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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의 갈등

 

 

‘상대방에서의 역할 고려’ 갈등의 소지 극복할 수 있어


대부분의 경우, 결혼 전 상대의 역할에 대해 형상화
역할 조절 통해 하나님이 창조하신 가정 의미 느끼길

       
 
 본인의 주례로 결혼한 제자 부부가 결혼 2개월만에 찾아왔다. 이들은 대학 시절부터 6년 동안 교제하면서 교육 정도나, 인격의 유사성, 관심사, 같은 신앙적 가치, 맞벌이를 하는 경제 능력 등 비슷한 점이 많고, 자기들이야말로 이상적인 커플이라고 생각하여 결혼한다고 했다. 결혼 후 2개월 동안 거의 매일의 다툼으로 심기가 편치 않았다고 한다. 부부 사이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적과의 동침’이라고 신랑은 농담처럼 말한다. 이유인즉 맞벌이하는 관계로 집안 정리가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집안 형편을 보면서, 왜 집안 꼴이 이 모양이냐고 힐문하는 신랑에게 당신이 좀 치워 주면 안되냐고 반문하는 쪽은 신부였다. 이러한 것들이 다툼의 원인이 되었다.
 신랑은 평소 육군대령 출신인 아버지의 통제 밑에서 군대 내무반처럼 잘 정돈된 가정 분위기에서 자랐다. 거꾸로 신부는 장녀로 중2학년 때부터 어머니가 몸져누우면서 빨래, 취사, 청소 등 잡다한 가사 일을 아버지가 도맡아 주부의 역할을 하는, 정돈되지 않은 가정의 분위기에서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이들에게 있어서 혼전에 물어 보지 못했고 준비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각자가 결혼 상대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갖는 기대였다. 신랑은 아내에게 자기 어머니가 해왔던 깔끔하게 살림하는 주부를 원했고, 신부는 친정의 아버지처럼 가사 일을 돌보는 남편을 원하고 있었다.
 결혼이란 그 속에서 배우자들이 다각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한 단계라는 말은 진정 의미가 있다. 결혼을 예견되고, 학습되고, 수행되는 하나의 ‘역할’로 보면 유익하다. 사회학자들은 결혼에 적응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역할 취득’, ‘역할 수행’, ‘역할 갈등’ 그리고 ‘역할 조성’과 같은 용어들을 사용한다.
 위의 부부와 같이 결혼할 사람들은 자신들의 역할과 상대방의 역할을 마음속에 형성화한다. 이처럼 역할을 시작하기 전에 새로운 역할들에 대해 주관적으로 예견하는 것을 ‘역할 취득’(role taking)이라고 한다. 미로를 헤매고 있는 토끼는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길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그 능력이 한정되어 있다. 인간은 풍부한 언어와 머릿속에서 미로를 헤쳐 나가는 사고력을 정교하게 사용한다. 사실, 결혼을 결심하기 전 두 사람은 상대방과 결혼하면 남은 생애가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해 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러한 상상을 통해 정교한 상징적 미로 찾기를 시작한다. 두 사람은 마침내 취하게 될 새로운 역할들을 예견하면서 끊임없이 ‘역할 취득’에 몰두하게 된다.
 결혼의 조절을 성취하는데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또 다른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이다. 이에는 감정이입, 즉 세상을 남편과 아내의 시각에서 보고 배우자의 입장이 되는 능력이 요구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역할 취득’ 능력이 있는 사람은 결혼 적응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다. 중요한 것은 배우자가 상대방의 시각에서 사물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결혼 후에는 배우자들이 ‘역할 수행’에 몰두하게 된다. ‘역할 수행’이란 배우자의 역할을 실제로 정하고, 이 부분에 해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역할을 실제로 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두 사람은 수백 번 ‘역할 취득’에 몰두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실제로 그 역할을 맡을 때, 두 사람은 그것이 상상했던 것과는 다소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막 결혼한 부부는 배우자로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역할에 서툴다. 자신들이 신출내기 부부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을지라도, 이들은 아직 결혼한 사람으로서의 그들의 새 역할에 익숙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 역할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역할 수행’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조만간 그 역할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결혼 상대자로서의 ‘역할 수행’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 ‘역할 취득’기간에 형성된 기대들 때문에 결혼의 초기 단계에는 ‘역할 갈등’이 빈번하게 생기는 가운데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이것은 결국 혼란과 어려움을 낳는다.
 남편이나 아내로서의 새로운 역할에는 감정과 기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상당한 잠재적 갈등도 발생한다. 남편의 역할에 대한 남편의 정의와 아내의 정의는 일치하지 않는다. 남편은 남자가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반면에 아내는 설거지가 남편이 할 일 중 하나라고 여긴다. 아내는 자기 역할에는 가계 경제에 대한 책임이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편은 이것을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개념과 기대들의 차이가 ‘역할 갈등’을 낳는다.
 ‘역할 갈등’은 역할에 대한 기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역할 갈등’은 남편이나 아내의 결혼에 대한 미숙함이나 준비 부족이 필연적인 원인은 아니다. 역할 갈등은 훌륭한 대화와 갈등 해결 기술들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갈등 해결의 기술들을 찾아내고, 갈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서로 합의한 결혼 상대자들은 훌륭한 결혼 생활을 위한 견고한 기초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해결 방안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은 똑같은 갈등과 결혼 생활 내내 씨름하게 된다.
 각 개인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역할 수행’은 언제나 ‘역할 만들기’이다. 각 사람은 자신의 독특한 취향과 스타일에 따라 남편이나 아내의 역할을 수행하게된다.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역할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짓는다면, 그런 결혼은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건강한 결혼이라면, 배우자는 자신의 배우자가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목적에 따라 독특하게 개인의 역할을 조성하고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개인과 연합체의 질을 높여 주게 된다.
 역할 갈등의 해결, 새로운 역할 수행의 능력을 취득하면, 끝으로 결혼 생활에 있어서 ‘역할의 조절’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결혼 역할이 만족되어야 하고 자신의 역할도 만족되어야 한다. 양쪽 모두가 결혼 관계로부터 성취감과 즐거움을 이끌어 내야 한다. 건강한 부부는 서로에 대한 서약과 관계로부터, 그리고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의 결혼 제도로부터 서로의 역할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융통성과 열린 마음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한세대 상담학 교수

 

기사입력 : 2003.04.04. pm 14:07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