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옥 권사(직장선교회)

   93년 남편 사고 계기 가족신앙 더욱 견고해져
   받은 은혜에 감사하여 장기기증 결심 굳혀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우리 가정은 물질이 주지 못하는 행복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채우며 행복한 웃음소리를 담 밖으로 넘기곤 했다.
 그런 우리 가정에 남편의 사고소식이 전달된 것은 93년 말. 며칠 후면 공사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말은 온 몸의 기운을 빼놓았다.
 다급한 마음에 정신을 놓을 뻔했지만,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기도해야한다’는 것. 급히 전도사님과 교구 식구들에게 연락해 남편의 사고소식을 전하고 기도를 요청했다. 전화를 끊고 나도 바로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기도하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 앞뒤를 분간할 여유를 찾았다. 남편이 다니던 회사의 책임자와 만나 지방병원으로 가며 듣게된 남편의 사고경위는 이랬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남편은 공사장 정리를 시작했다. 남편이 일한 곳은 설비를 교체 중이던 변전소로 전기가 꺼진 것을 확인하고 공사장비들을 치우기 시작했는데 전기가 완전히 꺼져있지 않았다. 긴 쇠파이프를 치우려고 드는 순간 파이프에 전기가 들어왔다.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은 남편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가 10미터밖으로 떨어지고 말았다는 게 남편과 함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말이다. 쇠파이프가 2만2천9백볼트의 고압선을 건드려 감전사고를 당한 것으로 고압전류는 남편의 몸 전체를 만신창이로 만들었고 피부를 썩어 들어가게 했다. 남편은 마치 미이라처럼 붕대로 칭칭 감아져 있었고 병원에서는 화상치료 시설을 제대로 갖춘 큰 병원으로 옮겨 갈 것을 권했다. 화상치료에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는 서울의 병원 입원실은 아비규환이었다. 이곳저곳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흉하게 일그러진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끔찍한 일이었다. 화상치료 환자들은 대부분 1년 이상 장기 입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흉하게 변한 피부를 이식하니 몸에서 딱지가 떨어질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하나님이 주시는 생각은 원망이 아니라 ‘감사하라’였다. 어떻게 이런 순간에 감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믿음으로 기도를 드리며 감사고백을 드렸다. 남편의 사고 때문에 원망했던 회사 관계자들에게도 “불의의 사고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남편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50여 명의 교구식구들도 모일 때면 남편을 위해 기도해주었다,
 그러자 기적이 나타났다. 감전사고자 중 많은 경우가 뇌를 다치는데 남편은 어떠한 장애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장기와 피부를 훑고 지나간 고압전류 덕분에 녹아 내렸던 피부도 성형수술 한 번 없이 깨끗하게 새살이 돋아나 주위를 놀라게 했다. 돋아난 새살로 얼굴에 있던 기미와 검버섯이 사라졌고, 주름까지 펴지니 주위사람들은 ‘감전사고로 회춘했다’고까지 농담 삼아 말하곤 했다.
 이 일로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믿음이 뜨겁지 못했던 남편과 자녀들의 신앙이 튼튼하게 돼 이제는 고난의 유익을 조금이나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체험을 하고 나니 내가 받은 은혜를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부족한 형편에 뭔가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끊이지 않았고 재작년 그 해답을 찾았다. 우연히 접하게 된 사랑의 장기기증 광고, 그것을 보고 내가 해야할 일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상의 끝에 우리 부부는 사후 장기일체에 대한 기증을 약속했고 시신까지 의학발전을 위해 기증하기로 했다. 소망하기는 내가 만난 주님을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두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