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성도(프뉴마청년선교회)

공사장에서 당한 사고 계기로 주께
모든 것 맡기는 삶 터득

 지난 2002년 7월 19일 낮 12시 12분경,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개축공사 중이던 5층 상가 건물이 세차게 쏟아지는 비와 함께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로 건물 2∼5층 북쪽 벽면은 완전히 무너졌고, 2층과 3층 오른쪽 벽면도 종이처럼 갈갈이 찢겨졌다. 처참한 사고 현장, 무너져 내린 건물더미 속에 내 몸은 구겨진 채 숨을 헐떡거리며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고 있었다.
 그 날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첫 날이었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 난 건물 4층에서 일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뿌지직, 크윽 우르르쾅”하는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지면서 내 몸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매몰되면서 한쪽 다리는 머리 위로 꺾여졌고, 왼쪽 손은 인대와 힘줄이 끊기며 심하게 찢어졌다. 순간 다친 손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옷 속에 집어넣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몸은 아팠지만 그 와중에도 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했다. 잠시후 두 귀에 구조원의 말소리와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나를 찾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30분 뒤, 구조대원들이 나를 발견하고 구조작업을 벌이려는 순간 내 옆이 무너져 내리면서 구조대원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구조작업은 중단됐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더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구조작업이 지연되면서 머리 위로 꺾여있던 다리가 점점 마비되기 시작했다. 3시간이 넘게 아무런 소식도 없이 건물더미 속에 갇혀 있어야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에 젖어 한층 무거워진 잔해들이 온 몸을 짓눌러 호흡은 점점 가빠졌고 숨쉬는 것 자체가 힘에 겨웠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 순간 하나님이 생각났다. “하나님,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다해도 괜찮아요. 제발 살려만 주세요. 살려주신다면 당신을 위해 살아가겠어요. 흐흑…”
 사실 사고 전까지 내 믿음은 그렇게 온전치 못했다. 교회보다는 세상 쪽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에 나의 믿음은 언제나 형식적일 뿐이었다. 그랬던 내가 사고를 당하고 구조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면서 이전에 없던 고백을 하나님께 드리게 된 것이다.
 4시간 후, 마침내 나는 극적으로 구조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그 시각,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던 어머니는 사고 속보와 함께 ‘최후 생존자 이진수 (25세)’라고 적힌 자막을 보시고는 하나님께 도와달라고 기도를 하셨다고 한다.
 응급치료를 받고 정밀검사를 받는 동안 병원에 도착한 식구들은 취재를 위해 몰려온 기자들과 경찰들을 보고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더군다나 환자의 상태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는 간호사들의 태도에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온 몸의 상처가 깊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수술을 받아도 상처의 흔적들이 많이 남을 것이며 특히 왼손의 경우 사용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내렸다. 처음 예정됐던 3시간을 넘겨 수술은 8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피부를 이식하고 손에 박힌 시멘트와 돌을 하나하나 골라내는 등 꽤 까다로운 수술이었지만 처음 병원에서 진단했던 것과는 달리 손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흉터가 생길거라던 얼굴도 약간의 긁힌 자국만 남았을 뿐 말끔히 치료됐다. 5개월간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나를 살려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아찔한 사고였지만 하나님은 그 사고를 통해 나의 믿음을 변화시키셨다. 내가 하나님을 알기도 전 하나님이 먼저 나를 지명하고 불러주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셨다.
 나는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확실히 체험한 후 올해 순복음신학원에 입학했다. 또한 프뉴마청년선교회에서 부셀리더로 셀원들을 섬기며 하나님의 일꾼이 되기 위해 훈련받고 있다.
 이제 내 삶은 나의 것이 아니요, 나를 죽음에서 건져주신 하나님을 위한 삶이다. 이제 그분의 사랑을 증거하며 진리의 뜻을 좇아 살아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