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그리스 고전학자 윌리엄 로스는 “요람을 흔들어주는 손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그 세상을 다스리고 지배했던 것은 요람 속의 어린 생명들이 아닐까. 요람 속의 아기들을 건전한 자아상을 가진 성인으로 키우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2003년 3월20일. 세계는 숨을 죽이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켜봤다. 긴장과 적막감이 감돌고 있는 바그다드에 공습경보가 내려지는 순간 이번 전쟁으로 얼마나 무고한 생명들이 스러져야 하는가를 생각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태어나고 있는 생명들을 생각했다. 그 요람 속의 아이들이 성장해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때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가 오길 소망해 본다.
 이번 전쟁이 언제 끝날지 정확히 예상할 수 없지만 당분간 우리 경제도 위축되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심리적 공황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때일수록 가족 구성원이 서로 결속력을 다져야 한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진정한 용기란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는 것,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용기란 것을 가르쳐 주자. 이는 불의를 보고 참으라는 것이 아니라 유혹을 이길 수 있는 힘, 폭발하는 분노를 제어할 수 있는 힘, 나와 다른 의견을 수용하고 타협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이런 힘을 길러 주기 위해선 자녀들에게 건전한 자아상을 심어줘야 한다. 자녀들을 자주 포옹해 주자. 신체 접촉은 의식주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근원적인 욕구이다. 또 자녀들에게 소망의 면역체인 기도하는 것을 가르치라고 권면하면서 자녀들에게 실패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주자.
 “약할 때 자신을 분별할 수 있는 강한 힘과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태연하며…남을 정복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자녀, 장래를 바라보는 동시에 과거를 잊지 않는 자녀를 제게 주옵소서…”라고 간구한 맥아더 장군의 ‘자녀를 위한 아버지의 기도’가 가슴을 때린다.

이지현 기자(국민일보 종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