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자 <한국리더십센터 전문위원>

 인도의 간디는 무저항과 비폭력의 힘(?)으로 전 인도는 물론 영국까지도 그 앞에 굴복시키는 힘을 보였다.
 간디에게 어느날 한 어머니가 찾아왔다.
 “아이가 단 것을 덜 먹게 해주세요”
 “생각해 보지요. 1주일 후에 다시 얘기해 주세요”
 1주일 후에 간디는 소년에게 말했고 소년은 실천했다. 엄마가 간디에게 물었다.
 “왜 저번엔 말씀 안 하셨지요?”
 “그땐 저도 먹고 있었으니까요”
 그는 글을 쓸 때나 연설을 할 때나,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했다고 한다. 준비를 하면 아무래도 다듬게 되고, 그래서 가식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식 없는 삶….
 우리는 많은 것을 그럴 듯하게 꾸밀 수 있는 풍성한 자료더미 속에 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습득할 수 없는 지식이 거의 없다. 차근차근 연구하고, 깊이깊이 쌓아가고, 그 가운데서 하나의 명주실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가공된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나는 사순절 기간 동안 누군가의 조언을 받아들여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이전의 독서습관처럼 그냥 빨리 읽어 치운 게 아니라, 꼭꼭 씹어가며 천천히 읽었다.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와 존 번연의 <천로역정>. 두 권 모두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는 기독교의 고전 중의 고전이다.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이 “어구마다 토마스 아 켐피스의 심오한 신앙과 성실한 겸손과 순수한 경건이 마음의 진수에서 울려 나오는 낭랑한 은방울 소리처럼 표출되어 있다”고 소회를 피력했다는 <그리스도를 본받아>.
 내용 전체가 오직 성경 구절을 조합하고 각색하였으나, 그 어떤 멋진 인용이나 예화보다 힘이 넘친다.
 ‘크리스천’이라는 주인공의 순례의 길을 따라 세상의 곳곳을 들르게 되는 <천로역정>. 이 역시 마치도 성경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 것은 존 번연의 삶 전체가 성경을 생활화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요한 웨슬레 같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1백번도 넘게 읽었다는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고 겪게 되는 많은 사람과 장면들을 ‘크리스천’이 만나고 겪는 얘기들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매년 사순절 기간 동안은 이 두 책을 읽으면서, 그 순간이나마 아무런 가식 없던 첫사랑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보고 싶은데 잘 실현될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