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 목사 (국제신학연구원장)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의 증거이다(히 11:1). 바라는 것이란 아직 생겨나지 않은 것이다. 실상이란 어떤 사물의 받침대란 뜻이다.

그 사물을 뒷받침해주는 것으로서 이러한 실상이 없으면 그 사물은 아예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믿음이란 보이는 어떤 사물에 앞서 있는 것으로써 그 사물을 태동시키는 원동력이다. 믿음은 또한 하나의 가능태로 작용한다. 모든 사물은 현실의 모습을 드러내주는 현실태와 그 사물이 향후 변하여 나타나게 될 가능태로 구성되어 있다. 대추나무 씨앗을 예로 들어보자. 보이는 대추나무 씨앗의 모습은 현실태다. 그러나 이 씨앗 속에는 대추나무가 보이지는 않지만 가능태로 들어있다. 그러므로 대추나무 씨앗을 심으면 씨앗 속에 가능태로 들어있던 대추나무가 향후 현실태로 나타나게 된다. 믿음도 씨앗과 같다. 믿음을 심게 되면 가능태에 머물어 있던 응답이 때가 되어서는 보이는 현실태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믿음은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가 된다. 성령께서 주시는 꿈과 환상은 바로 이러한 가능태이다.

믿음의 대상은 하나님이시오 하나님의 일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사역을 믿는다. 하나님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셔서 일을 이루시는 분이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신다는 것은 우리 사람 편에서 보면 항상 ‘이미 이루어져 있음’이다. 구원의 영역에서는 ‘이미 이루어져 있음’이 창세 전에 우리를 택하신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엡 6:3-6). 믿음이란 가능태를 바라보고 이를 ‘이미 이루어져 있음’ 즉 현실태로 기정 사실화하는 것이다. 믿음에 있어서 바라봄의 법칙이란 이러한 상태를 의미한다.

믿음은 감각과 이성을 초월하는 신비의 차원을 담고 있다. 믿음의 신비란 모호한 것이 아니라 감각적인 느낌이나 이성적인 판단보다도 더욱 확실한 것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는 것이다. 믿음의 신비는 이성적 지식의 어떤 앎이 아니라 직관적인 깨달음 내지는 확신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러한 확신 속에서 ‘하나님의 살아 계심’, ‘양심의 존재와 역할’, ‘세상의 운영 이치’등이 감각이나 이성이 파악하는 것보다도 더욱 높은 차원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하나님의 성령께서는 하나님의 깊은 것이라도 능히 통달하시며 사람들이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마음으로도 생각지 못한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신다고 했다(고전 2:9-10).

믿음은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지 않다. 믿음은 사랑으로 완성되어져야 한다. 성경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는 할례나 무할례가 효력이 없되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 뿐이라”(갈 5:6)고 기록하고 있다. 사랑으로 완성되지 않는 믿음은 귀신들의 믿음이 될 수도 있다. 귀신들도 믿고 떨기 때문이다(약 2:19). 사랑이 없는 믿음은 특정 이데올로기나 종교적인 신념으로 전락할 수 있다. 믿음은 사랑으로 완성되어져야하는 까닭에 하나님을 이용하기 위해서 하나님을 믿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하나님을 믿을 때 우리는 순수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면서 믿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