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성 안수집사(종로중구대교구)

알코올 중독으로 뇌 기능 일부 상실키도 
술 생각날때마다 기도 무릎 꿇어 극복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이제 어느정도 안정을 찾았다고 생각할 무렵 뜻하지 않은 문제에 부딪쳤다. 아내의 천식이 날로 심각해져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기침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계속됐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점점 야위어가는 아내를 보며 소망이 없다고 수근거렸다. 수년동안 계속된 아내의 기침소리가 듣기 싫었던 나는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술에 빠지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술을 즐겨 마셨던 터라 술집을 자주 간 편이었는데, 이때부터는 정당한 핑계(?)까지 세워 술로 하루를 보냈다. 앉은 자리에서 소주 7병을 연달아 마셨으니, 내 생활은 엉망일 수밖에 없었다. 술에 취해 쓰러질 때까지 마셔야 속이 풀렸으니 말이다.
 그래도 마음을 잡고 다시 일어나 보려는 생각에 작은 가게를 인수했지만 바로 앞에 대형 할인마트가 생겨 빚만 지게 됐다. 쌀을 살 돈도 없을 만큼 생활이 어려워지자 ‘이 세상에서 나는 필요도 없는 존재로구나!’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삶에 대한 의욕도 잃었다.
 여느 때처럼 술을 마시다 화장실에서 잠이 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긴급후송차에 실려 응급실로 가고 있었다. 왼쪽 손은 축 늘어진 채 제 구실을 못하고 있었다. 이튿날 의사의 말이 뇌의 일부가 파괴되어 왼손이 마비가 됐다고 했다. “술에 취한 상태로 찬 곳에서 자다보니 뇌에서 명령하는 부분이 파괴되어 치료가 어렵습니다”
 그때부터 온갖 치료를 다 해보았지만 2개월이 지나도록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이제는 왼손마저 잃었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이제 손까지 못쓰게 됐으니 이대로 죽어야겠다. 이렇게 계속 술을 먹다보면 어느날 죽어버리겠지”하는 마음에 술을 더 마셨다.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알코올 중독이었으니 하루라도 술을 안 먹으면 살 수가 없었다. 술은 너무나 달게 느껴진 반면 밥은 너무 써서 넘기질 못했다. 술을 안마시면 손이 떨려 숟가락을 들 수도 없었다. 새벽 4시부터 밤 12시까지 술을 마시면서 나는 알코올 중독자의 비참한 죽음만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들은 매일 밤 나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맸고 참다 못한 형이 만취상태에 있는 나를 택시에 태워 기도원으로 향했다.
 비록 강제로 끌려간 기도원이었지만 설교를 들으며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 내 몸을 마음대로 한 것, 가정을 못지키는 것이 엄청난 ‘죄’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오직 사망의 권세도 야웨 하나님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기도원에 올라간 지 7일만에 성령체험도 하고 아무힘 없이 붙어 있었던 왼쪽 손도 점점 감각을 되찾아갔다.
 그리고 얼마 뒤 여의도순복음교회 구역장의 전도로 우리 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술은 끊었지만 알코올 중독자 생활 5년 동안의 후유증은 재정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가져다주었다. 아직 생활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나는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되자 또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3일 동안 소주 30병을 먹고 다시 옛생활에 젖어버렸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을 찾았다. 성령대망회에 참석해 다시한번 내 편이 되시는 성령님을 의지했다. 성경에 분명히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라고 쓰여있지 않은가? 이 술 마귀를 이길 수 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술 끊는 약도 먹어보고 내 자신에게 맹세도 여러 번 해봤지만 내 손에는 항상 술병이 들려져 있었다. 한번은 술 끊는 약을 먹고 술을 마셔 피를 한사발이나 토해낸 적도 있었다. 술은 내 인생을 비참하게 만드는 지긋지긋한 올가미였다. “내 의지대로 술을 끊을 수 없다면 하나님께 의지하자”라고 굳은 결심을 한 후 술 생각이 나거나 빚 독촉이 있을 때면 하나님을 의지하며 교회로 향했다. 아무 때고 성전에 들어가서 새벽 6시까지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한 주에 3일 이상을 그렇게 교회에서 기도하고 예배드리며 하나님께 매달렸다.
 주님을 간절히 부르짖는 나에게 하나님은 넘치는 축복을 쏟아 부어주셨다. 아내의 건강이 회복된 것은 물론이고 가정의 화목도 되찾았다. 또한 새로 사업을 시작하며 물질의 축복도 받았다. 빚도 모두 갚았고 집도 마련했다. 축복을 쏟아 부어주시는데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교회 봉사를 하면서 교회를 사랑하게 됐고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되돌아왔다. 알코올 중독의 후유증으로 위장약을 머리위에 쌓아놓고 있었는데 언제인지도 모르게 말끔히 고침을 받았다.
 목숨을 끊을 망정 술을 끊지 못했던 나를 성령의 힘으로 붙잡아주신 하나님께 영광돌린다. 죽을 수 밖에 없던 알코올 중독에서 은혜의 사다리를 통해 구원해 주신 하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