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와 함께 이어진 골반측만 주의 은혜로 고침받아

송정이 집사(은평대교구)

 2001년 4월, 부활절을 전후하여 나의 힘든 여정이 시작됐다. 예전에 없던 통증이 왼쪽다리에서 느껴졌고 참다 못해 동네 병원에 가서 X-ray를 찍은 결과 디스크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X-ray 사진을 통해 골반이 왼쪽으로 틀어져 있는 것도 발견이 됐다. 너무나 뜻밖의 결과였지만 ‘골반 측만’은 무시한 채 ‘디스크’가 그다지 심한 정도가 아니라는 말에 곧 회복되리라는 생각으로 생활을 계속했다. 베데스다성가대에서의 찬양 사역과 새롭게 조직된 셀의 리더로서의 의무,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 선교후원실 봉사 등 그 당시 내가 맡은 일들을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5월에 들어서면서 간단한 치료와 약만으로는 통증이 해결되지 않아 ‘추나요법’으로 유명하다는 강남의 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봤지만 결과는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였다. 4, 5번 척추는 입원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고 급기야 척추가 휘기 시작했다. 똑바로 서는 것이 고통 그 자체였고 양쪽 어깨의 균형은 아무리 큰 옷을 입어도 맞춰지지 않았다.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나는 6월 3일부터 40일작정 새벽기도에 들어갔다. 집에서 7∼8분 거리의 기도처를 가려면 30분이나 걸렸고 땀을 비오듯 흘려야 했다. 제대로 앉을 수도 없는 처지에 고통의 눈물이 흘렀고, 앉으면 일어설 수가 없어 회개의 눈물이 흘렀다. 통증이 나의 모든 생활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자세를 잡는 것 자체가 힘드니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없었고 심지어 기도하는 것과 예배 드리는 것까지 불가능해져 갔다.
 그래도 예배 드리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목사님의 설교 구절 하나하나가 내 뼈 속에 스며드는 양약과 같았다. 내가 매달릴 곳은 오직 하나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회개와 간구로 하나님께 나아갔다. 통증이 너무 심해 정신이 혼미했지만 그래도 성경 읽기는 계속되었고, 말라기 4장 2절 말씀에서 감사의 통곡을 하고 말았다.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발하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같이 뛰리라” 이것이 바로 나에게 주시는 약속의 말씀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나는 다시 활기를 찾았다.
 하지만 활기를 되찾은 나의 속사람과는 달리 내 육신은 더 처참해졌다. 척추는 아예 S자로 휘어져 치료하는 의사들을 당혹하게 했고 급기야 목디스크까지 생기고 말았다. 영영 장애인이 될 것 같은 분위기에 남편과 세 자녀들은 연일 기도에 매달렸다. 교역자들의 뜨거운 기도와 교구 식구들, 베데스다성가대원들, 선교후원실 임원들의 중보기도는 내가 더욱 굳건하게 설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던 중 7월 1일 밤에 꿈을 꾸게 됐다. 꿈에 나타난 조용기 목사님이 예수 이름으로 귀신을 쫓으시더니 “왼쪽 허리와 엉덩이 사이의 뼈가 문제였군”이라고 하면서 그 뼈를 뺐다가 다시 끼는 것이 아닌가. 꿈이 깬 후 나는 몇달 만에 처음으로 기지개를 크게 켤 수 있었다. 그 날부터 나는 다니엘기도에 돌입했다. 눈에 보이는 것은 휜 척추이지만 나는 꿈속에 본 것처럼 척추가 원상태로 돌아올 것을 믿고 바라보기로 했다.
 다니엘기도가 거의 끝나갈 무렵, 나는 우연히 서점에서 디스크 관련 책을 접하게 됐고 그 병원을 찾아갔다. 그것은 분명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 병원의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가 모두 신실한 순복음 사람들이었고, 그곳에서 치료를 받은 지 2주만에 허리와 목 디스크, 골반 측만은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완전히 고침받은 것을 확인한 것은 10월 19일, 잠실성회가 있던 날이다. 각 교구마다 큰 깃발을 흔들게 되어 있는데 왠일인지 그 날은 교구장님이 나에게 그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대부분 힘 좋은 남자 성도들이 맡는 것임에도 말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깃발을 붙잡은 나는 힘껏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제대로 설 수조차 없던 내가 아무런 통증 없이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눈에서는 계속 감사의 눈물이 흘렀고 그렇게 고통의 여정은 막을 내렸다.
 나를 다시 소생시키신 하나님, 이 일을 겪으면서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기에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오늘도 고백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