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재 집사(용산대교구)

불신가족 구원받고 장막의 축복도 받아

 고향에서의 어린 믿음을 갖고 서울에 온 나는 바쁜 일상에 쫓겨 몇 차례 성수주일을 못하다가 급기야 교회와 영 멀어지게 되었다. 부모님의 걱정을 뒤로한 채 나는 막연히 언젠가는 나가겠다는 마음만 갖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게 되면서 내 마음에 변화가 왔다.
 아내를 비롯한 처가 식구들은 신앙이 전혀 없었다. 당시에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지만 이렇게 되면 영영 교회와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마침 부모님께서도 결혼 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교회에 나가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셨다. 나 역시 교회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교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내가 찾아온 곳이 바로 여의도순복음교회였으니,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예비하신 놀라우신 섭리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직장 동료들 중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다니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의 적극적인 권유에 나는 무작정 따라나섰다. 예배를 드리면서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의 신앙생활을 떠올리게 되었고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살아계신 하나님을 다시금 체험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신앙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주님의 은혜는 너무나 넓고 깊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교회에 오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참된 진리를 알게 된 나는 지금까지의 방황을 끝내고 교회에 정착할 수 있었다.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82년이었다. 그렇게 10년 동안 나는 열심히 교회에 다녔다. 아내 또한 신앙에 대한 거부감 없이 나를 따라 주었고 어린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나듯 아내의 신앙 역시 예쁘게 성장해 나갔다. 아내가 나를 따라 열심히 신앙 생활하는 것이 신기하고 나 역시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금 느껴 감동의 세월을 보냈는데, 무슨 일인지 가슴 한 구석이 허전했다.
 무슨 일일까? 하나님의 은혜는 여전히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고 비록 경제 생활이 넉넉지는 않아도 가족 모두 교회에 나가 영원한 생명의 길로 가고 있는데 왜 이리 마음이 허전할까? 이러한 의문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교구에서 일일봉사에 참여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우리교회 남선교회에서 주일 하루 봉사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계속 봉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이리 마음이 끌리던지, 당장 신청을 했다.
 그렇게 첫 봉사처소이자 10년째 봉사의 터전이 된 남선교회 환경실로 가게 됐다. 성도들이 갖고 오는 폐휴지를 모으는 것이 주된 봉사내용이었는데,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였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곳이 내 마음을 채워줄 진정한 봉사처소임을.
 그뒤로 주일이면 평상시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선교회 환경실에서의 봉사는 오전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본 교회는 물론 지성전과 각종 지역에서의 폐휴지 수집은 육체적으로는 힘들지 몰라도 봉사에 대한 기쁨과 결코 바꿀 수 없었다. 함께 봉사하는 동료들의 모습까지도 내겐 은혜로 비쳐졌다.  게다가 봉사 6년 만에 마련한 장막은 내가 봉사를 했기에 얻게 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부모님을 모셔야 되는 상황에서 나는 집을 구하기 위해 서울 시내 곳곳을 다녔지만 수중에 있는 물질에 맞추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용산까지 가게 됐는데, 마음에 딱 드는 집이 나와 있었다. 아담한 단독주택이었는데, 부모님과 식구들이 생활하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계약 일보직전에 주인의 마음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장막을 놓고 간구한 기도의 열매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을 겪으니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았는지 나는 계속 기도를 하면서 공인중개사에게 주인을 설득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다. 결국 다시 계약을 하게 됐다. 이 일을 겪은 지  몇 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우리 집을 드나들 때마다 내 봉사를 아름답게 받으신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이 일에 충성을 다해 봉사하리라고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