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두고 역사하시는 하나님

극한 역경 중에도 불퇴전의 기도, 새로운 장막 얻어

 나는 3대째 신앙생활을 하는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다니긴 했지만 솔직히 성령체험이나 기적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1년 전 나에게 일어난 기적과도 같은 일은 내 사고방식을 한순간에 바꿔버리고 말았다.
 이제껏 나는 스스로를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면서 살아왔다. 이것이 교만에서 싹튼 생각인 줄도 모르고 항상 내 행위와 의를 내세우다 보니 자연히 하나님의 은혜는 체험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 정직과 성실을 의지한 채 아둥바둥 살아온 나는 여러번 사기를 당하기 일쑤였고, 궁여지책으로 빚을 얻어 개업한 미용실도 4년만에 망하고 말았다. 결국 우리 가정은 어쩔 수 없이 전세집을 나와 월세로 옮기게 되었다. 이 일을 겪으면서 나는 급속도로 심신이 약해졌고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서 지내야만 했다. 월세로 옮기고 나서 2년 정도 지났을 무렵인 작년 가을, 빚을 갚느라 생활이 여의치 않았던 우리집은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하고 보증금마저 까먹고 있는 형편이었다. 급기야 참다 못한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해왔고 오갈 데 없는 우리 식구는 앞이 캄캄해졌다. 남편의 사업은 계속 부진을 면치 못했고, 나 역시 갑상선종을 앓느라 몸무게가 17kg이나 빠져 몸이 성치 못했으니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언제 길거리로 쫓겨날지 알 수 없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시간이 지나고 있을 때, 우연히 길을 지나다가 분양을 기다리고 있는 고급빌라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빌라를 보는 순간 몇개월 전에 꾸었던 꿈이 생각났다. ‘이렇게 생긴 집으로 이사가는 꿈을 꿨었는데…’ 집으로 돌아와서 남편에게 꿈 얘기를 해주자, 남편은 지금 가지고 있는 전 재산 50만원을 당장 계약금으로 걸어놓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오늘부터 기도제단을 쌓겠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말을 들은 나는 황당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나와 달리 남편은 순복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기적을 믿는 건지는 몰라도 내가 볼 때는 무모한 행동처럼 보일 뿐이었다. ‘당장 먹고살 일도 막막한 판에 그나마 있는 돈을 계약금으로 걸자니…. 그 돈마저 날리고 나면 도대체 어쩌려고 저러는가’ 남편의 제의를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해 버리고 싶었지만 나도 모르게 남편의 뜻을 따라가고 있었다.
 50만원을 빌라 계약금으로 걸어놓고 그야말로 목숨을 건 기도에 들어갔다. 성치 못한 몸에 기운도 없어 기도는 쉽지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도밖에 없었다. ‘하나님, 장막을 허락해 주십시오. 과거에는 하나님의 기적이 내 맘에 와닿지 않았지만 이제는 믿습니다. 정말 체험하고 싶습니다’ 밤마다 남편과 함께 눈물로 부르짖었다. 내 행위의 정직과 성실만을 내세우면서 하나님 앞에서도 인정받으려 했던 어리석음을 깊이 회개했다.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은 나의 믿음이며, 그분의 은혜를 구하는 겸손함이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우리 식구는 결국 월세집에서 쫓겨나 시댁에 얹혀사는 신세가 되었다. 컨테이너를 빌려 짐을 실어놓고 몸만 들어가서 지내게 되었는데, 시부모님께는 이사갈 집이 아직 안 비워져서 며칠만 머무르겠다고 둘러댔다. 갈수록 어두움이 짙어져가는 듯 했지만 남편과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더욱 기도에 매달렸다. ‘이 어두움을 통과하고 나면 반드시 터널의 끝이 보이리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품고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결코 우리의 부르짖음을 외면하지 않으셨다. 남편의 사업을 통해 역사하실 것이라고는 어느정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남편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계약이 성사된 덕분에 1억원이라는 큰돈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내게도 이런 기적이 일어나는구나!’ 기쁨과 감사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시댁에 얹혀산 지 15일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2001년 11월, 드디어 우리 식구는 꿈에 보았던 바로 그 42평짜리 고급빌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요즘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기쁨은 비로소 순복음 신앙의 참맛을 느낀 데에서 비롯됐다. 앞으로도 나에게 기도의 능력을 가르쳐준 순복음 신앙을 소중히 지켜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