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목사(국민일보 사목)

 해마다 명절이 되면 고향을 향한 행렬이 길게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소 같으면 짜증이  날만도 한데, 고향을 향한 설레임에 저마다 밝은 얼굴들이다.
 이처럼 인생에는 사람의 마음마저도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들이 있다. 그런 의미 있는 시간들은 인생의 긴 여정 속에서 삶의 활력을 더해주며, 사람들은 그 시간 시간들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즐거워한다.
 그러나 이런 가치 있는 시간들 속에서 쉽게 잊혀져 가는 더 많은 시간들이 있다. 아마도 우리가 지나치는 지금 이 순간도 1초, 1초 흐르고 있지만 그것을 인식하며 살기엔 너무도 하찮게 보이는 시간들이다. 인간이 과연 1초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2백m 세계신기록 보유자 ‘황금신발’ 마이클 존슨(31)이 11년만에 남자 4백m 세계신기록을 경신했다. 그의 세계신기록 수립은 그 엉성하게 달리는 폼만큼이나 주목받기 충분한 사건이었다. 존슨은 스페인 세비야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제7회 세계 육상선수권 남자 4백m결승에서 43초 18를 기록하며, 88년 버츠 레이놀드가 세운 종전기록 43초 29를 11년만에 0.11초 앞당겨 세계를 놀라게 했던 것이다.
 또 호주 멜버른에서 벌어진 2001-2002월드컵쇼트코스수영대회 5차 시리즈 남자접영 50m에서 제프 휴길(호주)이 22초84를 기록, 지난 1월 마크 포스터(영국)가 세운 종전 세계기록(22초87)을 0.03초 앞당기며 우승했다.
 이들에게 있어서 1초는 놀라운 시간이다. 이들은 1초, 아니 백분의 일초를 두고 경쟁하여 이긴  승리자들이다. 그들에게 있어서의 1초는 우리가 느끼는 1초의 가치보다는 분명 값지고 소중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인식을 하지 못하고 살아가기 때문이지 우리에게 있어서의 1초의  가치는 운동선수만큼이나 값진 시간이다. 1초를 참고 신중히 생각 할 수 있는 사람은 큰 싸움을 막을 수 있고, 자신과 더불어 남에게 유익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조급하거나 순간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빨리 결정하고 많은 시간을 후회하며 지내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그 만큼 우리가 쉽게 지나치기 쉬운 1초의 결정은 인생을 변화시키고 황금 알을 낳게 하는 귀중한 시간인 것이다.
 아이가 탄생하는 그 순간, 울음을 터뜨리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그 순간의 1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과 소중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일 것이다. 또한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의 임종을 지켜봐야 하는 자녀들,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을 앞둔 사람들에게 있어서의 그 1초는 보잘것 없게 여기기 쉬운 1초의 개념이 아닌 돌이킬 수만 있다면 수많은 시간과도 바꾸고 싶을 안타까운 시간일 것이다.
 이처럼 인생에 가장 귀중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소홀히 지나치기 쉬운 1초의 시간이다. 목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강단에서 설교하는 1초, 1초의 시간들, 사람들을 만나고 상담하는 1초, 1초의 시간들, 이런 순간의 시간들 중에 단 1초라도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간다면 바로 그 1초가 그 영혼을 살리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돈과 명예와 부를 얻으려고 살고 있지만, 그들 자신도 모르게 많은 것을 잃으며 살고 있다. 시간은 사람들에게 돈과 명예와 부를 가져다 줄 수 있지만, 돈과 명예와 부는 우리에게 시간을 가져다 줄 수는 없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전 3:1)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우리가 삶에 있어서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인 것이다. 얼마나 그 시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그 1초는 인생의 대 역전을 가져오는 황금 알이 될 수도 있고, 그냥 지나치는 수많은 시간들 중의 극히 작은 시간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