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방송작가)

 방송 아이템 선정 문제로 데스크와 한동안 실랑이를 벌인적이 있었다. 데스크의 말에 의하면 요즘같은 세상엔 자신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점이나 무속인들의 신기(神技)를 T.V방송에서 보여 주면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고 시청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천인 나로서는 영내키지 않는 아이템이라 반대를 했던 것인데, 더구나 천만 크리스천이 있는 이 나라에서 그런 아이템을 방송한들 시청률이 올라갈 수 있을까? 그런 무속적인 내용이 방송되면 천만 크리스천은 당연히 시청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시청률에도 별 도움이 안되지 않을까? 내 생각은 적어도 그랬다. 방송하는 사람들은 시청률이라는 것을 방송내용에 대한 엄격한 판정기준으로 생각을 한다. 하기야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시청률에 따라서 광고가 붙고 안 붙고 결정이 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마치 회사나 기업에서 부서에 따라, 영업실적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는 것처럼 방송을 만들어내는 프로듀서나 작가는 매일아침 컴퓨터에 나타나는 시청률표를 보고 프로그램을 성공시켰다는 기쁨과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았다는 좌절감을 맛보며 능력을 평가 받는 것이다. 시청률이라는 것이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어서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은 물론 매분씩 나뉘어져 순간 시청률도 조사가 되고 또 구체적인 시청층 분석으로 들어가면 나이와 성별, 직업과 종교까지도 나타내게 되니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어느정도 시청자들에게 어필 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가 있게 된다. 특히 매분마다 조사되는 시청률 그래프를 보면 내가 만든 프로그램 중에서도 어떤 장면, 어떤 내용에서 시청자들이 많이 시청했는지 알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데스크가 주장하는 무속아이템이 방송되면 대다수의 크리스천들이 외면을 하게 될 것이고 자연히 시청률과는 거리가 멀게 될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는데 방송경험이 많은 선배인 데스크와의 힘의 논리에서 밀린 뒤 결국 그 아이템은 방송이 되었고 드디어 시청률이 조사되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다. 시청률은 데스크가 주장했던대로 높게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크리스천 시청자들도 아무런 동요없이 꾸준히 시청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오히려 크리스천들의 시청률이 높으면 높았지 적게 나오지 않았다. 왜 그런것일까? 요즘은 크리스천도 점이나 무속에 관해서 관심이 많은 것일까? 방송은 마치 택시와 같다. 손님이 가자는대로 택시가 가는 것처럼 시청자들이 많이 몰리는 쪽으로 방송내용이 만들어진다. 천만 크리스천의 힘이라면 방송내용도 얼마든지 건전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 수 있게 할 수 있을 텐데…. 요즘 같은 때일수록 점이나 복권이나 무속같은데 관심을 갖기 보다 하나님께 의지하고 더욱 기도할 때가 아닐까? 천만 크리스천의 힘을 보여 주자는 것이다. 결국 그 데스크는 더욱 강한 소리를 냈다. “보라구 내말이 맞잖아. 다음에도 또 하자구. 더 센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