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때부터 연관… 오늘날도 미묘한 관계 지속

제3중간시대, 21-25 왕조 이전 전통과 다른 모습
유다 멸망 60여년만에 이집트도 역사의 뒤안길로

 파라오의 황금마스크를 연상시키는 강력했던 이집트도 기원전 2천년기 말이 되면서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이집트는 신왕국시대를 끝으로 제국시대의 막을 내리고 다시 한번 혼란기에 들어섰는데 그 시대를 제3중간시대(1069∼664 B.C.)라고 한다. 이 시대는 리비아인들의 정착과 구스인들의 침략, 앗시리아인들의 정복이 점철됨으로써 통일제국을 거의 건설하지 못한 때였다. 제26왕조의 사이스 시대(664∼525 B.C.)가 새로운 통일을 이루기까지 약 4백년 동안 이집트는 이전의 전통과는 전혀 다른 사회를 경험하였다.

 1. 왕국시대 이집트 역사

 제3중간시대의 이집트는 21∼25왕조 시대이다. 21왕조는 람세스 11세의 죽음으로 신왕국시대가 종말을 고함에 따라 스멘데스에 의해 세워졌으나 남부 이집트는 테베의 제사장들이 관할하는 상태였다. 그러한 이중 통치상태는 군사적인 힘과 예술에서의 쇠퇴를 가져왔으며, 테베의 아문 신전에 세울 돛배를 위해 비블로스까지 백향목을 구하러간 웬-아문의 여행 이야기에서 더 이상 이집트의 명성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월하지 못했던 21왕조의 왕들은 다윗에게서 도망쳐온 에돔의 하닷의 망명을 받아줌으로써 외교적 곤경을 자초하였을 것이다. 더욱이 시아문은 다윗이 죽자 당시 블레셋의 영토였던 게셀을 침공하였다가 스스로 물러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하였다.
 22왕조부터 25왕조는 리비아 왕조로 규정된다. 22왕조를 세운 세숑크 1세는 테베의 제사장들과 타니스의 유력한 세력과 연합하고, 국외로 눈을 돌려 팔레스타인 정복에 나섰다. 그의 후계자들인 오소르콘 1세와 타켈로트도 지나간 제국시대의 영화를 되찾고자 애썼다. 그러나 오소르콘 2세 이후 국력이 약화되기 시작하다가 세숑크 3세 때 국가의 분열이 이루어져 남쪽에는 테베를 중심으로 22왕조가 계속되고, 동쪽 델타지역에는 레온토폴리스를 중심으로 23왕조가 세워지게 되었다. 그 후 80년 동안 이집트에는 리비아 계통의 여러 작은 왕국들이 할거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사이스에서 테프나크트에 의해 세워진 24왕조이다. 그런데 이미 이집트 남쪽에는 구스인들이 세력을 확장하며 구스 시대(Kushite Era, 747∼664 B.C.)를 열어가고 있었다. 이 거대한 상업적 왕국은 제4폭포의 게벨 바르칼에 수도를 정하고 국가를 건설하였는데, 그 첫 번째 왕이 카쉬타였다. 그를 이은 피안키는 사이스의 테프나크트를 패배시켰지만, 이집트의 25왕조는 피안키의 동생이며 후계자인 샤바코가 24왕조를 멸망시킴으로 시작한다. 25왕조 시기에 리비아인을 중심으로 귀족 정치가 이루어졌고, 피라미드식 매장문화가 부활되었다. 그러나 앗시리아에 의해 멤피스와 테베가 철저히 파괴당하고, 몇 년 후에 멸망하였다.
 이스라엘 왕국시대의 마지막 이집트 왕조는 사이스(Sais)의 26왕조이다. 26왕조는 나일 삼각주 서부에 있는 사이스를 수도로 삼은 느고 1세의 아들 삼메티쿠스 1세에 의해 건국되었다. 그의 아들 느고 2세와 그 다음의 아프리에스(성서의 호브라)는 앗시리아의 옛 영토에 대한 권한을 획득하려고 바벨론과 대적했으나 실패했다. 그후 왕들의 국가재건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고 이집트는 캄비세스 2세에게 멸망당하여 페르시아의 속주가 되었다(525 B.C.).

 2.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역사적 관계

 신왕국이 멸망한 후 이집트는 국력이 약화된 반면에 이스라엘은 다윗의 통치 아래 주변국들을 하나씩 정복해갔다. 그 때 에돔의 하닷은 다윗에게 쫓겨 21왕조의 이집트로 도망하였으며, 시아문은 다윗이 죽은 후 게셀을 점령했다가 솔로몬의 강력한 군사력에 직면하게 되자 게셀을 그의 딸의 결혼 선물로 주고 물러났다. 솔로몬은 다른 나라로 그 공주를 시집보낸 일이 없던 파라오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는 번영을 누렸던 것이다(왕상 3:1;7:8). 그후 리비아의 22왕조가 세워지면서 고양이의 여신인 바스텟의 도시인 부바스티스를 수도로 하였다. 성서에 나오는 시삭은 셰송크 1세로 르호보암 5년에 예루살렘을 침공하여 많은 재화를 약탈하고(왕상 11:40; 대하 12:2), 그것을 기념하여 카르낙에 비문을 새겼다. 그러나 시삭의 업적은 이집트 신전에 새겨진 마지막 부조가 되었고, 이후 오소르콘 시대의 이집트는 다시 쇠약해져서 상한 갈대에 불과하게 되었다(왕하 18:21). 오므리 왕가와 오소르콘 2세의 교류의 증거가 1924년 사마리아에서 발견된 설화석고 병에 의해 밝혀졌으며, 이스라엘 왕 호세아는 나일 삼각주의 작은 왕국인 사이스(성서의 소) 왕에게 도움을 청하였다(왕하 17:4). 그러나 주전 8세기 후반에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앗시리아 앞에 이집트는 무력하였다. 유다 왕 히스기야 또한 기원전 701년에 앗시리아의 산헤립 왕과 전쟁을 하였으나 패배하였으며(왕하 18:13∼16), 두 번째 전쟁에서 이집트 25왕조의 디르하가가 개입하였으나 그의 도움보다는 하나님의 기적적인 개입으로 앗시리아는 물러가게 되었다(왕하 18:17∼19:37). 그후 건설된 26왕조의 느고 2세는 므깃도 전투에서 유다의 요시야왕을 살해했으며(왕하 23:29), 비록 하란 탈환의 원정에는 실패했으나 갈그미스라는 중요한 도시를 점령하였다(사 10:9). 그 후손인 호브라는 유다의 마지막 왕 시드기야와 동맹을 체결했지만(렘 44:30), 느부갓네살에 의한 유다왕국의 멸망을 막을 수 없었다.
 유다왕국이 멸망한지 60여 년 만에 이집트도 페르시아에게 멸망함으로써 국가간의 교류는 끝을 맺었다. 그러나 아브라함 때부터 연관된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관계는 헬라국가인 톨레미 왕조에서도 계속되다가, 거의 2000년에 가까운 유랑생활에서 돌아온 오늘날까지 양국은 전쟁을 하면서도 서로 도와가는 미묘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세대학교 구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