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원에서 안수받고 백혈병 고통 치유받아

허린 집사(서대문대교구)

 어려서부터 우리 집안은 특정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특정종교에 대해 공통된 견해는 갖고 있었다. 그것은 기독교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었다. 그렇다고 기독교가 우리 가정에 원수가 될 만한 일을 했다거나, 서로 등질 만한 어떠한 일도 겪지 않았지만 집안에 흐르는 이런 분위기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게로 이어졌다. 때문에 기독교는 그야말로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종교였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내 생활신조 또한 ‘굳이 종교에 매이거나 의존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고 덕을 나누며 선행을 실천하며 살아가자’는 것이었다. 그저 현재 내 삶에 충실한 것만이 삶의 이유가 된 것이다. 이런 내 생활신조가 생활과 별개일리 없었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교단에 서며 맡게 된 과목도 ‘국민윤리’ 또는 ‘도덕’ 과목이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학생들에게 바른 생활과 실천을 가르치고 강조하다보니 내 생활신조가 내 삶 가운데 더욱 뿌리 깊게 자리잡게 되었다. 덕분에 기독교와 예수님은 교과서에 나오는 수준에서 지식적으로만 알 뿐 내게는 그 이상 어떤 의미도 갖지 못했다. 이런 생각을 더욱 깊게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믿음을 갖지 못한 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분명 주변에 포진한 기독교인들일 것이다.
 그런데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나처럼만 살면 세상이 한결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내게 기독교인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많은 경우 입으로는 바른 사람일지언정 실상은 그렇지 못한 부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교회와 나는 결코 이어질 수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이런 나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고 강권적으로 역사하셔서 구원의 길로 인도해 주셨다. 1994년 학교에서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건강검진을 받을 때였다. 검사를 맡았던 곳에서 ‘의심가는 부분이 있으니 재검사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평소 건강엔 자신이 있던 나였기에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검사를 받으러 갔다. 결과는 상상도 하지 못한 진단이었다. ‘백혈병’이었다. 병에 대해 몰랐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진단을 받고 병명을 듣게 되니 몸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결국 다니던 학교를 2학기까지 다 마치지 못한 채 휴직계를 내놓고 집에서 쉬게 되었다. 집에 있으면서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한의학과 대체의학을 공부하며 내 몸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벌이며 치열한 투병생활을 하던 어느 날 일 관계로 목사님을 만날 일이 있어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을 찾았다. 때마침 목사님은 ‘성전에 안수기도를 위해 들어가야 한다’며 내게 ‘기도를 받고 가라’고 하셨다. ‘몸도 아프던 차에 잘됐다’ 싶어 예배에 참석해 안수기도를 받았다. 그렇게 별 생각없이 예배에 들어갔던 내게 하나님은 ‘뜻밖의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 안수기도 후 피 덩어리를 토했는데 그때부터 병이 점차 호전되더니 3개월 후 백혈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평소 정확하게 따져 묻는 것을 좋아하던 나였지만, 내게 일어난 기적은 초현실적 일에 대해 그리고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실감케 했다. 병원에서도 깜짝 놀랐다. 사실상 치료를 포기했던 의사가 ‘어찌된 일이냐?’며 물었지만, 답해줄 말이 없었다. 이 일로 인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착각하며 굳게 믿고 살았던 하나님과 교회는 내 인생에 너무도 분명하게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이제껏 관심을 갖고 공부하던 대체의학을 전도의 도구로 사용하며 미력이나마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소망하기는 내가 만난 하나님을 모든 사람이 만나 영혼이 잘되고 범사에 잘되며 강건한 순복음의 삼중축복을 누리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