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순 성도(종로중구대교구, 왼쪽)

약물과다에 따른 부작용, 주의 은혜로 치유 돼

 하나님은 기도하는 자에게는 언제나 좋은 것으로 채워주시는 분이시다. 비록 벗됨을 인하여서는 주지 아니할지라도 그 강청함을 인하여서는 그 소용되로 주신다하신 말씀을 나는 20년이 지나서야 체험하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20년 동안 한 기도제목을 위해 기도하게 된 것은 1981년 1월 11일 남편에게 닥친 불화 때문이었다. 으스스한 몸살 기운에 동네 약국에서 약을 지어먹은 남편은 낫는 기운이 없다며 다른 약국에서 다시 약을 지어 먹었다.
 그리고 1시간 후, 남편은 빈사 상태에 빠졌다. 온몸에 열꽃이 피어오르고 열이 올라 남편은 죽은 사람처럼 가만히 누워만 있었다. 동네 병원에서 의사가 왕진을 왔지만 “큰 병원으로 빨리 옮기라”는 말만 거듭할 뿐, 어떠한 처방도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남편을 데려갔다. 거기서도 더 큰 병원으로 가야된다고 말했다. 결국 남편과 나는 서울대병원으로 갔고 담당의사는 진찰 후 마음에 큰 각오를 하라고 말을 건냈다.
 화상을 입은 환자처럼 온몸에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떨어져 나가, 치료를 위해 바세린 거즈를 붙일 때마다 붉은 피가 거즈 위로 배어 나왔다. 간호사들도 주사 놓을 곳이 없다며 전전긍긍했다. 남편의 손톱 발톱은 온데 간데 없이 모두 빠져버렸다. 사망의 문턱에서 남편은 몇 일 동안 생사의 긴 싸움을 벌였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행여나 남편이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다행히 한달 동안 집중 치료를 받자 남편의 상태가 조금 호전되었다. 치료를 계속해야 했지만 남편과 나는 병원비 5백 만원이 없어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 병원측에서는 퇴원을 권유했고, 나는 남편을 데리고 이틀에 한 번씩 통원 치료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살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남편은 눈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유명하다는 병원, 한의원 등을 전전했고,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심정에 굿까지 벌였다.
 나는 그때까지 남편의 병명조차 몰랐다. 1년 여가 지나서야 공안과에서 약물 부작용에 따른 ‘스티븐 존슨병’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부작용은 결국 실명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된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 어둠 가운데서 몇 개월을 보낸 남편과 나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로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면 남편을 고칠거라는 확신을 갖고 밤낮 기도하고 또 눈물로 기도했다. 낮에 아무도 없는 집에서 기독교방송과 조 목사님의 설교테이프를 들으며 믿음을 얻은 나는 지난날의 나의 잘못을 떠올리며 하나님께 회개했다. 무엇보다 나는 긍정적인 믿음을 갖도록 기도했고, 또한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언젠가는 남편의 눈을 치료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하나님이 무언가 우리 가정을 위한 깊은 뜻을 가지고 계실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위로 받으며 하나님을 알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변화돼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또 이 세상엔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도 많다는 것도 알게 됐고 감사란 것도 알게 됐다. 
 나는 하나님께 우리 가정의 처지를 매일 눈물로 호소했다. 남편이 다시 빛을 볼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하나님으로부터 응답의 얻게 되었다. 1999년 남편의 주치의였던 의사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인공각막을 이식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인공각막 시술을 했다하더라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사의 말에 그래도 하나님이 도우실 거라는 믿음으로 남편을 데리고 시술을 했다. 시술은 성공적이었다. 오른쪽 한쪽 눈이긴 하지만 0.3이란 시력이 돌아왔다. 그렇게 20년 동안 깜깜한 세상을 살다 인공각막 이식 수술을 받고 남편은 ‘빛’을 찾았다. 20년만에 눈을 뜬 남편은 먼저 하나님께 감사의 고백을 드렸다.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면 분명 밝고 찬란한 빛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하신 목사님의 말씀에 희망을 잃지 않고 기도한 것이 응답으로 나타났다. 남편은 현재 60세가 되었지만 오히려 세상엔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잃은것 보다 얻은것이 많다하며 눈물로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앞으로 나는 남편의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면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살아갈 것을 하나님께 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