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권사(금천대교구)
12년간 몸속에 있던 혹, 주의 은혜로 고침받아
12년 동안 뱃속에 자리잡고 있던 혹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의사들조차 의아해한 기적 같은 일이 한달 전 나에게 일어났다.
뱃속에 혹이 발견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2년 전. 며칠동안 계속해서 몸이 나른하고 기력이 없어 병원을 찾은 나는 X-ray촬영과 피검사를 하고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뱃속에 주먹만한 혹이 있다는 것이었다. 의사는 “아랫배 왼쪽 부근에 혹이 자리잡고 있는데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면서 수술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나는 ‘수술’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 내가 그토록 ‘수술’을 겁내는 까닭은 생사를 넘나드는 큰 수술을 받은 기억 때문이었다.
막내아이를 출산할 당시 나는 전치태반으로 인해 제왕절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전치태반은 태반이 자궁경부에 부착되어서 자궁구를 덮고 있는 것을 말하는데, 통증은 없지만 외부출혈을 동반하기 때문에 심할 경우에는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해진다. 내 경우는 출혈이 몹시 심했다. 다행이 아이는 제왕절개로 꺼냈지만 나는 사경을 헤매야 했다. 수술 도중 3시간반 동안이나 심장맥박이 끊어져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었고, 수술 후에도 3일 동안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했으니 그야말로 난산(難産) 중에 난산이었다.
그런데 또 수술을 하라고 하니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무서운 생각만 들었다. 어찌됐든 수술은 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좀더 큰 병원에 가보겠다며 소견서를 받아들고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그 끔찍한 경험을 또 해야 한단 말인가? 혹시라도 잘못되면 아직 어린 자녀들은 어쩌고, 남편 내조는 누가 하지?’ 내 몸도 몸이지만 가족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가족들을 핑계 삼아서라도 수술을 피하고 싶었던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나는 뱃속에 혹이 있음을 알고서도 참고 견디기로 했다.
그일이 있은 후에도 몇년에 한번씩 병원에 가보긴 했지만 수술을 하지는 않았다. 만나는 의사마다 하는 말은 똑같았다. 빠른 시일 내에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 어느 의사는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며 혼내기까지 했지만 수술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수술을 하지 않고 견디는 데에는 상당한 고통이 뒤따랐다. 배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이고, 숨을 쉬기도 벅찼다. 항상 힘이 없었던 탓에 남들이 보기에도 몸이 성치 않음을 한눈에 알아볼 정도였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교회 봉사를 열심히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체력이 받쳐 주질 않으니 조금만 무리를 해도 쉽게 피곤해지기 일쑤였고, 건강이 안좋다는 이유로 점점 봉사에 소홀해져 갔다.
그런데 몇달 전 내 신앙생활에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주일예배 중 조용기 목사님이 ‘여호와를 기뻐하라, 저가 네 소원을 들어주리라’라는 메시지를 선포하셨는데 그 말씀이 강하게 내 마음에 와닿았던 것이다. 처음 듣는 성경구절도 아닌데 그날따라 그 말씀이 잊혀지질 않고 마치 언약의 말씀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 새벽기도를 드리기 시작했고 3일 금식기도도 했다. 내 입술에서는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라는 고백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신앙 회복의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 9월 말,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사실 이번에는 수술을 할 마음을 먹고 병원을 찾은 것이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커지니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검사결과는 10월 2일에 나오기로 되어 있었고, 마침 그 전날인 1일이 우리교구의 기도처 입당 1주년 기념예배가 있는 날이었다. 담대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아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혹이 흔적도 없이 깨끗이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피도 맑아져 몸은 더 건강해졌고 의사는 기적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와 남편 역시 너무 놀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니 그 언약대로 내 소원을 이루어주신 것이다.
이제는 더이상 피곤하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는다. 새벽마다 기도처에 나가 청소를 할 정도로 건강해졌으니 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가. 선물로 얻은 남은 인생을 열심히 하나님을 섬기며 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