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방송작가)

 집사람이 신문에 난 통계기사를 들고 놀라서 뛰어 왔다. 그 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직업별로 평균수명을 조사해 봤더니 최고로 오래 사는 사람들이 성직자들이고 그 반대로 평균수명이 가장 짧은 직업이 방송작가라고 한다. 도대체 어떤 조사기관이 무슨 근거로 그런 통계수치를 내놨는지는 모르겠지만 18년째 방송작가 생활을 해 오고 있는 남자를 남편으로 둔 아내가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아무리 짧고 굵게 사는게 좋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짧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있나?
 사실 따지고 보면 목사님과 방송작가 사이엔 공통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목사님이 일주일 내내 설교를 준비하듯이 방송작가 역시 일주일 내내 방송원고를 준비한다는 점, 그리고 목사님이 주일날 많은 성도들이 참여하는 생예배를 인도하듯이 방송작가 역시 전국민을 상대로하는 생방송을 한다는 것도 비슷하다면 비슷한 것 아닌가?
 더군다나 목사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신앙생활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듯 방송원고 한 줄 한 줄이 방송될 때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도 공통점일 텐데….
 단지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목사님의 말씀엔 생명이 들어 있고 사람을 살리며 천국에 이르게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지만, 방송작가의 원고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는 내용이라는 것이 아닐까? 물론 방송작가의 글에도 생명을 다루고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내용이 들어가긴 하지만.
 더군다나 나처럼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은 주일 아침과 주일 저녁 시간에 수많은 시청자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당기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목사님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방송작가는 어쩔 수 없이 평균수명이 짧아지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란 말인가? 신문기사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는 나에게 집사람이 얘기를 한다. 걱정할 필요없다고….
 “여보 당신의 원고에 생명의 메시지를 담으세요. 당신이 방송작가를 하든 수박장사를 하든 단순히 돈벌이로 하기보다는 사명감을 갖고 하세요. 방송원고에 무당이 나오는 장면을 쓰면 대한민국 방방곡곡이 굿판이 되겠지만 방송원고에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담고 찬양을 담으면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안방이 찬양으로 가득차잖아요. 그럼 당신도 오래 살 수 있을거예요” 생각해 보니 집사람의 말이 맞다. 나는 집사람보다 아직 한참 아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