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둥과 안개기둥으로 지켜주셨습니다”

4년의 도피생활 마치고 자유의 땅 밟아 
죽을고비마다 예수님 믿고 울면서 기도
한세대 편입, 북한 복음전파 사명 다져

 지난해 6월 꿈에 그리던 자유의 땅을 밟은 엄명희 성도. 그가 대한민국을 찾은 것은 잘 먹기 위해서도 잘 입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예수님 때문이었다.
 지난 1998년 10월 탈북한 이후 4년 동안 그는 말할 수 없는 고난을 겪어야 했다. 중국에서 미얀마로 다시 태국으로 또다시 방콕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여러 차례 감옥살이를 해야했고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쳐야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하나님께 특별한 사랑을 받은 다윗이 생각난다. 사울왕에게 충성을 다했지만 미움을 받아 도망자가 된 다윗. 하나님은 그에게 길 안내자 요나단을 예비하시고 위기 때마다 두 손으로 붙들어주셨다. 결국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쓰고 믿음의 지도자가 된 다윗처럼 엄명희 성도는 북한의 복음전파를 위해 하나님께 쓰임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
 함경북도 문산이 고향인 그는 학창시절 김일성 장학금을 받는 엘리트 학생이었다. 대학졸업 후에는 10년 동안 교사생활을 하면서 김일성 북한주석에게 충성, 국가안보를 위한 특별공로로 국가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그 후 교사를 그만두면서 장사를 시작하게 됐고 중국을 자주 왕래하게 됐다. “당시 장사파트너가 기독교인이었어요. 저한테 계속 예수님 얘기를 들려주더라고요. 만나면 계속 터무니없는 말만 했지만 장사는 해야하니까 듣는 척만했죠. 그것이 지금 제게 신앙의 뿌리가 됐네요” 그 장사 파트너는 바로 여의도순복음교회 후원으로 파송된 선교사였다. 엄명희 성도는 조용기 목사의 러시아 선교비디오를 보게 됐고 수만명이 눈물을 흘리며 회개하는 모습을 통해 신앙의 확신을 갖게 됐다.
 북한에 돌아와 성경을 몰래 읽었던 그는 이웃의 고발로 발각돼 감옥으로 끌려갔다. “처음 잡혔을 때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다고 부인하고 풀려났어요. 하지만 다시 수배령이 내려져 중국으로 피했죠. 9살과 6살이 된 딸을 두고 떠날 때 3일 후에 온다고 했는데…” 중국에 도착한 그는 북한의 현실을 담은 글을 썼고 이 내용이 신문에 보도되면서 더 힘들고 위험한 도피생활을 해야했다. “우선 인천과 마주보고 있는 산둥성 청도로 갔어요. 분명히 하나님은 누구든지 내게 부르짖으면 응답하겠다고 하셨는데 하나님 때문에 이렇게 조국의 반역자, 도망간 어머니가 됐으니 너무 억울해서 원망도 했지요”
 하지만 기독교인을 만나 잠시나마 파출부생활을 하게됐고 회개하며 매일 성경을 읽었다. 23일마다 성경일독을 해내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고 남은 인생을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고백도 했다. 그때 하나님을 만나는 감격은 물론 도피생활 중 다친 다리부터 신장염, 방광염까지 앓던 병을 모두 치료받는 체험을 하게 됐다.
 그 무렵 다시 북한이탈자의 신분이 드러나 미얀마의 국경을 넘어야 했다. 갖은 고생을 하면서 국경을 넘었지만 군인에게 발각돼 다시 중국 북경의 부대감옥으로 이송됐다. “너무 막막했지만 길 안내자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며 하나님을 의지했어요. 죽을 고비마다 함께 해주신 예수님을 믿으며 울면서 기도하고 찬송했어요”
 이튿날 감옥문이 열리며 탈북한 학생이 들어왔는데 자세히 알고보니 뒷집에 살던 아이였다. 그 아이는 분명 하나님께서 예비해주신 길 안내자리라. 다시 국경을 넘기위한 험한 여정이 시작됐고 그 가운데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됐다. “2박3일 동안 계속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걷는데 등뒤에 환한 불빛이 우리를 비추는 거예요. 차가 오나보다 해서 숨어있는데 차는 안오고 불빛만 보이더라고요. 자세히 보니까 그림자가 세개였어요. 순간 하나님이 동행하고 계시다는 것을 느꼈지요” 다시 국경을 넘을땐 더욱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험한 산길을 이용해야 했다. 마을 사람의 눈을 감겨주시도록 이번에도 무사히 통과되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그렇게 미얀마를 넘어가는 마지막 초소에 이르렀다. 그곳은 태국, 라오스, 미얀마의 삼각지점. “군인들이 다리를 주시하고 있으니 어떻게 해요. 하나님만 믿고 3시간을 간절히 기도한 후 다리를 향해 살금살금 걸었죠. 그런데 다리에 딱 올라서는 순간 안개가 가득 끼어서 순찰대원이 우리를 못알아보는거예요” 엄명희 성도는 짙은 안개 덕분에 무사히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산속에 올라가 다시 다리를 내려다 보니 한치 앞도 안보이게 쌓였던 안개가 없어졌단다. 2000년 전 애굽을 떠나온 이스라엘 백성을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보호하신 하나님이 그를 불기둥과 안개기둥으로 지켜주신 것이다.
 미얀마와 태국 사이에 흐르는 메콩강에서는 물살이 그를 기슭으로 밀어 무사히 태국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태국에서 발각돼 감옥에 수감됐다. 이번에는 정말 막막했다. 의지할 곳은 물론 말이 통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시 13시간씩 성경을 읽고 3시간 동안 기도와 찬송을 했다. 오직 하나님 뿐이었다. 40일 뒤에 북한이탈자 4명이 들어왔고 그들을 전도했다.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은 찬양을 자꾸 가르쳐주며 전도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소설같은 다니엘, 사무엘상?하, 룻기를 읽어보라며 성경을 읽혔어요. ‘지금이 은혜받을 때야 한번 믿어봐’하면서 제가 체험한 하나님을 전했죠” 새로운 사람들이 더 들어오면서 감옥안은 예배당이 됐고 급기야는 엄명희 성도를 주축으로한 16명의 찬양단이 만들어졌다.
 결국 그의 난민신청은 받아들여졌고 3개월 후 대한민국의 땅을 밟게 됐다. 대한민국의 주민등록증을 갖게된지 1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한세대학교 신학부 3학년에 재학중이다. “예수님은 진정한 구세주이십니다. 예수님을 떠나서는 한 순간도 살 수 없어요. 오직 한 영혼이라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기도하고 말씀을 읽고 있지요” 그의 하루는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난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일을 어떻게 하면 자유이주민의 영혼을 하나님께로 오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궁리 뿐이다.
 그의 꿈은 자유이주민을 위한 교회를 세우고 그들의 영혼이 북한 복음화의 뿌리가 되기 위해 헌신하는 것. 지금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후원으로 자유이주민을 위한 교회를 세우는 과정 중에 있다. 북한선교회의 봉사자로 굿피플대학의 2기 학생으로 열심히 봉사하고 노력하는 엄명희 성도.
 “북한땅에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길은 남한에 들어온 3700명의 자유이주민을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다시 깨어 근신하고 하나님앞에 진정한 크리스천으로 서야 합니다” 크리스천의 역할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그의 당부가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글/이미나 기자 mnlee@fgtv.com
사진/김용두 기자 ydkim@fg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