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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배우자와의 사별


⑪ 사별

현실 받아들이고 감정을 다스려야 
사회활동이나 전문가 상담도 좋아


 김 집사는 50대 후반으로 6년 전부터 위암으로 고생하던 남편이 드디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오랜 고생 끝에 당한 남편과의 사별이라 쉽게 견딜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그렇게 말과 같이 적응 되질 않는다. 두 딸이 다 출가한 빈집에 혼자 있기가 싫고, 식욕도 떨어지고, 두통에 불면까지 겹쳐 최근 3개월 동안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평소에 산행을 자주 하므로 건강에는 다소 자신을 가지고 살아왔으나 남편을 잃고 난 후부터는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었다. 병원에 가서 진단해 보았으나 뚜렷한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상실로 인한 슬픔 때문이라고 했다. 기도도 안되고, 손에 잡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무기력해진 것 같고, 사는 것 같지 않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하루 속히 팔아서 다른 집으로 이사해서 남편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다. 신앙에도 자꾸 회의가 생겨 교회에 나가는 것도 힘이 든다.
 슬픔을 이겨내고 정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첫째, 상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도록 해야한다.
 죽음을 예상했을지라도 막상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따라서 유족들은 그는 이미 사망자이며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 필요하다. 많은 경우 죽음을 현실로 인식하기까지는 그 사건을 누차 재고하고 마음속에서 똑같은 얘기를 수차 반복한 후에야 가능하다.
 둘째, 유족들은 고통, 상실감, 외로움, 공포, 분노, 죄의식, 그리고 슬픔을 경험하는데 있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분노의 감정을 안으로 삭이기도 하고 내뱉기도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자신의 내면 깊숙이 느끼고 알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이러한 감정의 포로가 되지 않고 균형을 맞추어 살아갈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셋째, 적응과 결단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
 망자의 역할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그가 없는 삶에의 적응이 조명되어야 한다.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인데 배우자의 사망 후 흔히 이것이 문제가 된다.
 넷째, 망자에 대한 감정을 재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망자와 연결된 감정 에너지를 서서히 사그라지게 하는 한 방법이다.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이를 꺼리는 사람도 있다. 떠나간 사람의 자리를 메워 줄 사람은 다시없다고 생각하고 망설이는 이도 있다. 그러나 빈 공간을 어느 정도는 채울 수 있다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다섯째, 슬퍼할 시간을 가져야한다.
 이것은 여러 갈래의 줄을 하나씩 끊는 작업이며, 천천히 조금씩 이루어진다. 가족을 잃고 슬픔을 이겨내는 기간 중 먼저 사후 3개월경이 제일 어렵다. 장례식 후 아무도 찾아주는 이가 없기에 오히려 사람들이 자기를 피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중대한 시기는 일주기 때와 명절 때, 그리고 크리스마스 때이다.
 여섯째, 무엇이 정상적인 행동인가에 민감해야 한다.
 슬픔이 표현되는 정상적 행동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미치는 게 아닌가 하고 느끼게 된다. 상실로 인하여 정신질환을 앓은 적이 있거나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다. 헛것을 본다거나 정신 착란 같은 현상 그리고 망자의 생각으로 꽉 차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개인적으로 정서 표현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슬픔에 대한 반응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이 사실이 해당 가족들에겐 이해 안 될 수 있다. 가족 중 어느 하나가 슬퍼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고, 이상한 행동을 할 경우 불편해 하고 그 자신이 어색해 한다.
 여덟째, 계속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
 어려움을 당하는 때 적어도 첫 1년여 동안 계속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그 중 한 방법이 미망인 지지그룹에 참석하는 일이다. 배우자, 자녀, 부모를 상실한 유가족들의 각각의 모임이 가능하다.
 아홉째, 자신의 방어 및 적응 스타일을 자각해야 한다.
 지나친 자기 정죄, 슬픔을 금욕적으로 부정하는 것, 분주한 활동 한가운데로 몰입(예, 지나친 금식, 지나친 기도, 지나친 봉사 등)하려는 것,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을 계속 보이는 것, 지나친 음주, 반사회적 행동, 자살하려는 시도, 격렬한 분노, 사회활동으로부터 완전히 움츠러드는 것 등, 이 모든 것은 슬픔의 불건전한 반응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열째, 문제점이 발견되는 대로 전문가를 찾아가야 한다.
 우선 상실과 이에 따르는 슬픔으로 인하여 정신질환의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상담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상실 자체나 또는 그로 인한 슬픔을 잘못 다루어 심각한 어려움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한세대 상담학 교수

 

기사입력 : 2003.11.01. am 11:24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