 경제적 회복이 필요했으며, 그것은 농촌 마을의 장로들과 부족의 협력을 얻지 않고는 달성될 수 없었다. 결국 므낫세는 신앙보다는 경제를 택하여 히스기야가 파괴했던 혼합종교적 성격을 띤 지방제의를 다시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 논리로 인하여 순수한 야웨 신앙운동이 뒷걸음 친 것이다.

 2. 굴욕으로 얻은 안정과 번영
 앗시리아는 유다의 경제적 부흥이 자국에 이득이 되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앗시리아 제국에 계속 충성을 바치기만 한다면, 유다 왕국의 번영은 남쪽에 있는 앗시리아의 대적인 이집트에 대해서 효과적인 완충지대 역할을 할 것으로 여긴 것 같다. 그래서 앗시리아는 충성을 바치는 유다에게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속국 지위까지 인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기원전 7세기의 한 고대 문서를 보면 유다의 조공이 보다 더 가난한 이웃의 속국인 암몬과 모압 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던 사실이 나타난다. 한편 므낫세는 여러 면에서 앗시리아를 섬겼는데, 에살핫돈 시대의 한 문서에는 니느웨의 왕실 사업을 위한 건축자재를 바치도록 명령받은 22명의 속국 왕들의 명단과 아수르바니팔 왕에게 선물을 바치고 이집트 정복을 도왔던 왕들의 명단 속에도 들어있다. 한때 므낫세는 앗시리아로 끌려가 바벨론에 연금당했다고 기록되었다(대하 33:11). 그와 같은 연금으로 인해 앗시리아에 대한 충성심이 강화되었을 뿐 아니라 회심으로 인해 하나님의 긍휼을 힘입어 그의 긴 재위기간 동안 유다는 평화시대를 누렸다. 그의 재위기간 동안 건설된 여러 도시와 마을은 다음 세기에 유다가 최후의 파괴를 당할 때까지 유지되었다. 기원전 7세기 내내 유다에서 일어난 가장 괄목한 만한 것은 유다주민의 거주지가 동쪽과 남쪽의 건조지역으로 확장된 사실이다. 기원전 8세기 동안 그 곳에는 주민이 거의 살지 않았는데, 7세기가 되면서 인구가 열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므낫세가 전쟁으로 인하여 서쪽의 비옥한 곡창지대인 세벨라를 상실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에 기인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전에 버려두었던 건조지역의 토지활용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고대의 브엘세바 계곡의 농업생산의 잠재력을 추산해본 결과, 잘만 하면 그 지역 생산량만으로 유다에 필요한 전체 식량의 1/4을 공급할 수 있었음이 밝혀졌다.
 나아가 므낫세는 아라비아의 대상무역에 관여한 것 같다. 아라비아 무역은 앗시리아의 주요 경제적 이권사업의 하나로 상당한 수입을 올렸기 때문에 앗시리아는 아라비아 반도에서 지중해 해안의 종착지점에 이르는 북쪽의 사막 통로에 강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늘날 에돔과 블레셋 사이에 있는 광활한 지역에서 발견된 다양한 고고학 유물은 그 당시에 앗시리아인, 아랍인, 페니키아인, 에돔인 등이 상업 활동에 참여했음을 보여준다. 유다도 역시 므낫세 재위 시절에 중요한 국제 교역국이었다. 그 결과 이 지역은 기원전 7세기에 전례 없는 인구 증가를 겪었다. 유다의 경제적 지평을 넓힌 것은 아라비아와의 무역만이 아니었다. 앗시리아인들은 제국에 필요한 올리브기름을 유다지역에서 충당하기 시작하였다. 세벨라 서부지역의 유적지인 에그론(현 텔 미크네)에서 그에 관한 증거가 발견되었다. 앗시리아가 점령하기 전까지 여러 세기 동안 작은 도시였던 에그론은 기원전 7세기 초에 거대한 올리브기름 생산지로 성장했다. 그곳에서 발견된 100개 이상의 올리브기름 압착기는 그 인근지방뿐 아니라 다른 고대 근동지방에 걸쳐서 가장 규모가 큰 올리브기름 생산지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유다는 불신앙적 외교관계로 인한 번영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순복음신학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