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목사(논설위원,국민일보 종교국장)

 BC 537년 경 유다. ‘꿈꾸는 것처럼’(시126:1) 포로에서 돌아온 유다인들은 가장 먼저 성전 재건을 서둘렀다. 성전은 야웨신앙에 대한 언약의 회복이요, 민족 구심점의 표상이었다. 그들에게 ‘할 일도 많았지만’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이 그러했듯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그래서 언약을 확인하고 긍휼을 체험하는 거룩한 현장 복구가 급선무였다.
 그러나 처음 의지와는 달리 성전재건은 지지부진했다. 자신들의 거처와 복리시설에 더 관심을 보인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기보다는 더 편한 가운데 구복을 채우기를 원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닌데 ‘떡’만 찾은 것이다.
 그런데다 하나님의 ‘역사의 진행 섭리’ 특징 가운데 하나인 ‘근접의 원수’ 사마리아 사람들의 방해로 성전 재건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중단된 채 15년 동안이나 방치되어 갔다. 그 방치는 민족의 위기였고 공동체의 중증이었다. 그것은 또 다른 거대한 파멸을 예고하는 신호이기도 했다.
 이런 때 ‘역사의 통증’을 느끼며 등장한 인물이 학개 선지자였다. 선지자(先知者). 먼저 안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선각의 고통을 느낀 학개는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의 성전이 이처럼 황무하게 되었는데 너희가 편안하고 화려한 집에 거해야 하겠느냐? 제발 너희 자신을 살펴 보아라. 이런 황무함이 너희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너희가 아무리 많이 뿌려도 수입이 적으며 무엇을 채워도 배부르지 못하며 마셔도 흡족하지 못하며 입어도 따뜻하지 못하며 벌어도 구멍 뚫린 전대에 넣는 것처럼 소용없게 될 것이다. 성전을 회복하라”
 다시 2003년. 대한민국. 지금 우리는 ‘학개 시대의 황무함’에 직면해 있다. 분단된 나라는 이념갈등의 몸살을 앓고 있으며 국회의 치열한 정쟁, 심각한 가정붕괴, 윤리실종, 빈부격차, 자살급증, 카드빚, 장기화될 조짐의 경제불황 등에 휩싸여 있다. 이런 가운데 사람들은 ‘중독문화’에 집단 최면에 걸려 있다.
 “무엇 하나 되는 게 없다”고 푸념한 고위 공직자의 발언은 공동체의 집약된 탄식일까. 이제 우리는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황무한 현장, 그렇게 행복을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 황무한 현장을 지켜보며 “이것이 어떻게 보이느냐?”는 말씀을 들어야 한다.
 현대인이 불행한 건 ‘근본’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는’(사 1:6) 이 정황에서 우리는, 이 민족은 야웨께로 돌아가야 한다. 야웨를 경외하는 것은 지식의 근본이다. 공동체와 개인의 심령에 성전을 복구할 때 ‘회복과 긍휼의 역사’가 임할 것이다.
 “네가 만일 전능자에게로 돌아가고 또 네 장막에서 불의를 멀리 버리면 다시 흥하리라”(욥 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