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화 안수집사(영등포대교구)

자녀사고, 부친 질병 등
환경적 어려움 이기고 가족구원 이뤄

 역경의 순간을 지날 때면 너무 싫고 힘들지만 그 고난 끝에 내 상한 영혼을 싸매시고 어루만지시는 주님이 계셔 감히 ‘고난 당함의 유익’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젊어서부터 교회를 다니며 교회학교에서 교사까지 했지만, 그때의 신앙생활은 성전의 뜰만 밟고 다녔을 뿐 예배의 기쁨이라든가 감격은 맛볼 수 없었다. 그나마 결혼 후부터는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는 달랐다. 교회에서 멀어지는 나를 저지하려 안간힘을 썼다. 그래도 내 고집이 꺾이지 않고 교회를 향한 걸음이 뜸해지자 아이들을 동원해 교회에 가도록 했다. 그때는 아이들이 어릴 때라 ‘교회에 데려다달라’는 아내의 말을 거절할 수 없어 주일이면 아내와 아이들을 교회까지 태워다 주었다.
 거기까지의 내 역할이 끝나면 나는 예배가 끝날 때까지 차안에 앉아 라디오를 들으며 예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렇게 지루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주일, 쌀쌀해진 날씨를 핑계로 예배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성전 안은 사람들로 가득해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도 없어 보였다. 통로까지 가득 메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설교말씀을 듣는데 구구절절이 나를 향한 말씀이었다. 마음에 밀려드는 감동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이런 감동에도 아내에게는 ‘예배당에 들어가 예배에 참석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나님의 부르심을 애써 외면하던 내게 하나님을 찾을 수밖에 없는 급박한 일이 생겼다. 주일이 지난 어느 날 아내로부터 연락이 왔다. 집에서 놀던 둘째 아이가 난간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지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우리 집은 연립주택 2층에 살았는데 아이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주인공을 흉내내며 하늘을 날아오르려 했다는 것이 사건이 발단이었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하는 아이를 보며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치료만 해주신다면 열심히 교회에 나가 신앙생활하고 봉사하겠노라고. 이런 내 기도에 하나님은 구원의 손길을 허락해 주셨다. 이 일이 있은 후 내 삶에 있어 신앙생활은 부분이 아닌 전부가 되었고, 가족들 구원의 문제는 아내와 내게 가장 큰 기도제목이 되었다.
 나도 그랬지만 믿지 않는 가족을 구원하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영접하는 일이 어디 그렇게 쉽겠는가? 내 경험을 살려 꾸준히 기도하던 어느 날 지방에 계시던 아버지가 가슴이 아프다고 연락해 왔다. 아버지를 모시고 근처 병원을 찾았는데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며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권했다. 다시 아버지를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모셨는데 검사결과는 식구 모두를 그 자리에 주저앉게 만들었다. ‘폐암’ 선고였다. 교구장과 지·구역장, 셀원 모두에게 기도를 요청한 후 아버지를 암 수술 및 치료에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병원에 모셔 수술날짜를 잡았다. 그렇게 한 달 여 시간이 흘러 수술일이 다가왔을 때 의사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검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기도하며 갖게 된 믿음의 확신 때문이었다. 검사결과는 우리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할렐루야. 이 일로 아버지와어머니는 물론 7남매 중 2형제를 제외한 우리가족 대부분이 구원을 받게 됐다. 덕분에 우리가정엔 새로운 전통이 생겨났다. 매달 형제들의 집을 돌며 온 가족이 모여 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다. 근래에는 아이들 모두가 장성해 집을 늘려 옮길 것을 기도했는데 이마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새 집을 갖게 되었다. 소망하기는 내가 만난 하나님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만나 영혼이 잘되고 강건하며 범사에 형통하는 삼중축복을 모든 사람들이 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