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세상 향해 활짝 열린 사랑방

성경옮겨쓰기 전개하며 말씀속에 담긴 주의 은혜 체험
선교회 조직, 인근 공장 및 재소자 복음화 위해 사명 감당
      

 김태환 장로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화장품 견본용기 전문 생산업체 세진실업. 여러 공장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골목으로 들어서면 ‘사랑방선교회 / 세진실업’이라고 크게 쓰여진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본래 세상에 먼저 등장하게 된 것은 세진실업이었다. 대표인 김 장로가 예수님을 영접하고 난 후 뒤늦게 설립한 것이 사랑방선교회인데, 어찌 된 일인지 아우가 형님을 제치고 그 이름을 앞에다 내걸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그렇다 해도 아무도 싫은 소리 한 마디 한 적이 없다. 세진실업 식구라면 누구나 사랑방선교회의 사역이 얼마나 소중하고 뜻 있는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김태환 장로를 ‘대단한 분’이라고 평가한다. 남들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사용하고 계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된다고. “한 사람이 복음으로 변화되니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사람의 변화,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예수님을 영접하기 이전의 자신을 ‘추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표현하는 김 장로. 그러던 어느 날 한 가지 원리를 깨달은 그는 그 길로 교회를 찾았다.
 “한 달에 25일은 술에 찌들어 살았고 담배는 하루에 두 갑씩 피웠을 정도로 영혼이 갈급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땅속의 뿌리가 제 역할을 해야 가지도 나고 꽃도 피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뿌리는 부모이고 가지와 꽃은 자녀라고 생각하니, 과연 지금의 내 모습을 내 자녀들이 어떻게 볼까 의문이 생기더군요”
 두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리라 마음먹은 그는 변화된 삶을 살기 위해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180도 변화된 제2의 인생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게 잘 풀린 것은 아니었다. 가족들은 확연히 달라진 그의 행동을 부담스러워했고, 직원들 역시 예전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터라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김 장로의 마음 고생도 많았지만 직장 복음화를 위한 걸음은 멈출 수가 없었다. 사훈을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자,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자, 창조섭리의 질서를 지키자’로 바꾸고 매주 월요일 직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는데, 이듬해인 1992년 아예 사랑방선교회를 설립하고 성전도 마련했다.
 현재 사랑방선교회가 주력하고 있는 사역은 직장 복음화와 성경옮겨쓰기운동. 특히 1995년부터 전개된 성경옮겨쓰기운동은 성경을 그대로 필사해서 가정예배용으로 사용하는 것. 한 글자씩 정성을 들여 옮겨 쓰면서 성경을 정독할 수 있고, 자녀에게 교정을 보게끔 하면 자녀 또한 성경을 일독하는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김 장로 역시 성경필사를 통해 큰 은혜를 체험한 장본인이기에 이 운동을 활성화시키는 데 더욱 주력하고 있다.
 “하루에 3∼4시간씩, 7개월 만에 구약을 다 쓰고 나니 교만한 마음이 생겼는지 신약을 쓸 때는 좀 게으름을 피우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가정과 회사에 안 좋은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게으름을 회개하고 신약을 완성하고 난 뒤 아내가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는 기쁨을 맛보게 됐습니다”
 이후 김 장로는 세 차례 더 성경을 완필했고, 두 아들에게도 차츰 변화가 일어났다. 9년째 계속되어 오고 있는 성경옮겨쓰기운동은 매년 동참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 성경전서를 완필한 개인회원이 약 3백40명에 달하고, 49개 교회에서는 성도들이 힘을 합해 강대상용 성경을 완필했다. 이 운동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게 되면서 김 장로는 강의 요청에 응하느라 더 바빠졌다. 한 달에 4∼5번 정도는 성경옮겨쓰기운동을 전파하는 강사로 나서고 있다. 그가 직접 제작한 성경필사노트는 지금까지 전국에 1만2천여 권이 배포됐다.
 인근에서 사랑방선교회는 꽤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 매일 찬양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에서는 매주 수요일이면 인근 공단 근로자들을 초청해 수요예배를 드리고 먹거리를 나누며, 이·미용 봉사도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 달에 5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선교회에 드나들고 있다. 선교회 사무실 앞에 마련된 커피 자판기는 인근 근로자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돼 있는데, 하루에 2백잔 가까이 소요될 만큼 인기가 좋다.
 “요즘 들어 공장 근로자 중에 외국인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좀 어색해하더니 지금은 어눌한 발음으로 ‘장로님, 장로님’하며 따릅니다. 저는 그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예수님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복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는 김태환 장로. 세진실업 가족 중에 7년 만에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이도 있다. 김 장로는 한 영혼의 소중함을 안다면 이 사역은 결코 멈출 수도, 멈춰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교도소 재소자들을 향한 문서선교도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시작했다. 1년 6개월 동안 60명의 재소자들에게 성경과 오늘의 만나를 제공해 주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을 위한 중보자들을 모아 ‘두란노기도회’라는 기도 체인을 만들어 놓았다.
 김태환 장로는 새로운 사역들도 계획하고 있다. 5층 건물을 지어 성전을 더 확장하고 근로자들을 위한 무료 결혼식장도 꾸밀 계획이라고. 이 장소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위한 세미나 장소로도 활용할 생각이다. 공장 주변 1천5백평 부지에는 상가를 지어 그 수입을 선교기금으로 사용하고자 준비하고 있다니 김 장로의 사역은 앞으로가 더 기대해봄 직하다.
 자신에게 있어 예수님은 친구 같은 분이라고 고백하는 김 장로. 그래서 예수님이 가신 길을 마땅히 따라가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사람의 영혼 깊은 곳까지 감찰하시는 하나님 앞에선 그 어떤 것도 숨길 수 없다고 되뇌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합니다. 우리의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겠지만 영혼은 하나님께서 거둬 가신다는 절대불변의 진리는 늘 저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지요”
 분명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태환 장로를 만나면서 삭막한 세상의 목마름을 적셔줄 오아시스를 만난 듯한 반가움이 느껴졌다.

글/윤은정 기자 ejyun@fgtv.com
사진/김용두 기자 ydkim@fg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