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에 담김 장애어린이 사랑

김장환 목사 사모로, 교육가로 헌신
선교사적 사명 감당한 43년 한국생활

 트루디 김 사모(중앙유치원 원장, 수원중앙침례교회)

수원에 있는 중앙기독초등학교에 가면 미국식 정통 파이를 맛볼 수 있는 파이가게가 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학교건물 안에 있지만 파이를 사려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곳을 찾는다. 이곳의 안주인 트루디 사모는 6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가 넘도록 쉬지 않고 파이를 만든다. “두 손은 일을 하고 마음은 하나님께로 향해야 한다”는 그의 가훈처럼 말이다.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파이가게는 트루디 사모가 8년째 운영하고 있다. 극동방송 사장?세계 침례교회회장?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 김장환 목사의 사모이자 중앙유치원 원장이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열심히 파이를 굽는 할머니가 된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들도 인정한 명품 파이를 만드는 이곳은 파이를 굽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중앙기독초등학교와 중앙유치원의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편안한 곳, 또한 아이들이 교사와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기에 많은 사랑을 받는다. 그래서 여기를 ‘사랑이 부푸는 파이가게’라고 부른다.
 올해로 한국에서의 생활이 43년째로 접어드는 그는 ‘뿌리내린 곳에서 활짝 꽃피어라’는 좌우명에 따라 지금도 항상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이웃을 섬기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트루디 사모는 지난 1960년 남편 김장환 목사를 따라 한국에 왔다. 샌드위치와 버터에 익숙한 생활을 접고 된장찌개와 청국장을 만들게 된 그녀는 지금 누가봐도 한국 사람이다. 하지만 1960년 한국에 발을 내딛은 그녀는 낯선 이방인일 뿐이었다. 그 당시 한국은 유교와 토속신앙에 사로잡혀 있어 복음을 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녀는 우선 가족부터 전도하기 위해 14식구나 되는 큰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모든 것이 신기했어요. 처음엔 화장실에 문을 잠그는 장치가 없어 당황하기도 하고 젓가락을 사용하는 법도 몰라 음식을 떨어뜨리기도 했었죠. 특히 한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시어머니께 꾸중도 많이 들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재미있네요”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수원여중에 들어가 3년 동안 공부를 하고 대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대화를 나눴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을 모르는 마을사람들에게 항상 따뜻하고 자상하게 예수님의 말씀을 전해주었고 이웃들은 언제든 그의 집을 찾아 고민을 나누고 상담을 했다. 
 “혼자 있을 때가 많았지만 두려움 없이 보낼 수 있던 것은 예수님이 저와 함께하시기 때문이지요. 제게 항상 큰 힘과 위로가 되신 분이시니까요”
 그의 43년 한국생활 이야기는 지난해 12월 펴낸 「사랑이 부푸는 파이가게」라는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
 미국 미시간 주의 중산층 가정에서 4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신실한 크리스천 부모 아래 모태신앙으로 자랐다. 12세 때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청년집회에 참석해 성령을 체험하게 됐고 그 해 여름 캠프에서 선교사의 비전을 품게 됐다. 
 교육학을 전공한지라 늘 아이들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던 트루디 사모는 어느날 매산초등학교 교사를 알게 됐다.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한글을 가르쳐주는 헌신적인 교사의 모습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게 됐다. 그 교사에게 필요한 도움을 준 것이 유치원과 학교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1978년에 개원한 중앙유치원은 일반아동과 장애인 아동의 통합교육으로 실시했다. 처음에는 특수교육학과를 따로 두었지만 일반아동과 장애아동을 구분짓는 것보다 함께 교육을 하는 것이 더욱 효과가 높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통합교육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이 창의력이 높아 주변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얻었다. 지난 1989년에는 큰 아들 김요셉 목사가 미국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초등학교를 세우게 됐고 그 곳이 지금의 중앙기독초등학교다.
 가진 것이 없었지만 때맞춰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설립했다고 고백하는 트루디 사모. 중앙기독초등학교는 그 마음처럼 아이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심어준다. 체육시간에도 장애우와 함께 한 조를 이뤄 행동하며 협동심과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특수아동을 위한 교육은 일반 아동보다 세 배의 비용이 더 들지만 이곳에서 장애아동의 학비는 일반아동과 동일하다.
 그 이유는 트루디 사모가 파이를 만들어 나오는 수익금이 전액 장애아 특수교육에 충당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6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유치원 원장으로 있으면서 월급을 전부 유치원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
 “그 당시 한국은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지요. 장애우들을 편견없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유치원 때부터 함께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특수교육을 시작하게 했어요. 어릴적부터 함께 자라면 다 같은 친구라고 느끼게 되고 어른이 되어도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죠”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중앙유치원과 중앙기독초등학교, 그리고 파이가게. 지금 그는 어릴적 꿈처럼 한국으로 파송된 선교사로의 일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열두 살 때 살아계신 예수님을 체험한 이후 53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나님은 항상 동일하시고 힘이 되주시는 분이었어요. 늘 저와 함께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지요. 낯선 땅에 와서 적응하고 이웃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모두가 예수님이 주신 사랑 때문입니다” 트루디 사모에게 예수님은 항상 도와주시고 함께 해주시는 분이었다. 
 자신이 체험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한국에 와서 전하고 있는 트루디 사모. 그는 오늘도 아이들을 위해 사랑이 가득 담은 파이를 굽는다.

글/이미나 기자 mnlee@fgtv.com
사진/김용두 기자 ydkim@fg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