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군사분야 융성… 영적으로는 타락해 후대까지 악영향

바알과 앗라 숭배, 극심한 가뭄 심판 초래
이스라엘 타락시킨 ‘가장 악한 왕’으로 기억돼

 아합은 북왕국 초대 왕인 여로보암으로부터 내려온 금송아지 숭배에 덧붙여 바알 멜카르트 숭배을 도입하여 이스라엘을 타락시킨 악한 왕 중의 악한 왕이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정치적 업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악한 왕의 표본으로 인식되었다. 그 까닭은 아합이 하나님을 배반하고 우상숭배를 공식화했기 때문이었다.

 1.아합의 외교정책
 아합은 팽창하는 북방의 아람을 격퇴하거나 화친함으로써 아람의 세력을 효과적으로 저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합이 통치하던 대부분의 시기는 아람의 위협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에 유다와 페니키아(두로) 등 주변국가들과 동맹관계를 맺는 정책을 지속하였다. 아합은 그의 딸 아달랴를 유다의 여호람에게 출가시킴으로 평화상태를 견고히 하였으며, 아합 자신도 시돈 왕 엣바알의 딸 이세벨과 결혼하였다(왕상 16:31). 시돈과의 동맹으로 갈멜산 지역이 명확하게 아합의 영토가 되었고, 더욱이 분쟁의 종식과 함께 지중해 무역이 활기를 띄게 되었다. 또한 블레셋과의 국경분쟁도 끝나게 되었고, 요단 동편의 모압에 대해 정치적 지배권을 획득함으로써 모든 국경지대에서 전쟁이 끝나게 되었다. 앗수르의 살만에셀 3세와 싸운 카르카르 전쟁 기록을 통해 그 당시 참전했던 지중해안의 12개국 연합군들과 국력을 비교해 보면, 아합은 3번째 언급되었으나 가장 많은 병거를 지원했으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가위상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2.아합의 종교정책
 아합은 국내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스라엘 주민과 전부터 거주하던 가나안 주민들과의 균형을 유지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아마도 아합은 가나안 주민을 위해 새 수도 사마리아를 건설했고, 이스라엘 주민을 위해서는 이스르엘에 왕궁을 따로 건설한 것 같다. 이같은 아합의 균형정책은 종교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가나안의 바알제의가 이세벨 왕비의 후원 아래 바알종교가 특별한 국가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사마리아의 바알은 이세벨의 고향 베니게에서 섬기던 멜카르트(Melqart)로 여겨지는데, 아합은 사마리아에 바알 신전을 건설하고 바알제단과 아세라상을 세웠다(왕상 16:32-33).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합이 그 두 아들 아하시야와 여호람의 이름에 야웨의 축약형을 넣어 지은 것을 보면, 아합 자신은 명목상으로 야웨 신앙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합의 종교정책은 철저한 야웨 신앙인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엘리야의 극렬한 저항을 받게 되었다.
 엘리야는 바알과 아세라 숭배로 물든 이스라엘에 하나님의 심판인 가뭄을 선포하였으며, 가뭄이 끝날 무렵 갈멜산에서 바알 선지자들과 대결하여 그들을 처단하고 야웨 하나님을 높였다. 엘리야가 갈멜산에서 대결한 바알 제사장들 중에는 도르(Dor)의 제사장들도 있었을 것인데, 도르에서 발견된 페니키아 전통을 보이는 아스다롯 신상이 그 사실을 증거해 준다. 이 여신상들은 유다와 블레셋의 것들과 매우 다르며 머리장식은 이집트의 하돌을 닮았다. 그러나 도르에는 야웨의 신전도 있었을 것이며, 그 사실을 증거해 주는 야웨의 축약형 이름이 들어간 제사장의 인장도 발견되었다. 틀림없이 도르의 신전에서는 유다 남쪽에 위치한 쿤틸렛 아즈루드에서처럼 야웨와 여신을 함께 섬기는 혼합종교 제의가 시행되었을 것이다.

 3.건축왕 아합
 이스라엘 역사상 3대 건축왕으로 솔로몬과 헤롯, 그리고 아합을 손꼽는다. 아합은 헤롯과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한데 위대한 건축가였으나 존경을 받지 못했으며, 헤롯이 가이사랴 항구를 건설한 것처럼 아합 왕도 도르 항구를 건설하였다. 그는 페니키아인들과 해상무역을 하고, 함께 해외무역에 참여할 수 있는 항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 사마리아에서 발견된 ‘야웨의 배, 메라브의 아들’이라고 쓰여진 히브리어와 배 그림이 새겨진 인장은 하나의 증거가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합은 부왕 오므리가 시작한 수도 사마리아 건설을 완성했다. 또한 예후가 무너뜨려버린 바알 신전과 상아궁을 건설했다(왕상 22:39). 20세기 초에 발굴된 사마리아 궁전터에서는 이집트 양식을 반영하면서도 페니키아의 기원을 보여주는 상아편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특히 하솔의 거대한 성벽과 므깃도의 마굿간은 아합 시대의 번영을 말해준다. 이전에 솔로몬 시대의 것으로 여겼던 므깃도의 마구간은 오늘날 아합 시대의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그 용도는 마구간이라기보다는 창고나 수비대 병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하솔과 므깃도의 수자원 시설은 놀랄만하다. 물을 수로를 통해 끌어와 수직갱구(하솔 30m, 므깃도 35m 높이)에서 물을 긷도록 고안되었다. 당 시대의 걸작품임에 틀림없다.

 이와 같이 아합은 신앙적인 면을 제외하면 경제적 번영과 물질 문화의 융성 및 군사적 강성함과 국가의 안정을 이룩한 탁월한 왕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예언자들은 당대의 번영만 본 것이 아니라 먼 후대까지 영향을 끼칠 아합의 정신적 영적 해악을 예견하였다. 정신적 자원 없는 물질적 번영은 파멸로 이끌 뿐인 것이다. 그의 최후도 인간적 방법을 동원하여 죽음을 피하려 했지만 하나님의 섭리를 결코 피할 수 없었으며, 엘리야의 예언대로 그가 흘린 피를 개들이 핥게 되었다(왕상 22:29-38).

한세대학교 신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