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

 출생아 수 50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니까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는 모두 55만7000명으로 2000년의 63만7000명보다 무려 8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이 수치는 30년 전인 1970년 100만7000명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머문다. 이런 통계에서 짚어볼 수 있는 많은 쟁점들 가운데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부분은 아무래도 노인인구의 상대적인 증가다.
 얼마 전 어느 화가를 만났다. 그는 우리나라 가정문제의 대부분이 고부갈등을 비롯해 노인들이 관련되어 있다며 우리 사회가 좋은 대안과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골에 땅을 조금 사두었다고 했다. 거기에다 노년에 작은 노인공동체를 조성해볼 작정이란다. 노인들이 아들과 며느리와 떨어져 같은 처지의 다른 노인들과 함께 인생의 황혼을 즐겁게 보내자는 취지였다. 자녀들은 1주일에 한 차례 정도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와서 함께 쉬었다 가고, 만약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이 있으면 노인들이 지혜를 모아 버릇도 고치면서 외롭지 않고 비참하지 않은 황혼을 맞자는 얘기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 사회가 본격적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노인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들이 매우 전통적이고 단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문제를 이야기하면 언제나 효를 떠올렸고, 효는 무엇보다 한 집에서 대가족을 이루어야 하는 식이었다. TV 드라마에서도 그런 장면이 쉽게 방송되어 대안은 그것밖에 없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효에 대한 우리 시대의 접근이 필요한 것은 물론 가족 구성에 있어서도 많은 대안들이 있을 텐데 무책임하게도 제자리에서만 뱅뱅 돌려는 듯한 모습이다. 만약 내가 만난 그 화가의 노년 구상이 드라마를 통해 비쳐진다면 우리 사회에 매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