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호 안수집사(논설위원, 한국국방연구원 행정학)

 인간의 판단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거나 토지 등의 기업을 분배함에 있어서 공정한 의사결정이 요구될 때, 성경은 제비뽑기를 통하여 해답을 찾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과학화·세계화 시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라고 지레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제비뽑기에 의한 결정이 가장 민주적이고 공정한 결정이었음은 다음과 같은 성경의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요나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니느웨가 아닌 욥바로 내려가 다시스로 가는 배를 탔을 때 엄청난 풍랑을 만나게 되었다. 이 때 누구의 잘못으로 이런 재앙을 당하는가를 가리기 위하여 제비뽑기를 실시한 결과 바로 요나가 뽑히게 되었다(욘 1:7). 결국 요나는 바람이 잔잔하도록 자기를 바다로 던지라고 말했다. 한편 유대민족이 홍해를 건너 40년 동안 수루 광야를 지나 가나안이 내려다보이는 모압 땅에 이르렀을 때 하나님은 모세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너희는 지파별로 제비를 뽑아 땅을 나누어 차지하라. 큰 지파는 큰 땅을 차지하고 작은 지파는 작은 땅을 차지하여라. 제비를 뽑아 나오는 대로 자기 것으로 삼아라(민 33:54)” 이와 같이 토지를 나누어 가진 결과 이스라엘 12지파가 분란 없이 가나안 땅에 정착할 수 있었다.
 보편적 민주가치와 제도로 정착되어 있는 국민의 평등·직접·비밀·보통·자유선거야 말로 성경에서 말하는 제비뽑기의 다른 형태인 것이다. 이 나라의 지도자인 대통령은 후보자의 부단한 노력과 능력이 주님께 상달되어 그분의 뜻대로 당선될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 유권자는 작정하신 하나님의 뜻을 인간의 판단으로 대행할 따름이다.
 12월 19일은 앞으로 5년 동안 이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다. 체육관 선거라는 지겨운 독재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국력의 낭비와 인권의 유린을 감수해야 했는지 다시 한번 회상할 필요가 있다.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한 소중한 대통령 선거도 벌써 4번째를 맞이하게 되었다. 유권자, 특히 믿음의 형제 자매들은 주님의 뜻을 대행하는 제비뽑기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단일화 합의결정과 불법선거 운동의 자제 등 과거보다는 많은 발전을 가져왔지만, 아직도 근거 없는 흑색선전과 중상모략 등 혼탁한 선거풍토는 일소되지 못하고 있다. 믿음의 형제 자매들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어떤 형태의 비이성적인 언행도 자제하여야 한다. 더불어서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데도 많은 기도와 분석을 통하여 참다운 지도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옥석을 가려서 투표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투표 결과 당선된 대통령은 주님의 뜻대로 선출되었다고 믿고 건전한 제언과 성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선거제도는 민심이 집약되어 투표로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에, 제비뽑기와 다름없는 대통령 선거는 더욱 거룩할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참다운 지도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협력하여 중보기도를 아끼지 않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