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령운동의 신학적 정체성 확립
오중복음, 삼중축복의 전인구원 신학
한국 신학계에 성령 신학의 정립 발판
성령의 역동성·역사, 교회 성장 기여
1.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대한 한국 신학계의 평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한국 신학계에 미친 영향을 논하기 전에 한국 신학계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어떻게 평가하였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순서적으로 먼저라고 생각한다. 해방이후 한국교회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 순복음교회의 등장이다. 1950년대 불광동의 작은 천막에서 시작된 교회가 얼마가지 않아서 한국제일의 영락교회를 제치고 한국의 최대교회가 되었고, 얼마가지 않아서 세계최대의 교회가 되었다. 이것은 해방이후 한국개신교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의 신학자들은 순복음교회의 등장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여기에 대한 최초의 학문적인 연구가 1981년 아카데미 하우스의 주관으로 이루어진 ‘한국교회의 성령운동의 현상과 구조’이다. 이 연구는 특별히 한국의 진보주의 신학이 순복음교회를 어떻게 이해하는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한국의 진보주의 신학자들은 순복음교회가 한국의 무속적인 영향을 받아서 기독교의 복음을 변질시켰으며, 이런 과정에서 일반대중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주의 신학자들은 오순절운동이 신약성서를 회복시키려는 운동이었으며, 이것은 20세기 최대의 기독교운동인 세계 오순절운동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순복음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는 보수주의에서도 나왔다. 1994년 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번영의 신학과 고통의 신학”이라는 주제아래 개최한 연례학술대회에서 기독교의 신학은 십자가의 신학이며, 순복음교회는 이런 십자가의 신학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것은 보수주의 교회가 순복음교회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일반적인 견해를 표현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조용기 목사의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가 죄악과 질병을 짊어지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선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조용기 목사와 순복음교회에 대한 비교적 공정한 평가는 한국교회사학연구원을 통해서 나타났다. 한국교회사 연구원은 한국의 신학사상을 연구하는 시리즈에서 오순절운동을 평가하면서 성령운동은 한국교회의 중요한 전통이며, 순복음교회는 이런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다시 말하면 조용기 목사는 체험적인 신앙을 강조하는 한국교회의 복음주의적인 전통에 서있다는 것이다.
이후 조용기 목사와 순복음교회는 한국교회사학의 주요연구대상이 되어왔다. 한국교회사학연구원은 “한국교회설교가 연구”라는 시리즈의 첫 번째로 조용기 목사를 연구하면서 비교적 조용기 목사의 사상을 그의 설교를 통해서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평가하려고 하였다. 이 연구에서 조용기 목사는 세계 오순절운동의 흐름 가운데서 있는 오순절목회자이며, 동시에 한국전쟁이후 고난 받는 한국대중들을 대상으로 하여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민중의 목회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2.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한국 신학계에 미친 영향
80년대 초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당면했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대표적인 교단인 장로교 통합측이 순복음교회를 이단으로 규정하려고 한 것이다. 수년 동안 계속되었던 이 논쟁 가운데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자신의 신앙과 신학을 변호하여야 하는 과제를 인식하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서 이 과제를 담당한 것이 바로 국제신학연구원이다. 국제신학연구원은 오순절신학을 정립하여 한국교회 앞에 그 신학적인 정당성을 제시하려고 노력하였다. 특별히 국제신학연구원은 한국오순절운동의 뿌리를 밝힘으로서 순복음교회가 역사적 기독교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제시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조용기 목사의 오중복음과 삼중축복을 역사적으로 신학적으로 정립하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특히 국제신학연구원이 개최한 국제신학학술세미나는 한국 신학계의 가장 대표적인 학술세미나로 발돋움하였다. 주로 성령론을 주제로 하여 열린 이 학술대회에는 하비 콕스나 몰트만과 같은 세계적인 학자들이 참석하여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또한 한국 신학계의 중진신학자들이 거의 참석하여 발표와 토론을 하였다. 이 학술세미나를 통하여 성령께서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역사하시는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이 세미나는 한국 신학계가 성령신학을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아울러서 이 학술대회에서는 국제적인 오순절학자들이 내한하여 오순절운동의 흐름과 역사적인 위치를 정리하여 주기도 하였다.
최근 한국 하나님의성회가 NCC에 가입한 다음부터 국제신학연구원을 통하여 오순절운동과 에큐메니칼운동 사이에 대화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별히 오순절학자들은 순복음교회의 오중복음과 삼중축복을 전인구원의 관점에서 해석하여 현대신학과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조용기 목사의 신학과 현대신학을 만나게 해 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WCC를 중심으로한 진보주의 신학과 오순절운동의 순복음 신학 사이에 가로놓여있는 근본적인 차이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진보주의 신학이 인본주의적인 수평적 신학이라면 순복음신학은 초자연적인 성령의 역사를 인정하는 수직적인 신학이어야 할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국교회를 대상으로 신학적인 작업을 했을 뿐만이 아니라 오순절교파들의 신학적인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도 노력하였다. 한국에는 하나님의 성회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 복음교회와 같은 오순절교단이 있고, 또한 가까운 교파로는 성결교회가 있다. 이렇게 상호 전통이 비슷한 교단의 신학자들이 모여서 오순절학회를 만들었고, 이 학회를 통하여 오순절신학의 정립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특히 최근에는 구미각국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공부하고 돌아오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학문적인 교류와 인간적인 친교가 이루어지고 있다.
