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선율에 복음을 싣고

1976년 경찰 입문, 죽음의 문턱에서 예수 영접
신우회 조직, 경찰 복음화 및 유치장 선교에 최선

최동규 장로(강화경찰서 방범교통과장, 연희성결교회)

 인천 강화경찰서에는 색소폰을 무기(?)로 삼은 경찰관이 있어서 화제다. 방범교통과장 최동규 경감이 그 주인공. 올 여름에는 강화 동막 해수욕장에서 주민들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해 경찰에 대한 이미지를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최동규 경감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을 복음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범적인 크리스천이다. 76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이래 서울 마포경찰서, 영등포경찰서, 서울경찰청 올림픽기획단과 인사교육과, 경찰청 방범국 등 기획부서와 파출소장을 역임했고 2002년 1월 강화서 방범교통과장으로 승진 이곳 강화경찰서로 부임했다.
 30년 가까이 국민의 지팡이로서 활동해 온 최동규 경감의 이력만 봤을 때는 ‘유치장의 색소폰 선교사’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 잘못된 선입관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다소 마른 체격에 조용하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지닌 최 경감은 예술적 재능이 많은 사람이다. 그의 방 한 켠에 의외의 물건인 벼루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전국서화예술대전에 입상까지 한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가장 궁금한 색소폰 연주에 대해 그는 “비중 있는 악기를 다루고 싶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처음 유치장 선교와 전도집회에 초청되었을 때 찬양을 돕기 위해 통기타를 배워서 다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무게도 있으면서 연주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소망이 자꾸 생겼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색소폰이다. 일반 사람에 비해 쉽지 않은 배움의 길이었다. 사실 최 경감은 지난 97년 대수술을 받았다. 따라서 배우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섣불리 시작할 수 없는 일이라 일단 담당의사를 만났다. 담당의사로부터 폐활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격려까지 받고 나자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최 경감은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 끝에 지금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색소폰을 배운 지 3년, 이제는 최 경감과 떨어질 수 없는 분신이 되어 버렸다. 찬송가 364장과 405장, ‘어머니 마음’을 가장 많이 연주하고 있는데 이는 사람들의 귀에 익숙할 뿐더러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주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되어 눈물을 훔치기에 바쁘다고 한다. 특히 그가 찾아다니는 경찰서 유치장에서의 연주는 금방 눈물바다를 이룬다고.
 겉모습과는 달리 큰 수술을 받고 건강치 않은 몸으로 지난 10년 동안 경찰서 유치장과 영등포역 주변 노숙자, 쪽방 사람들, 알코올 중독자, 샘터마을 및 강화 은혜의 집, 엘림의집, 서문교회 치매 및 중풍노인들과 같이 소외된 이웃을 찾아 위로하며 봉사하며 복음을 전하고 있는 최 경감의 사역은 1987년도로 올라간다.
 그전까지 최 경감은 지극히 세상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온 가족이 교회에 나가 저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 때 술을 벗삼아 기뻐도 마시고 슬퍼도 마시며 술로부터 위로를 받고자 했습니다. 그러니 건강이 좋을 리 없었습니다. 결국 1987년 11월 올림픽기획단에서 근무하면서 피로를 견디지 못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4일 동안이나 혼수상태였던 최 경감의 병명은 ‘급성출혈성 췌장염’. 과음이 원인이었다. 그는 그때를 회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고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병원에서는 가족들에게 장례 준비를 권유했더랍니다. 얼마나 절박한 상황이었겠습니까. 제 나이 서른일곱이었습니다”
 가족들은 하나님께서 살려주실 거라는 믿음에 매달렸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가장이요, 남편이요, 아버지였다. 가족들의 눈물어린 간절한 기도는 그의 생애에 첫 기적을 만들었다. 4일 후 의식을 회복한 것이 첫 번째 기적이었고 눈을 뜬 최 경감 앞에 제일 먼저 들어온 성경책이 두 번째 기적이었다. 그리고 끔찍한 통증으로 고통받을 때 하나님께 매달린 것이 세 번째 기적이었다. 그때 그는 거듭남의 체험을 했다.
 “가족들의 마음을 그제서야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제 목숨을 살려주신다면 당신의 뜻을 전하겠다고 얼마나 부르짖었는지 모릅니다. 여러차례 기적을 겪으며 하나님께서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3개월 후 기적적으로 퇴원하고 가족과의 약속, 자신과의 약속, 하나님께 드린 약속을 지켜나갔다. 교회에 등록하고 제자훈련과 전도훈련을 받고 가는 임지마다 신우회를 조직하고 복음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지금도 덤으로 얻은 인생이라는데 변함이 없다. 1997년에는 급성출혈췌장염이 재발해 췌장 3분의 1을 도려내고 인공췌장기를 달아야 했다.
 “그래서 덤이지요. 두 차례 건강상의 큰 위기를 겪어서인지 저녁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일어날 때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죽음의 고비에서 되찾은 가족의 사랑도 제겐 큰 재산입니다. 무엇보다 구원의 은혜를 받은 것이 제일 큰 감사제목이지요” 
 최 경감은 지난 10월 15일 경찰의 날을 맞아 정부포상인 옥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에서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직기강 점검활동 과정을 통해 반부패 및 우리사회를 빛낸 우수공무원에게 주는 상이다. 최 경감의 성실한 근무자세와 더불어 이웃을 향한 그의 꾸준한 실천이 타 경찰들로부터도 잔잔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증거다.
 앞으로도 최 경감은 색소폰 전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예수님을 믿어야 구원을 얻는데, 그 구원의 복된 소식을 전하는 일에 지체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도 그가 색소폰을 들고 나서는 이유다.

글/이주희 기자 jhlee@fgtv.or.kr
사진/김용두 기자 ydkim@fg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