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에 펼쳐진 비밀의 화원
자연의 조화를 배우는 현장학습장으로 각광
20만평 6천여 종의 식물과 25개 테마 가든
‘땅 속에 묻혀있는 열쇠를 찾아내고, 마침내 뜰로 들어가는 문을 찾았다. 굳게 닫힌 문이 천천히 열리자 비밀의 화원이 서서히 그 신비한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영화화되기도 했던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의 작품, <비밀의 화원>의 한 대목이다. 눈 앞에 펼쳐진 경이한 자연은 비록 화면 속이지만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인간이 유한한 존재임을, 그러나 필연적으로 자연과 하나될 수밖에 없음을 일깨워 준다.
경기도 용인 비봉산 자락을 끼고 펼쳐진 한택식물원과의 첫 대면이 이랬다. 원추리원, 수생식물원, 암석원, 숙근초원, 잔디화단 등 25개의 테마 가든이 하나씩 눈앞에 펼쳐질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한낮의 여름을 장식하는 원추리꽃이 흐드러지게 폈는가 하면 연한 남보랏빛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산수국이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1만 5천 평의 부지에 1천여 종의 자생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자연생태관은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 산새의 지저귐과 어우러져 복잡한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한다.
한택식물원은 총 20만평에 달하는 규모로 희귀, 멸종위기식물, 자생식물 및 외래종을 포함해 약 6천 종이 동·서관으로 나눠 서식하고 있다. 식물원으로는 단연 국내 최대 규모다. 1979년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식물원을 만들겠다는 이택주 원장의 일념 하나만으로 지금껏 정성스럽게 다듬어지고 관리되어 온 한택식물원은 20만평 중 동원 7만평을 지난 5월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택주 원장이 20여년간 다리품을 팔아 ‘솜다리’ ‘두메부추’ ‘난쟁이붓꽃’ ‘섬귀노루’같은 자생식물을 찾아다닌 덕분에 식물원 전체는 소박한 들풀의 은은함으로 가득 차 있다. 중부지방 기후대에 사는 세계 각지의 식물들도 모여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기후대 식물을 보고픈 이들을 위해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같은 식물도 온실 속에서 자라고 있다.
인간과 같이 자연의 일부이기에 식물을 사랑해야 한다는 이택주 원장의 주장에 따라 한택식물원은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모든 것을 관리한다. 자연의 원리원칙을 지키며 정상적인 먹이사슬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요즘 한택식물원에는 원추리가 한창이다. 잠시 일상의 고단함을 벗어나 들풀의 속삭임에 귀기울여 본다면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맘껏 누릴 수 있다.
용인 = 글 오정선 기자 jsoh@fgtv.or.kr
사진 김용두 기자 ydkim@fg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