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달모지재(愚達謀智才), ‘사람 재는 잣대’

이만재 (카피라이터/‘막쪄낸 찐빵’저자)

 작고하신 선친은 내게 우달모지재(愚達謀智才)라는 ‘사람 재는 잣대’를 유산으로 물려주고 가셨습니다. 그 뜻을 사투리 억양 섞인 선친의 말투로 풀자면 이렇습니다.
 “가진 재주 믿고 까부는 자는 가까이 하지 마래이. 그런 부류라면 인생의 최하등급 아이겠나(才). 많이 배워 지식 있다꼬 교만한 자도 역시 하등급이대이(智). 그보다는 차라리 사람을 다룰 줄 아는 꾀를 가진 자가 낫대이(謀). 그 위 등급은 세상 경험을 많이 쌓아 통달의 경지에 이르러 한 분야의 9단이라고 불리우는 사람 아이겠나(達). 자, 이제 9단보다 더 웃질,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등급의 인간이 뭔동 알겠나. 사람들한테 늘 양보하고 져주고 손해보면서 얼라아 맹키로 어리석어서 항용 솔직하게 마음 비우고 사는 그런 인간이 최상등급 아이겠나(愚)…”
 실제로 생전의 아버님은 목에 힘주는 사람을 제일 하찮게 여기셨습니다.
 벼슬 달았다고 으스대는 사람, 배웠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한 번은 우리 집에 올 수 있었지만 두 번 다시는 문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솔직히 어릴 적에는 아버님의 그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얼라 맹키로 어리석고 솔직한 인간이 상등급이라고? 왜?
 아무튼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흐른 훗날, 내 나이 쉰이 얼추 다 된 참에 늦깎이로 예수를 믿게 되어 성경말씀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뒤통수를 얻어맞는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이 세상의 그 누구라도 어린 아이가 되지 않으면 결코 천국의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우리 주님의 말씀이 바로 거기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 놀라워라! 아버님이 진작에 어떻게 그걸 아셨단 말인가.
 그 사건은 내게 믿음이 더욱 공고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즉,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만큼 성경말씀의 진리됨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는 얘기, 그리고 어린 아이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자신을 속이지 않을 정도는 솔직하려고 스스로 늘 노력하며 기도한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