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먹거리 등 푸짐, 문학기행지로 인기
다음달 5일부터 14일까지 효석문화제 열려

 여름열기가 한풀 꺾인 8월 말 봉평은 바람에 흔들리는 메밀꽃의 휘날림이 눈부시다. 구름처럼 펼쳐진 들녘.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들판에는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가을이 우리 앞에 왔음을 알려준다. 이효석의 표현대로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하다.
 40년대. 이효석이 살던 때만큼 봉평의 메밀밭은 많지 않지만 요즘 메밀밭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봉평 들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메밀밭을 합치면 대략 5만평 정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초순에 심은 메밀은 8월 하순쯤 꽃을 피우기 시작해 9월초까지 온통 들녘을 하얗게 수놓는다. 메밀은 파종한 지 40일이 되면 꽃이 만개한다. 현재 10∼20% 정도 꽃이 피어 있으며 만개시기는 9월7일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초 봉평 메밀밭은 그야말로 ‘메밀꽃 필 무렵’ 속의 무대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봉평은 1930년대 소설 속의 배경처럼 장돌뱅이들이 탁배기를 기울였을 만한 주막은 없지만 아이들과 함께 문학 얘기를 나누기에 손색이 없다. 메밀꽃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을 따로 만들었으며 연극·영화상영, 사진공모전 등이 열릴 예정이다(박스기사 참조). 또 메밀밭에는 미로 같은 산책로를 만들고 사이사이에 장승을 세웠으며 연못을 조성하는 등 공원으로 꾸몄다. 이왕이면 봉평 5일장(2·7일장)에 맞춰 둘러보는 게 재미를 더할 듯 싶다.
 봉평에는 소설의 무대가 됐던 방앗간이 옛모습으로 복원돼 있고 효석의 생가도 남아 있다. 방앗간 앞에 서면 놀라 벌어진 입이 쉽사리 닫아지지 않는다. 오른쪽 3천∼4천평이 모두 메밀밭이다. 물레방앗간에서 효석 생가까지는 1.5㎞ 정도. 가는 길에는 사람 키가 넘는 옥수수밭이 펼쳐져 있다. 주말에 이곳을 찾는 사람은 2백∼3백명 정도. 요즘은 관광객들에게 메밀수제비와 메밀전, 막걸리를 파는 ‘추억의 주막’으로 인기다. 생가 방명록에는 효석을 떠올리며 써놓은 방문객들의 글귀가 가득 적혀 있다.
 생가 가는 길에 들른 효석문학관에서는 효석의 인생과 문학세계를 더듬어볼 수 있었다. 크게 문학관, 메밀자료관으로 나눠져 있으며 이효석 대표작품의 연보와 육필원고, 생전에 사용했던 안경, 잉크병, 책상 등이 전시돼 있다.
 축제행사도 풍성하다. 민속공연, 윷놀이, 자치기, 비석치기, 칠교놀이, 팽이치기 등 옛날 놀이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속의 주인공들로 분장한 캐릭터 가장행렬이 이어진다. 도리깨마당, 메밀국수마당, 봉숭아 물들이기 체험행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줄을 잇는다.
 봉평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단연 달밤에 감상하는 메밀밭. 얼굴 가득 달빛을 머금은 메밀꽃은 효석의 표현대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메밀꽃 필 무렵. 봉평에는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다(평창군 문화관광과 033-330-2742, 2399).

봉평=글/박재형 기자 jhpark@fgtv.or.kr   사진/김용두 기자 ydkim@fg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