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의 후예로 이스라엘 역사와 병행해

다윗 왕, 암몬의 수도 랍나를 함락하기도 해
바벨론 풍습 좇았으나, 할례 기록 남아 있어

 성서시대의 암몬은 오늘날 요르단에 위치하며, 그 수도였던 라밧-베네-암몬은 현대 요르단의 수도 암만이다. 창세기에는 암몬의 기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은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으로 인하여 충격을 받은 딸들을 통하여 모압과 암몬의 조상을 낳게 되었다(창 19:30∼38). 이처럼 이스라엘과 암몬, 모압은 민족적으로나 사회경제적으로 무척 가까운 민족집단에 속해 있었다. 그러다가 주전 13세기에 가나안 도시 붕괴와 아나톨리아의 헷제국의 멸망 등에 자극을 받아 이스라엘과 에돔, 모압, 암몬을 배태하고 있던 모집단은 정치적 사회적인 차이를 가진 여러 민족집단을 낳게 되었다.

 1. 성서와 기타 문헌자료에 나타난 암몬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 이후 암몬이 자주 요단강을 넘어와 이스라엘을 괴롭히므로 사사 입다가 그들을 정복하게 되었다(삿 10:6∼11:33). 그때 암몬 자손의 왕은 그들의 영토를 아르논에서부터 얍복과 요단까지라고 주장한다(삿 11:13). 그러한 영역은 이스라엘이 정복한 아모리족 시혼왕의 영토와 일치하므로(삿 11:22), 이 영역이 본래 암몬의 땅이었으나 시혼왕이 정복했든지, 아니면 암몬과 모압과 아모리족 시혼왕의 영토가 이론적으로는 구별되지만 실제로는 뒤섞여 거주하였음을 반영해 준다. 점차 암몬은 왕국 수준까지 발전하였는데 입다와 대적한 익명의 왕(삿 11:13)을 제외한 최초의 암몬 왕은 나하스였다. 나하스는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과 분쟁하다가 사울에게 패배하였으며(삼상 11:1∼11), 그후에도 사울은 암몬을 정복하였다(삼상 14:47). 다윗 시대에는 왕국의 급속한 팽창으로 주변국가들이 이스라엘에 통합되거나 조공국이 되었다. 트랜스요르단 국가에 대한 다윗의 최초의 전쟁은 암몬과의 전쟁이었다. 암몬의 모욕에 격분한 다윗은 요압을 사령관으로 하여 암몬의 수도 랍바를 치게 하였다. 이 싸움은 아람족의 국가들이 암몬을 지원하는 바람에 장기간 계속되었지만 결국 랍바를 정복하고 암몬왕의 왕관을 취함으로 종식되었다(삼하 12:26∼31). 솔로몬 시대에도 암몬은 이스라엘의 속국이었으나 솔로몬은 암몬 여인을 사랑하여 그들의 신 몰록의 신전을 지었고(왕상 11:7), 암몬 부인의 소생인 르호보암이 왕위를 계승하였다. 암몬은 이스라엘의 분열왕국 이후 어느 정도 독립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기원전 853년 카르카르 전투에 동맹군으로 참여하기도 하다가 결국 모압과 마온 사람들과 함께 유다를 침공했다(대하 20:1). 유다왕 여호사밧의 대응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볼 때 암몬 등의 연합 세력이 강성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성경이외 암몬에 관한 문헌자료는 앗시리아 시기에 처음 나타난다. 디글랏 빌레셀 3세에게 암몬의 샤닙(Shanib) 왕이 기원전 733년에 조공을 바친 기록이 있다. 암몬의 마지막 왕은 예레미야서에 언급된 바알리스(렘 40:14)인데, 텔 우메이리에서 발견된 인장에는 바알-야샤로 새겨져 있었다. 바벨론 세력이 밀려오기 시작할 때 유다와 암몬은 서로 싸우기도 하고(왕하 24:2), 상호동맹을 맺기도 하다가(렘 27:3), 바벨론에게 모두 멸망한 것 같다. 페르시아 지배시기에는 도비야(Tobiah)가 관리로서 암몬을 관할한 것 같다(느 2:19). 하스모니안 시기가 되면서 마카비가 암몬의 서쪽 지역을 정복하였는데(1 마카비 5:6∼7), 이웃을 베레아(Peraea)라고 불렀다.

 2. 고고학 자료에 나타난 암몬

 고고학적으로 철기I기(주전 1200-1000년)의 암몬의 물질문화는 아직 모호한 상태이다. 다만 얍복강 남쪽에 위치한 텔 사합(Tell Sahab)에서 기둥을 가진 가옥과 목이 있는 큰 항아리, 옹관 등이 발견되어 팔레스타인과 물질문화적으로 유사함을 보여준다. 철기Ⅱ기(주전 1000-586년)의 고고학 유적으로는 텔 사합, 키르벳 하자르, 마다바의 분묘들이 있다. 1987년과 1989년 텔 엘-우메이리 발굴을 통하여 철기Ⅱ기에 만연되는 여인 소상이나 흙으로 만든 신전 모형, 인형관을 비롯하여 칼, 핀, 면도칼, 화살촉, 창날, 팔찌, 발찌, 귀걸이, 반지, 갑옷비늘 등 다수의 청동유물이 출토되었다. 고고학적 자료들이 특히 주전 8∼6세기 동안 무척 풍부해지는데 이는 암몬의 독립과 메소포타미아 세력의 유다와 이스라엘에 대한 간섭에 기인하는 것 같다. 이 시기에 암몬왕 암미나답의 신하들의 인장 두 개와 암몬의 신 밀곰을 언급하고 있는 명문, 암몬의 수도 암만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세워진 일련의 원형탑들은 꼭 언급되어야 할 것들이다. 주전 7세기 앗수르바니팔 치세 때 암몬 왕국은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된다. 고고학적 유물로 무덤에서 출토되는 소상들이 많은데, 탬버린을 든 여인상이 가장 흔하다. 남자상으로 말과 기수상이 대부분이며, 그 밖에 말과 낙타, 물고기, 이집트신 베스(Bes)의 소상들이 출토된다. 1989년 텔 자와(Tell Jawa)에서는 왕관을 쓴 남자의 두상이 발견되었으며, 명문이 새겨진 소상도 출토되었다. 그 가운데 돌로 만든 남녀 조각품들은 세워놓을 수 있는 입상들이며, 구레나루가 있는 남자와 실제 크기의 머리상 등의 모습이 키프러스와 페니키아의 예술과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주전 7∼6세기에도 암몬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계속 풍요를 누렸는데(렘 49장 참조), 암몬인들의 무덤에서 출토된 토기들은 페니키아와 앗시리아의 특징을 나타낸다.
 한편 암몬의 종교에 대한 지식은 아직까지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신명의 증거로 바벨론과 페르시아의 인장에 암몬의 국가신 밀곰(왕상 11:5)이 새겨진 예들과 밀곰의 신명을 개인 이름에 차용한 몇 개의 인장이 있을 뿐이다. 인신제사의 증거는 거의 없으며, 할례를 시행한 것으로 여겨진다(렘 9:25∼26).

한세대학교 구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