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은 영원한 길은 ‘예수님’이었습니다”


세계 클래식 무대 뒤로하고 하나님 찬양 선택
세상문화보다 뛰어난 최고의 교회문화 고집

 가스펠 가수 박종호를 수식하는 말들은 많다. 한국의 파바로티, 춤추는 테너, 노래하는 거인 등. 이런 수식어들은 그가 크리스천들 뿐 아니라 대중들의 관심 안에 있음을 반증하는 말들일 것이다. 그가 가진 독특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와 탁월한 가창력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그의 노래에 빠져들게 만든다.
 서울음대 출신의 촉망받던 테너에서 세계 클래식 무대로의 야심을 접고 가스펠을 선택한 그를 지난 19일 목동의 한 공원에서 만났다. 최근 3년 6개월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열 한 번째 앨범 ‘바닥에 새긴 사랑’을 들고 돌아온 박종호 씨는 요즘 국민일보와 함께 전국순회 콘서트를 갖고 있어 여간 바쁘지 않았다. 그를 만나기 위해 들른 그의 사무실 게시판에는 콘서트를 앞두고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 계획이 빼곡하게 적혀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그의 말이 실감났다. 눈에 띄는 것은 그와 인터뷰 약속을 한 매체들이 교계 또는 교회소식을 담고 있는 본지와 같은 신문이 아닌 중앙일간지들이라는 것이었다. 왜일까? 그건 다양한 소식을 전하기 위한 매체 본연의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중앙일간지에서도 다룰 만한 거리가 되기에 그렇다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이는  찬양사역에 대한 박종호 씨의 고민과 열정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물건 하나를 사도 편리를 위해서 최선의 것을 찾으면서 하나님을 표현하는 데 차선을 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교회문화를 세상문화와 견줄 만한 것으로 만들자’는 말에 대해서도 그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상문화와 비슷하다면 차라리 세상문화를 즐기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한다. 세상의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하지 못할 정도의 최고의 문화, 그런 찬양사역과 교회문화를 만들고 싶단다. 이는 말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무대는 언제나 하나님께 가장 좋은 것으로 드리기 위해 꾸며진다. 때문에 그의 공연에 대한 반향은 큰 파장을 남긴다.
 ‘박종호 씨는 서울대에서도 노래를 잘 부르셨다는데 아니 어떡하다가 이런 길로 접어들게 되셨습니까?’ 이런 류의 질문은 많이 받아봤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면 화가 나 아예 그의 책 ‘나는 박종호입니다(국민일보 출간)’에 소상히(?) 적어놨다고 한다. 옮겨 보면 그 또한 세계적인 대가가 되기를 꿈꿨다. 그러나 예수님을 모르는 세계 대가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세계 대가가 돼 예수님을 전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의 소리는 이미 그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기에 이 길에 대한 선택은 하나님의 강권적인 인도하심이었다.
 덧붙여 그는 자신이 걸어 온 인생에 대해 인간적인 고뇌가 묻어나는 말도 했다. “눈에 보이는 무수한 길 때문에 헤맬 때도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가려하는 길이 내 앞에도 있었죠. 그러나 내가 찾기 원하는 건 길이 아니라 영원한 삶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만나야 할 그분이었습니다. 안개로 덮힌 들을 지나며 산을 넘으며 스스로 길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면서도 끊임없이 걸어 온 시간. 어느 날 안개가 걷히기 시작할 때 희미하게 보이는 길. 뒤를 돌아보면 한 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이 나의 길을 나는 줄곧 걷고 있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길은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20년 가까이 찬양사역을 하면서 사역의 굴레 또한 있었다. 그 하나가 문화에 대한 보수적이고 이원론적인 교회의 자세였다. 그의 눈에 비친 교회는 ‘찬양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음악의 정의를 내리기 원해 획일화된 음악을 원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경향 때문에 교회음악은 세상음악과 구분되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가사는 다를 수 있지만 음악의 종류에는 제한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클래식한 음악이 가장 수준 있고 교회음악에 가장 적합한 것이라는 선입견에 부딪히지만, 클래식음악을 하는 사람은 클래식으로, 록을 하다 예수님을 만났으면 록으로, 힙합을 하다 하나님을 만났으면 힙합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게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그의 말은 그의 콘서트장을 찾으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박종호 씨의 표현을 빌어 ‘신나게 노는 곳’이 바로 공연장이다. 랩, 레게, 힙합, 재즈, 록 등 대중적 요소를 가미한 가스펠에 맞춰 거구를 이끌고 참석자들과 함께 신나게 뛰고 즐기는 그를 보면 놀라운(?) 한편 재밌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2000년 2월 12일에는 뇌졸중으로 쓰러지기도 했지만 이때 중보기도의 위력을 체험했다. 체질상 땀을 많이 흘리는 그였기에 2월의 추운 겨울에도 보일러를 끄고 잠을 잤다. 이로 인해 ‘일시적인 뇌출혈 증상’이 나타났고,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돼 시신경을 다쳤다. 구급차에 실려가던 때 한국에서 처남으로부터 안부전화가 왔다. 그때 아들 찬영이가 다급한 상황을 전했다. 그날이 마침 주일 오전이었다. 처남은 다시 목사님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목사님은 ‘박종호 성가사가 위독하다’는 내용을 매 예배 때마다 성도들에게 알리며 기도를 부탁했다. 기도의 결과는 분명하게 나타났다.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그 사랑으로, 그 기도의 축복으로 내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도 기도 중에 나를 기억해 주시는 모든 분들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 그는 바쁜 사역 때문에 하나님이 주시는 여유로움을 잊을까 염려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약한 자에게 더욱 깊은 하나님의 은혜를 채워주실 것을 기대하며 걷는다. 고난이 그에게 주었던 은혜를 기억하며 하나님을 향해 떠나는 길을 언제나 걷고 싶단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글/박재형 기자 jhpark@fgtv.or.kr
사진/김용두 기자 ydkim@fg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