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구 장로 (성북성전)

“왜 나사로가 되어 누워 있습니까?”

당회장 조용기 목사님께서 병실에 들어오시면서 나에게 하신 말씀이다. 그리고 치료를 위한 간절한 안수기도와 위로의 말씀을 주시고 돌아가셨다.
‘아! 이제 나는 살 수 있겠구나!’

죽은 지 나흘이 지난 나사로를 살리신 주님, 모두들 가망 없다며 고개를 돌렸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 전해주신 목사님의 말씀 한마디에 나는 다시 용기가 솟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도 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주변 상황은 너무나 긴박했다.

작년 5월 금강산 기도회에 참석했다 갑판에서 오른쪽 발목 골절상을 입었다. 응급처치 후 동해항에 도착하자마자 서울로 후송되었고 수술과 3개월간의 치료가 잘 되어 퇴원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기가 들고 고열과 함께 심한 육체적 고통이 뒤따랐다. 배변이 막히고 장 속에 무언가 뭉쳐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의사들은 감기 처방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심한 고통가운데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오후 수술을 받았다. 애초 예상되었던 복막염이 아니라 장궤사였다. 대장을 42센티미터 가량 절단하기로 하고 다시 수술을 받았다.

그때가 8월 13일,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날이다. 치료하던 주치의가 배를 잘못 눌러 수술 부위가 터진 것이다. 당황한 기색을 보인 의사는 곧 여름휴가를 받는다며 원장에게 직접 치료를 권했다. 원장에게 인계된 나는 다른 환자가 있는 수술실 한켠에서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수술을 받았다.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아 수술부위는 말도 못할 아픔이 계속되었다. 소리를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내 손과 발을 붙든 사람들은 감정 없는 기계처럼 그저 나를 누를 뿐이었다. 고무호스를 환부에 꽂아놓고 수술부위를 봉합하기까지 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아내가 남선교회 보호실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병원측과의 실랑이 끝에 성북성전에 다니던 장로님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서 나는 예수님의 고통이 생각났다. 살아있는 채로 십자가 형을 받으신 예수님, 그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을까하는 마음 뿐 이었다. 혈압과 체온이 위험수위로 오르내렸다. 새로 옮겨진 병원에서 물 한모금 못 넘기며 2달을 보냈다.

9월 9일 주일 당회장 목사님께서 심방을 오셔서 내게 큰 소망을 주시고 가셨다. 하지만 악한 마귀는 최후의 일격을 멈추지 않았다. 장 파열로 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다. 수술 전 의사는 “저는 하나님을 믿지 않지만 강순구님이 믿는 하나님께 기적이 일어나도록 간절히 기도하세요. 저도 제 실력을 최대한 동원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수술 결과는 최악이었다고 한다. 아내의 울부짖는 기도소리, 보호실 집사님들이 매주 가져오는 목사님의 설교테이프, 찬양테이프 만을 계속 듣고 있었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른다. 다만 목사님 설교 중 병 낫기를 위하여 기도하기 전에 뒤에서 역사하는 사단의 세력을 예수님 이름으로 물리치고 십자가 보혈을 의지하며 승리하라는 말씀이 귀에 쏙 들어왔다.

우리 가족은 기도의 방향과 폭을 넓혀 나갔다. 간절한 기도는 우리 가족만이 아니었다. 남선교회 회장단과 임회원들이 릴레이 금식기도에 들어갔고 보호실원들과 성북성전 전 교역자와 성도들, 심지어 내 소식을 전해들은 성동성전 성도들까지 예배 때마다 중보기도를 쉬지 않았다. 종암교구 이경인 전도사님과 셀리더, 셀원들은 매일 우리집에 모여 아침금식 21일 다니엘 기도의 제단을 쌓았다.

하나님의 기적의 손길이 임하기 시작했다. 터졌던 소장이 봉합되고 물과 미음까지 먹게 됐다. 10월 3일 부축을 받아 걸어보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날이 교구 다니엘기도회 마지막 날이었다.

10월 23일 5개월 만에 병원문을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시편기자가 119편 71절에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라고 했다. 나 역시 같은 심정이다. 그래서 원수까지도 사랑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만든 이들에 대한 원망도 남김없이 떨칠 수 있었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믿음의 형제들을 많이 얻었다. 형제 없는 나를 아들처럼, 동생처럼 돌봐주신 정규태 장로님을 비롯해 남선교회와 성북성전 전 교역자님과 성도님들의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