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하나님 세계와 영역 동시에 경제 조직체

귀족적 도시국가에서 왕정 영토국가로 성장
국가와 종교 일치… 역사배경 사상 신분결정

 1. 정치체제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할 무렵인 아마르나 시대에 이집트 지배하의 가나안의 도시국가들은 행정장관에 의해 통치되었으며, 그에 상응하는 서부 셈족의 용어는 사사였다. 그것은 통치자와 재판관을 의미하며 왕에 대해서도 사용할 수 있던 용어로 이스라엘의 사사시대를 이끌어간 지도자였다. 사사기 9장에 나오는 세겜과 아비멜렉의 갈등 사건은 세겜에 과두정치가 존재했다는 것을 말해줄 수도 있지만 이스라엘 왕국시대로 들어오기까지의 통치형태에 대해서 어떤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초기 이스라엘의 과두정치체제에 대한 암시는 여러 번 나타나는데(수 9장; 삿 8장; 삼하 2:5∼6), 과두정치체제에서 씨족의 장로들은 공동체의 일들을 결정하기 위하여 성문에 모여서 세금징수나 군대 징집과 파병 등을 논의했으며, 또한 왕위후보들을 지원하기도 했을 것이다. 장로들은 나중에 왕실 행정기구가 되었던 정치적 실재였을 것이다.
 사사시대의 배경 속에서 귀족적인 도시국가들은 서로 다른 정치조직을 가진 백성들의 무리들을 통합시킨 영토국가로 발전해갔다. 그 과정에서 왕은 하나님의 뜻에 의해 선택된 것이 천명되었으며(시 2:7; 22:9), 그로써 합법성이 인정되었다. 왕은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하나님의 영토인 국가를 보존하고 방어하며, 그 영토와 그 백성을 돌보며, 그것을 증대시킬 임무를 가졌다. 하나님의 전은 하나님의 세계와 영역의 표현이며, 국가와 종교는 동일한 것이었다. 왕은 성전 건축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는데, 성전건설은 하나님의 나라와 그 백성을 다스리는 왕의 임무에 속했다. 따라서 예루살렘의 성전 건축의 경우처럼 왕궁복합체가 성전을 포함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성전은 소떼나 양떼와 토지 등을 소유하는 경제적 조직체로 중요한 왕실의 수입원이었다. 따라서 성전에도 제사장들과 마술전문가, 제의예언자, 서기관, 감독관, 경비병, 남녀 기수와 음악가, 목자, 노동자 등 다양한 직원들이 있었다. 이처럼 왕은 최고군사령관, 대법관과 대제사장이었으며, 국제무역을 관할했고, 행정조직의 최정점에 있었다. 실제적으로는 왕을 보좌하여 행정관료, 장교, 제사장, 지방장관, 왕궁관료, 상인, 세무징수관 등이 존재했다. 다윗과 솔로몬 왕국의 고위 관료들의 명단이 사무엘하 8:16∼18과 20:23∼26, 열왕기상 4장, 역대기상 18:15∼17 등에 나타난다.
 한편 왕의 어머니는 왕좌 뒤에 있는 권력을 쥔 여인이었다. 태후의 공식적 권력에 대한 사례를 찾아보면, 솔로몬은 어머니 밧세바가 나아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절하였으며(왕상 2:19), 아달랴는 그 아들 아하시야에게 악을 행하게 조언하였으며(대하 22:3), 유다의 왕자들이 태후의 아들들에게 문안하러 갔다(왕하 10:13). 태후는 공식적인 권력의 자리로 왕관을 썼으며(렘 13:18), 아도니야가 밧세바에게 드린 간청을 볼 때 왕에게 나아가는 통로 역할을 하였다.

 2. 사회계층

 이스라엘의 사회에는 몇 계층이 있었다. 자유시민과 노예의 구별뿐만 아니라 제사장과 레위인, 일반 이스라엘 백성으로 구분되었다. 그러한 구분과 서열은 역사적 상황과 사상적 배경에 의해 좌우되었다. 제사장은 왕정이 있기 전부터 있었으며 그 지위가 세습되었다. 에스겔 44장에 의하면 사독 자손인 제사장들이 가장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는 반면 외국인들이 가장 낮은 위치를 차지하며, 레위인들과 일반백성들이 그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국가조직을 구성하는 기본단위는 아버지의 집이며, 그 다음이 씨족, 그 다음이 부족으로 규모가 커진다. 가족 안에서 여자의 위치를 살펴보면 아내는 남편 다음의 높은 위치를 가졌으며, 여종은 가장 낮은 위치에서 비천한 노동을 하거나 대리모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자녀들을 보면 장자는 형제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위를 누렸으며 결혼하지 않은 어린 동생들은 형들을 위해 다양한 일을 하였다(삼상 17:17∼18). 딸들은 좋은 아내와 어머니가 될 수 있도록 양육되었으며 들판에서와 가정에서 많은 일을 하는 반면, 이혼할 권리나 재산 상속권이 없었다.
 노예는 가장 엄격한 의미에서 주인의 재산으로 간주되었으나, 히브리어를 포함해서 서부 셈어에서 노예로 사용되는 단어는 다양한 봉사를 하는 계층을 망라하여 관료로부터 실제 노예에 이르는 폭넓은 용어이다. 이스라엘 사회에서 노예는 히브리인과 비히브리인으로 구별된다. 비히브리인 노예는 빚으로 팔렸거나 전쟁포로로 잡혀온 자들이다(레 25:44∼45; 민 31:18). 그들은 영구적인 재산으로 여겨졌지만 여자노예를 아내로 취했다가 이혼할 경우는 자유를 주어야 했다(신 21:10∼14). 히브리인 노예들은 보통 빚으로 팔렸기 때문에 진짜 노예라기보다는 고용된 종에 가깝다(레 25:39). 그래서 6년을 봉사한 후 안식년에 해방되거나 희년에는 빚과 함께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규정되었다.
 이스라엘 사회에는 완전한 시민으로 간주되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이주민은 기아나 전쟁으로 다른 나라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며, 이스라엘 사람으로 동화되는 과정에 있었다. 그들은 땅을 소유할 수는 없었지만 여러 종교의식과 축제에 참여하는 권리를 가졌다(신 16:11, 14; 출 12:48). 그들은 많은 경우 이스라엘 사람들과 같은 법에 의해 다스려졌으며(출 20:10; 레 16:29), 고아와 과부와 같이 돌봄의 대상이 되었다(신 25:19). 또한 거류인은 이주민보다 덜 사회에 동화된 사람들로 종교의식 참여에 있어서도 더 제한을 받았다(출 12:45). 그밖에 상인들은 거대한 부의 원천으로 보였으며 종종 왕의 대리인이었다(사 23:8; 호 12:7∼8). 성경의 율법에는 거래 과정과 계량 등에 있어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조항이 나타나 있다(레 19:36).
한세대학교 구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