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건 서원기도 후 덤으로 사는 인생철학
사원 복지 향상 힘써 지난해 ‘휼륭한 일터상’ 수상       

 44년 전, 학자의 꿈을 접고 가업을 살리려 고향으로 내려간 한 젊은이가 있었다. 당시 경영 환경상 사채업자의 돈을 쓸 수 밖에 없어 날마다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매일 ‘돈을 구했다’는 반가운 전화와 ‘빨리 돈을 갚으라’는 사채업자의 전화 소리에 희비가 엇갈리곤 했다. 부도를 면치 못할 거라며 주변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빚에 시달려야 했던 가족들의 힘겨운 모습에 그는 절규에 가까운 서원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회사가 안고 있는 빚과 저의 생명을 교환하겠습니다. 빚만 갚게 해주시면 기꺼이 제 생명을 바치겠습니다” 단단한 각오로 1960년대 말과 70년대 초반, 허리띠를 졸라 매고 보수경영을 한 끝에 그는 3백개나 되는 사채카드를 갚고 1백만원이 예금된 통장을 아내에게 내밀며 이렇게 애기했다.
 “이제야 빚을 다 갚았소. 예전에 빚을 청산하는 날 내 생명을 거두어 가시라고 하나님께 맹세한 적이 있는데…” 말을 맺지 못한 그는 아내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 세상에서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눈을 떴을 때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에 그는 그때부터 자신의 삶을 ‘덤 인생’이라 불렀다. 덤으로 산 인생,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도자기 회장 김동수 장로이다.
 “회사를 인수한 뒤 10년 동안 매일 새벽기도를 다니며 하나님께 매달렸습니다. 그 때 얼마나 힘들었던지 당시 저는 회사일과 사채 문제 때문에 몸무게가 65kg에서 48kg까지 빠질 정도였습니다”
 그릇을 싣고 서울로 가는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던 일, 납품을 위해 동대문 시장에 도착했는데 품질이 좋지않다고 거절당한 뒤 다시 재고를 안고 공장에 돌아오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는 김동수 장로. 한국도자기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자 그에게 지난 모든 일들은 더욱 각별하게 느껴졌다.
 김동수 장로가 도자기와 인연을 맺은 건 선친 김종호 장로가 1943년 도자기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충북제도사란 이름으로 시작된 이 회사는 김동수 장로가 경영을 맡고 있던 1967년 한국에서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뜻에서 한국도자기로 이름을 바꿨다. 그뒤 현대식 시설로 공장을 개편하고 마케팅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저가품 위주의 국내 도자기시장에서 벗어나 일본이 점령하고 있던 홈세트 시장을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1970년 ‘황실 장미홈세트’가 공전에 큰 히트를 치면서 한국도자기는 서서히 대중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여기에 힘을 얻은 후 젖소뼈를 태운 재가 50%이상 함유되어 일반 도자기보다 3배이상 강도 높은 본 차이나를 개발했고, 이어 슈퍼스트롱, 비취 본차이나를 생산하면서 한국은 물론 본 차이나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도 그 품질을 인정받게 되었다.
 또한 1973년부터 지금까지 30년동안 청와대 식기를 지정 납부하고 있으며 호텔신라, 조선호텔 등 특급호텔 레스토랑은 물론 인도네시아 대통령궁, 노벨 만찬장, 교황청 식기로도 사용되면서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되었다. 그리고 세계도자기업계 최초로 국제 품질인증 ISO9001과 국제환경인증 ISO14001획득, 품질과 경영 최우수업체에 수여하는 IQ Net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그의 경영 노하우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제가 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아버지(김종호 장로)와 장인어른(이성봉 목사)의 기도의 힘 덕분이죠. 그분들이 뿌려놓은 선교와 선행의 결과가 저와 아들 세대에 축복으로 온 것이라고 생각 될 뿐입니다”
 복음전파와 기업, 자녀들을 위해 불철주야 기도했던 두 아버지의 간절함은 모든 자녀를 바른 길로 인도하며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인격자로 성장시켰다.
 이런 연유에선지 김동수 장로는 자신의 사람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어려운 시절에도 사원들 월급만큼은 제때에 주려고 애썼으며 지금도 사원 복지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도자기 청주공장내에 사원후생복지관, 실내체육관, 미혼여사원용 아파트와 사원들의 취학전 아동들을 위한 성종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원 부모들을 위해 매년 5월 행사를 열어 효도비를 지급하며 효도 윤리 확산을 꾀하고 있다.
 지난 IMF때는 단 한명의 사원도 해고하지 않고 경영진과 사원이 한 마음되어 어려운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이러한 노사화합으로 한국도자기에는 노조가 없다. 대신 사원협의회가 있어 더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 머리를 맞댈 뿐이다. 덕분에 지난해에는 훌륭한 일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차입경영의 신화로 탄탄한 재무구조와 높은 대외신용도를 자랑하며 한국도자기를 세계 5대 도자기업체로 성장시킨 김동수 장로. 어려웠던 시절 ‘빚 안지고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을 경영하며 사원들에게 월급 많이 주는 기업인이 되는 것이 작은 소원이자 경영인으로서 빛과 소금의 구실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그는 지금 행복하다.
 “질병과 빚의 위기로부터 해방시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제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가 제 곁에 늘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큰 기업이 되기 보다는 다이아몬드같이 작지만 값지고 빛나는 기업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글/오정선 기자 jsoh@fgtv.or.kr
사진/김용두 기자 ydkim@fg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