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방송작가)

 수십억원 짜리 첨단 방송장비가 동원되고 또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는 방송국에서도 이따금씩 돼지머리를 앞에 두고 절을 하는 고사가 진행되고 있다면 믿어질까? 물론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잘 되게 해 달라고 비는 일종의 비공식 행사인데…. 드라마가 새로 촬영을 시작할 때 작가와 PD 그리고 연기자와 많은 스탭들이 모여서 마치 무슨 거룩한 의식을 치루듯 돼지 입 속에 돈을 구겨 넣으며 이 드라마가 잘 되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다. 그중에는 외국 유명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온 스탭도 있고 이제 막 신세대들로부터 인기 급상승 중인 젊은 연기자들도 끼어있다. 한마디로 도무지 돼지머리에 자신의 일을 부탁하기 보다는 오직 자신의 실력과 능력 그리고 치밀하고 분석적인 정보만을 의지할 것 같은 사람들도 돼지머리 앞에선 순한 양이 되어 있다는 얘기다. 나이가 지긋한 연기자는 연기자 대로 전에 어떤 드라마는 이런 의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금방 망해버렸다느니, 또 어떤 드라마는 이런 의식을 미루다가 큰사고가 났었다면서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사의 필요성을 얘기하는가 하면 신세대 연기자들은 나름대로 재미반 장난반 식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참여하는 것이다. 하기야 많은 제작비와 노력을 들여서 만든 프로그램이 어떻게든 잘 되게 해달라고, 그리고 드라마를 제작하는 동안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비는 그 심정이야 오죽할까? 이것만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의 제목을 정하기 위해 작명가나 역술인을 찾아가기도 하고 캐스팅 때문에 무속인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징크스도 많다. 소품용 음식을 먹으면 3년 재수가 없다느니, 셋트에서 잠들면 프로그램이 망한다느니, 사극 분장을 한 채로 스튜디오 밖으로 돌아다니면 역시 재수가 없다느니… 이 모든 얘기들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뭔가 불안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방송국 사람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돼지머리는 좀 아니다. 우리가 의지할 분은 오로지 하나님 뿐이다. 하나님과 기도를 하면서 대화를 하다보면 지혜도 주시고 우리의 앞길에 대한 비전도 제시해 주신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장애물을 제거해 주시고 또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도 주신다. 그래서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에겐 기도를 많이 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돼지머리는 절대로 그런 일을 해 주지 않는다. 성공하고 싶다면 하나님께 의지하자. 그리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다면 먼저 하나님께 무릎꿇고 기도하자. 그러면 그 분이 나의 가는 길을 예비해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