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행복 프로듀서 송길원(하이 패밀리 대표)

“이것 아니면 저것”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획일적 사고가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다”고 여기는 이중적 사고로 바뀐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요즈음 들어서는 이중적 사고를 벗어나 아예 다중적 사고를 하는 세대가 되었다.
  그래서 다중적 사고는 놀이문화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멀티 태스킹이 가능하다. 술 먹다가 당구 치고 당구 치다 볼링하고….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다.
  옛날 어른들이 던지는 가장 큰 질책은 “너는 정신을 어디다 팔고 다니냐? 공부를 할려면 하고 말려면 그만두든지. 너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냐?” 이런 식이었다. 오직 하나였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아이는 놀지 못하고 잘 노는 아이들은 공부를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공부하는 날나리”가 가장 모범생이 된 세대다. 놀기도 잘하고 공부도 잘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이미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되고 있다. ‘닮았다’(analogue)는 그리스말에서 유래한 아날로그가 어떤 자료를 연속된 물리적 양으로 나타낸 것이라면 디지털(digital)은 자료나 측정결과를 수치로 바꾸어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디지털은 생활리듬과 스타일에 필연적으로 변화를 가져온다. 의식주는 물론 사람들의 생각자체를 바꾸어 놓는다. 예를 들면 아날로그는 24시간을 3으로 나눠 8시간은 일하고 8시간은 자고 8시간은 쉰다. 하지만 디지털은 일하는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24시간 연속으로 일할 수 있고 24시간 내내 잘 수도 있다. 생산성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디지털의 실체는 유연함과 무정형에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는 패권주의가 강하다. 하지만 디지털 사업은 싸우는 게 아니다. 아날로그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지만 디지털 경제는 플러스 섬이다. 윈윈(Win-Win)게임, 즉 일종의 상생(相生)이어야 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아날로그 행복은 소유에 있다. 많이 모아야 한다. 그래서 움켜쥐려고 덤빈다. 하지만 디지털 행복은 누리는 데 있다. 그리고 나누는 데서 기쁨을 얻는다. 아날로그식 행복은 홀로 이겨야 한다. 그러니까 부부간에도 묘한 경쟁이 있다. 하지만 디지털식 행복은 내가 중요한 만큼 상대방도 중요한 것을 인정한다. 상대방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고 믿는다. 모든 정보를 남편 한 사람이 독점을 하고 남편의 행불행이 모든 가족의 행불행이 되는 것이 아날로그 방식이었다면 디지털은 모든 정보를 DB(데이터베이스)화한다. DB만이 아니라 모든 가족이 ‘함께’ 행복의 주인공이 되는데 있다.
 행복은 더 이상 외형에서 있지 않다. 진정한 행복은 고달프고 힘든 삶일지라도 함께 나누는데 있다.
 컴퓨터도 업그레이드를 해줘야 하듯이 우리의 가정관과 부부역할도 업그레이드를 해 줘야 한다. 디지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