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논설위원)

 추석은 구정과 더불어 한국의 가장 큰 명절 가운데 하나이다. 이 때가 되면 민족 대 이동이 시작되어, 모든 도로가 귀성객들의 차로 뒤덮이게 된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추석을 맞아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께 차례를 지냈다고 한다. 성경의 절기로 볼 때는 오순절에 해당하고, 오늘날 추수감사절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추석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첫째로 무엇보다도 먼저 넘치는 감사를 주님께 드려야 한다. 한평생 우리는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 또 감사를 드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 구원에 대한 기쁨, 감격, 감사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우리 신앙의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과 다름이 없다.
 성경 출애굽기와 민수기를 읽으면서 느낀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나님께서 크신 은혜와 사랑으로 430년간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구원해 주셨건만, 그들은 그 은혜에 대한 감사, 감격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끝없이 원망하고 불평하다가 그들은 한 달이면 갈 수 있는 곳을 결국 가지 못하고, 40년 동안 광야에서 헤매다가 모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약속의 땅 가나안은 그들의 후손들이 들어가게 되었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가? 우리는 끝없이 불평이 터져 나왔던 이스라엘 백성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닌지 자신을 늘 살펴보아야 한다.
 둘째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열매’ 에 대한 것이다. 산과 들이 오곡백과로 무르익어 가는데 만물의 영장인 우리들은 주님 앞에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가? 우리의 모습이 날마다 예수님을 닮은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가? 우리의 삶이 주님 앞에서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마 25:21) 라고 칭찬 받을 만한 모습으로 변화되었는가?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우리는 궁극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심판 받게 될 것이다. 주안에서 풍성한 열매를 맺는 삶이 되자.
 셋째로 풍성한 은혜를 받은 우리가, 주님께 드릴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사랑실천이다.
 우리는 참으로 놀라운 은혜를 받은 자들이다. 주님께로부터 받은 그 사랑은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다. 이제 우리는 그 사랑의 빚을 갚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 주위에 소외되고, 병들고, 문제 있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사랑의 관심을 베풀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같은 대한민국의 땅에 살고 있으면서도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손가락이 잘려 나가면서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비자 문제로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절망적 상황에 처해 고통 가운데 몸부림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신음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처절한 절망 가운데 우리를 향해 ‘와서 우리를 도우라’ 손짓하고 있는 영혼들에게 사랑을 들고 나아가야 한다.
 추석이 우리만의 명절로 끝나지 말고, 소외된 이웃을 향한 사랑 실천의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에 대한 참된 감사요, 추석의 참 의미를 실천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