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희 권사(구로대교구)

지난해 11월 27일은 구로대교구 성령대망회가 있던 날이다.그날 참석한 교구 식구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 역시 믿지 못한 일이였으니 주변 사람들의 놀라움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놀라움이 가시자 내가 왜 이곳에 멀쩡히 있는지 물었다. 그래서 나는 벅차오르는 감동에 빠져 단숨에 간증을 했다.

3년전 갑자기 찾아온 심장병으로 난 일상의 모든 것이 바뀌고 말았다. 심장혈관 수술도 세차례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심해지면 가슴에 뻐근한 통증이 찾아왔고 이내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계단 5개를 오를 수 없었고 2미터를 걸으면 잠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세 번째 수술 때는 119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갈 정도였다. 그러니 일상적인 생활은 이제 꿈조차 꿀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가슴을 절개하는 수술을 제안했다. 아니 꼭 받아야 한다고 했다. 완치될 확률도 적었다. 수술비의 상당부분은 우리 교회에서 도움을 받았다. 이제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날짜만 기다릴 뿐이었다.

막상 수술날짜를 받고보니 그동안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심신의 고통속에서도 믿음으로 하나님께 의지했고 전도사님과 선임 셀 리더, 그리고 여러 교구 식구들의 기도가운데 나는 최종적으로 기도동산에 올라가 하나님께 기도드릴 것을 결심했다.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작정 기도를 드리기로 마음먹고 기도원에 갔다. 교단에서 은퇴하고 남편만 의지하고 살아온 세월이었다. 나이 많은 내가 그렇게 많은 물질을 쓰는 것이 안타까웠다. 젊은이들을 위해 이 물질이 돌아가기를 기도드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고쳐달라는 간곡한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사랑의 집 숙소에서 나는 불빛도 없고 시계도 없는 상황에서 찬송 184장만을 조용히 불렀다. 몇 십 번을 드렸을까.

방언기도를 드리면서 예수님의 손이 내 몸에 임해달라며 심장을 중심으로 가슴주변을 세번 정도 문지르는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 뛰어봐!’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갑자기 힘이 솟는 듯 했다. 줄넘기 하듯 몇 번을 제자리 뛰기를 했다.

그것도 모자라 밖에 나와 엘리야 고지까지 힘껏 달려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아무런 고통이 없었다. 다음날 아침 기도원 주변을 돌았지만 역시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치료해주신 것이 틀림없었다.

내려와서 병원에 간 나는 병이 나았다고 확신을 했다. 병원에서는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예정대로 입원하라고 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검사를 시작했다. 정밀검사 마지막날인 11월 24일 최종 검사결과가 나왔다. 처음 심장병 때문에 검진 받았을 때 심장 모양이 기형적인데다가 작은 돌이 혈관을 누르고 있다고 했는데 그 돌이 보이지 않았다. 아주 작고 섬세한 알갱이만이 남아있었고 심장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믿음대로 수술받을 필요도 없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며 나중에라도 통증이 있으면 다시 수술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기도원에서의 그때 그순간 그 돌을 없애 주신 것을. 그래서 나는 건강한 모습으로 11월 27일 기도원 성령대망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이를 들은 성도들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었다.

오랜기간 신앙생활을 했지만 나와는 상관없어 보였던 치유의 역사가 지금 내게 일어났다. 이제 새로주신 생명에 보답하는 길만이 남았다. 작지만 수술비의 일부를 하나님께 바치면서 중보기도해주신 전도사님과 선임셀리더 그리고 전교구 식구들에게도 감사를 드렸다. 또 교구에서 맡겨주신 총무직책도 아멘으로 받았다.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충성할 것을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