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1999년부터 LCMC 시작, 의료선교 첫발 내딛어
말기암 환자위한 영파사랑의 집 건립 계획 진행

 “1992년도 학회 참석차 인도 뉴델리를 방문했습니다. 마침 그곳에 우리 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님이 있어 찾아갔는데, 대뜸 저에게 의료진료를 부탁했습니다. 모든 준비는 다 돼 있다며 떠밀리다시피 선교사님을 따라 가서 환자를 진료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의료사역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러브 캘커타 메디컬 캠프
(Love Calcutta Medical Camp:LCMC)의 밀알이 된 셈입니다”
 2003년 11월, 추수감사절기를 앞두고 만난 박재형 장로는 역사는 작은 데서 출발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LCMC 사역의 역사도 작은 헌신에서 비롯됐다. 우연한 계기로 의료선교의 필요성을 느끼고 몇 년 후 그 마음이 자라나 1999년 구체적인 의료선교의 첫 발을 내딛게 된 것도 박 장로는 ‘인생에 있어서 작은 만남’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감사의 계절인 11월에 박 장로의 마음 또한 풍성한 감사로 넘쳐나고 있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감사의 고백을 입술에 담고 산다는 박 장로. 그가 올해에는 특히 남다른 감회가 있다. 금지옥엽 키워온 딸이 2월에 결혼을 한 것.
 “결혼식날 정말, 하나님께 큰 감사를 드렸습니다. 어느새 의젓해진 아이들로 인해 가슴 한켠이 얼마나 벅차 오르던지요”
 그의 감사는 또 있었다. 6년 전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은 아내(이희종 집사)가 딸의 결혼을 앞두고 다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청첩장에 자신과 나란히 아내의 이름을 쓸 수 있었다는 점이다. 비록 딸의 결혼준비를 해주지 못한 안타까움 속에서도 아내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박 장로는 고마울 따름이란다.
 “주례 목사님께 가장 기쁜 날인만큼 좋은 얘기, 즐거운 말씀만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래서 그날 결혼식은 친척들과 참석자들과 웃으며 기쁘게 보냈습니다”
 배우자의 질병으로 생긴 빈자리를 예수님의 은혜에 기대어 극복하는 박 장로의 생생한 간증이기도 하다. 박 장로는 아내의 질병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 사랑을 이웃에게 전할 수 있는 지혜를 배웠다.
 “연년생인 자녀들 입시 때문에 힘든 줄만 알았던 아내가 큰 병을 얻어 수술하고 그 후유증을 앓게 되면서 하나님 앞에서 늘 묵상하는 말씀이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입니다. 그중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일을 하자,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엄마의 보살핌 없이 자신의 일을 척척 해내는 아이들도 제겐 큰 힘이 됐고요. 딸은 결혼하고 아들은 의대졸업 후 인턴을 시작했으니 다 키웠습니다. 하나님께서 키워주셨죠”
 이렇게 자신의 고통을 하나님께 맡긴 박 장로는 1999년 설날 연휴에 LCMC를 시작했다. 처음엔 자신의 아버지, 영파 박용묵 목사의 자녀들로 구성된 영파선교회 이름으로 시작했다.
 “아내가 아프니까, 명절 때 쉬고 먹고 노는 분위기를 더이상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모였을 때 ‘이젠 가자’라고 제안 했습니다. 살아생전 인도선교에 관심을 가진 아버지 뜻을 이어받아 물질적 선교만 해온 영파선교회 취지와도 잘 맞았고, 1992년 경험도 있어서 쉽게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제1차 단기선교에 다녀온 가족들은 좀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필요성을 느꼈다. 이듬해 제2차 단기선교부터는 교회와 병원 등에서 뜻을 함께한 이들의 발걸음이 더해지고 있다.
 LCMC를 통해 박 장로는 현지선교사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고, 참여자는 기쁘게 감당할 뿐만 아니라 다녀온 뒤에도 자신의 비전을 키우고, 의료사역팀이 다녀간 뒤에도 현지 의사들의 지속적인 순회 진료가 이뤄지는 등의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한곳에 적어도 10년 지원을 계획하고 있으니 LCMC도 아직 5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으론 영파 사랑의 집을 건립할 계획이란다.
 “아내의 아픔이 계기가 됐죠. 사실 아내만으로도 제겐 벅찹니다. 그런데도 아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아픔도 돌아보게 됐습니다. 영파 사랑의 집은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시설입니다. 이화여대 가정호스피스 최화숙 선생님과 연합해 센터 건립을 추진중입니다. 부지는 마련했고요, 건축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감당치 못할 시험을 허락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굳게 믿고 있는 박 장로. 그 믿음으로 박 장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하고 있다. 예수님에 대한 순수한 믿음, 하나님 나라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박 장로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인다.

글/이주희 기자 jhlee@fgtv.or.kr
사진/김용두 기자 ydkim@fg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