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우 목사 (송파성전 담임)

얼마전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사상 최악의 결과였다. 기독교인은 이런 자연재해로 겪는 ‘엄청난 결과’에 대해 민감해야 한다. 욥이 환난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의 메시지를 알고자 고민했던 것처럼 말이다.
 가끔 우리의 기쁨과 감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비교’에서 오는 것이라면 그것은 너무 쉽게 싫증이 날 것이다. ‘소유’나 ‘위치의 힘’에서 오는 것이라면 그것 역시 길지 못할 것이다. 달이 차면 반드시 기울기 마련이고, 해는 떠서 반대편으로 지기 때문이다. 물론 ‘쟁취’에서 오는 것도 아닐 것이다. 성취의 잔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과정이 떠올라 눈물이 눈가에 맺혀 어른거릴 것이고, 애써 마음을 다잡아 보려고 해봐야 그간의 졸인 가슴이 아파올 테니 말이다.
 결국 우리의 기쁨과 감사는 우리의 여건이나 상태가 아니라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우리의 마음에서 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음식을 맛있게 만들기 전에 그 음식을 맛있게 먹을 만한 건강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환자에게 산해진미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직책이 목사이다 보니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비록 수십년은 못되도 목회지에서 시간을 두고 보아온 사람들은 꽤 된다. 그런데 한가지 말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일년 또는 수년 동안 불평하는 사람은 계속 불평만 하고, 감사하는 사람은 계속 감사만 하더라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입만 열면 다른 사람은 다 나쁜 사람이라고 한다.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법인데…. 그래서인지 칭찬할 줄 아는 사람은 무조건 괜찮은 인물이라고 보아도 괜찮을 듯 싶다.
 삶의 기쁨과 의미란 결국 성령님을 마음에 모시고 각자가 찾는 것이다. 누가 갖다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신 찾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민하고, 아파하고, 기도하고, 몸부림치고, 금식하고, 철야하다가 끝내 지쳐 한숨 돌리고 나면 얼마전보다 훨씬 커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좀 커져서 눈을 뜨면 안보이던 것도 보이게 되고, 마음도 도타워지고, 가야할 길도 보이고, 슬며시 감사의 마음도 드는 것이다.
 그런데 어디 이런 과정이 우리 힘으로 되는가. 좌절할 기회도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고, 일어날 힘도 주님이 주시는 것이고, 깨닫는 순간도 성령께서 주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우리의 기쁨과 감사를 소유키 위해서는 결국 성령님의 능력을 힘입어야 한다. 성령의 능력을 힘입기 전까지는 감사의 심정도 들지 않으려니와, 든다고 해도 잠깐이고 또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감사란 내 부족에도 불구하고 베푸셨구나 하는 심정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해로 좌절하고 있는 우리 이웃들 모습이 연일 TV에 비춰지고 있다. 밀려온 토사만큼이나 그들의 상처도 크다. 이런 이웃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선한 사마리아인이 베풀었던 사랑과 물질적 도움일 것이다. 수해복구를 위한 자원봉사자들은 부디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부디 하나님의 위로하심이 수해로 고통받는 분들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