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적 불만족 |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뜬히 즐길 수 있었던 운동들이 갑자기 힘들어져 할 수가 없을 때, 존경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던 자녀들이 동정 또는 무시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 희끗희끗해지는 머리카락과 굵어지는 허리가 걱정돼 자꾸 거울을 바라보게 될 때 우리는 무심한 세월의 흔적을 지울 길이 없다.
인생에 오전과 오후가 있다면 40∼50세 그 어느 지점에서 시작되는 중년기 이후가 오후일 것이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이 공허함은 젊은 시절 추구해 오던 물질로 채워지지 않는다. 오직 정신적 영적 의미로만 메워질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중년기에 처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적 가치나 영적 의미에 의해서만 충족될 수 있는 실존적 빈 공간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년기의 영적 배고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영국의 작가 C. S. 루이스의 말처럼 우리가 좇는 것은 지나가는 나그네가 문설주의 한 귀퉁이에 새겨놓은 뜻 모를 낙서가 아닐까. 서로의 모습 너머에 있는 그림자라도 보고 싶어 함께 달려가보지만 가보면 그것은 벌써 한쪽 모퉁이를 돌아 제 모습을 감추고 만다.
루이스는 이런 욕망은 결국 하나님과의 영적 만남으로만 채워질 수 있다고 보았다. 이렇듯 인간의 경험 속에는 ‘신적 불만족’(divine dissatisfaction)이란 것이 자리잡게 된다.
따라서 중년의 문제는 육신의 문제라기보다 정신과 영의 문제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얻어지는 궁극적인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또 사람들과의 만남, 예술과의 만남, 자연과의 만남에서 오는 사랑의 의미를 느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노동의 시간(봉사)을 가져야 하고 자녀 중심의 삶에서 부부 중심의 삶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이지현 기자(국민일보 종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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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6.07. pm 24:02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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