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을 악으로 갚으려는 자 |
박원탁 장로(논설위원, 덕성여대 정치학 교수)
24년 전 일본 해변에서 산책하던 한 여고생이 북한의 공작원에 의하여 북한으로 강제 납치되었다. 그리고 납치되었던 남녀 여러 명과 함께 수십년 만에 일본으로 잠시 귀국했다. 공항에 마중 나온 언니와 비행기에서 내리는 동생은 마치 모녀의 상봉처럼 동생이 늙어 보였다. 그후 기자가 그녀에게 24년 동안 북한에서 무엇이 가장 고통스러웠고, 무엇이 가장 행복했으며, 지금의 심정으로 소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1997년에서 98년 사이 식량위기 때에 배가 너무 고파 죽을 것 같은 고통”이라고 말했다. 행복한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어서 그녀의 소망은 “일본의 여권을 갖고 싶고 평양에 있는 아이들을 일본으로 데리고 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자가 다시 지금 어떤 음식이 먹고 싶으냐고 묻자 그녀는 서슴지 않고 생선초밥이라고 답했다. 북한에서 생선초밥을 몇 번 먹었느냐고 물으니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고 했다.
1997년에서 98년이면 IMF 때문에 우리도 경제적으로 대단히 고통을 받고 있었던 때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며(잠 3:27)”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해 우리나라는 북한동포들에게 식량과 물자 그리고 비료 등을 힘에 겹도록 지원해 주었다.
우리에게 25만여 명의 결식아동이 있고, 탑골 공원에 매일 1천여 명의 노인들이 점심식사 때문에 줄을 서고 있음에도 말이다. 소년소녀가장들이 수없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많이 지원해 주었다. 마치 메마른 포도나무에 물을 부어준 것 같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쌀이며 비료며 의약품이며 의류며 심지어 물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가 주는 쌀로 인민군은 군사훈련과 체력훈련에 힘을 모았고, 또 우리가 주는 외화로 군 장비를 현대화했다. 우리가 식량만을 줄 때는 북한의 잠수함 등이 강릉 앞바다에 들어와 어망에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금강산을 통해 현금을 주고 나서부터 그들은 우리해군의 경비정을 서해에서 침몰시킬 정도로 현대화되었다. 북한이 1997년부터 식량부족 현상을 가졌던 것은 군 장비 개선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뒤부터다. 연이어 98년부터는 핵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이같은 현상은 마치 1980년대 말에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되는 과정의 징후들과 너무나 흡사하다. 90년대 초에 소련은 ‘종교는 아편’이라고 주장했던 레닌의 동상을 땅에 떨어뜨리며 두 동강을 냈다.
그후에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기 시작했고 교회의 십자가를 볼 수 있게 되자 그들은 한국의 경제적 지원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북한정부는 이제껏 우리정부나 국민에게 그토록 많은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도 감사하다는 말을 한적이 없다. 안타까움이 큰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소망한다. 소련의 모습처럼 하루속히 북한도 변화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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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10.25. am 10:35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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