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바로보기 3 - 스타시스템의 과도한 의존

 어느 장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드라마에 있어서 스타시스템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성공적인 캐스팅이야말로 내러티브(이야기 구조)와 함께 드라마를 구성하는 중심요소인 ‘매력적인 캐릭터’의 창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트렌디 드라마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스타시스템은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장르의 특성상 트렌디 드라마는 내러티브의 완성도보다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더 열심일 수밖에 없다.
 드라마 제작과 관련된 스타시스템의 무분별한 도입은 지난달에 살펴본 외모지상주의적 가치관의 부정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멋지고 예뻐야만 PD의 눈에 띄어 드라마상의 중요한 배역을 맡고 이를 통해 결국 스타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연예산업에 있어 얼굴은 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지나친 스타시스템에의 의존은 몇 가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는데, 첫째, 스타급 연기자들에 대한 과도한 개런티의 지출로 제작비의 대부분이 사용됨으로써 기타 드라마 구성요소에 대한 상대적 가치가 절감되고 결국 전체적인 극 완성도의 저급화를 초래하게 된다. 드라마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일부 스타급 연기자들이 고액의 출연료를 챙겨가다 보니 나머지 배역은 출연횟수가 줄어들거나 아예 설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 드라마는 스타 혼자 만들어 가는 게 아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조연들이야말로 극적 재미를 배가시켜 시청자들의 눈길을 더 사로잡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만큼 연기력을 갖춘 조연들의 발굴 및 훈련은 중요하다.
 두 번째 문제점은 중복출연과 연관되어 있다. 소수의 스타들에게 출연기회가 집중됨으로써 시청자들은 동일한 출연자들이 여러 드라마에서 엇비슷한 배역을 연기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시청해야 한다. 이미 종영된 드라마이긴 하지만 KBS2일일드라마 ‘결혼합시다’에서 성공을 위해 사랑을 버리는 악녀로 나왔던 주인공 임지은은 MBC아침드라마 ‘황금마차’에서도 비슷한 캐릭터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신세대 스타로 주목받는 장신영의 경우, 현재 SBS일일드라마 ‘해뜨는 집’과 MBC주말연속극 ‘죽도록 사랑해’에 동시에 출연 중이다. ‘살인미소’ 김재원도 지난해 두 드라마에 동시에 출연하면서 ‘극과 극’의 인생을 살았다. SBS주말드라마 ‘라이벌’에서는 폭력조직의 말단 행동대원으로, MBC월화드라마 ‘내사랑 팥쥐’에서는 재벌2세로 중복출연하는 강행군을 시도했으나 시청률은 기대만큼 잘 나오지 않았다.
 제작진의 기대처럼 언제나 스타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기능하지는 않는다. 특급 스타들을 대거 출연시키고도 시청률 측면에서 참패하는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평범한 출연진으로도 선전(善戰)하는 드라마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본질이다. 드라마의 본질은 내러티브에 있다. 즉, 얼마나 내용이 알차냐는 것이다. 겹치기 출연은 드라마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할 뿐만 아니라 리얼리티를 떨어뜨려 결국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아 스타들의 생명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
 방송사와 제작자들은 무분별하게 스타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 공감할 만한 주제의식과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통해 시청자들의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오히려 시청률을 제고하기 위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프로그램도 그렇지만 TV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몰입 시청을 요구한다. 드라마 몰입시청 행태는 곧 TV드라마 속에 담겨지는 내용, 즉 가치관과 규범을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 혹은 무비판적으로 - 받아들이는 결과를 낳는다는 면에서 TV드라마 비판의 주요 논제가 된다. TV드라마를 통해 전달되는 가치관과 규범은 우리 사회가 지키고 가르쳐야 할 건전한 가치관과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매우 강력한 사회적 기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TV드라마의 경우, 절제된 시청태도를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드라마 속에서 아름답고 풍요로운 사랑과 멋을 맛보면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눈도 동시에 키워갈 수 있는 그런 TV드라마 시청, 즉 TV드라마를 바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일은 오늘날 현명한 TV시청의 기본인 셈이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