순복음신학의 정립은 순복음교회의 차원을 넘어서서 한세대학교에서도 이루지고 있다. 한세대학교 신학부의 교수들은 조용기 목사의 목회와 신학을 정립하는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이것을 통하여 조용기 목사 목회의 근본적인 동력이 무엇이며, 이것이 현대사회와는 어떤 연관을 갖고 있고, 더 나아가서 신학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세대학교 순복음신학연구소가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순복음신학과 조용기 목사의 목회를 오순절운동의 2세대들에게 전달해 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이런 신학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오순절운동은 한국교회사에 보다 깊이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최근 한세대학교의 순복음신학연구소는 국제신학연구원이 주관하던 국제학술세미나를 계승해서 영산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이것은 교회 차원에서 이루어지던 학술세미나가 이제는 학문의 장인 대학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002년부터 열린 국제학술세미나에는 알란 앤더슨이나 화융과 같은 국제적인 학자들과 한국의 오순절신학의 학자들이 참석하였다. 이런 학술대회를 통하여 조용기 목사의 신학과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대해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조용기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라는 점이며, 이것은 교회성장학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런 점에서 조용기 목사는 일찍이 국제교회성장연구원을 세워 전 세계에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소개하였고, 아울러서 교회성장연구소를 설립하여 한국교회의 성장을 도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일찍이 젊은 학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여 유학을 도왔고, 이들은 대부분 교회성장의 관점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연구하였다. 교회성장연구소는 조용기 목사의 리더십, 순복음교회의 구역조직, 성령의 다양한 은사와 같은 순복음교회의 주요한 특징을 다각도로 연구하여 한국 신학계와 목회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3. 오순절신학의 정립을 위한 몇 가지 제안
필자가 판단하건데 세계의 오순절계통의 교회들 가운데 여의도순복음교회 만큼 자신들의 신학을 정립하는데 노력을 쏟는 교회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자들을 키우고,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국내외의 학자들을 초청하고, 학술지를 만들어서 이것을 발표하게 하는 것들은 순복음교회의 내실을 기하게 하는데 큰 공헌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점이 조용기 목사의 리더십의 또 다른 측면이다. 대부분의 오순절주의자들은 신학을 경원시하며 배척했는데, 조용기 목사는 오히려 많은 연구기관들을 세워서 자신의 목회와 신학을 정리하여 그의 운동을 계속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오순절신학의 정립을 위해서 필자는 다음의 몇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오순절신학은 오순절운동을 잘 담을 수 있는 신학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학은 신앙을 담는 그릇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의 신앙이냐에 따라서 그것을 담는 신학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사실 오순절운동은 20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기독교신앙이다. 이것은 초대교회로의 환원주의, 대중적인 영성운동, 현대의 문명에 대한 과감한 수용, 신앙체험의 강조 등 수많은 새로운 특징을 갖고 있다. 오순절 신학은 이런 오순절운동의 특징을 잘 담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기존신학의 틀 속에서 오순절신앙을 표현하려고 할 때 오순절운동의 특징은 사라지고, 오순절운동은 특색이 없는 또 하나의 역사로 끝나버리고 말 것이다.
둘째, 오순절신학은 세계 신학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기초위에 자신들의 신학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진보주의 신학은 인간의 이성을 강조한 나머지 초월을 잃어버렸고, 정통주의 신학은 교리를 강조한 나머지 생동력 있는 신앙을 잃어 버렸다. 오순절운동은 진보주의도 아니고, 정통주의도 아니다. 이 두 종류의 신학은 다같이 성령의 역동성을 경험하지 못했다. 특별히 최근의 오순절신학은 진보주의 신학의 문제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진보주의 신학과의 대화 가운데서 오순절신학과 그들과의 유사점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진보주의 신학의 문제점을 보지 못한다면 결국에 가서는 진보주의 교회가 걸어갔던 쇠퇴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오순절신학은 한국교회사의 관점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원형은 진보주의도 정통주의도 아니다. 한국교회는 1907년 대부흥운동을 통하여 형성되었다. 이 대부흥운동을 한국교회사가들은 “한국의 오순절”이라고 부른다. 그 뒤에도 한국교회는 성령운동, 신유운동, 재림신앙등을 지켜왔다. 이것은 순복음교회의 오중복음이 한국교회의 전통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순복음교회가 한국교회의 비주류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순복음교회가 늦게 출발했다는 점에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순복음의 신앙은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신앙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최대교회가 한국의 교회를 대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넷째, 오순절신학은 새 시대의 한국을 이끌어가야 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진보주의와 보수주의로 나누어져 있다. 비교적 순복음교회는 이런 진보와 보수의 싸움에서 비켜나 있다. 이것은 순복음신앙이 갖는 유연성 때문이라고 본다. 오순절신학은 기존의 신학에 편승해서 자신의 신학을 형성할 것이 아니라 양극을 초월하여 새로운 신학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 형성되는 오순절신학은 성서적인 신앙에 기초하고, 체험을 중요시하며, 복음전파를 강조하고, 동시에 인간과 사회의 실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국 최대의 교회일 뿐만이 아니라 세계 최대의 교회이다. 이제 이런 위상에 걸맞는 새로운 신학을 형성하여, 한국교회와 사회에 공헌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때 오순절운동은 이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박명수 교수 (서울신학대학교, 교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