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국어사용 지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국어사용능력 등에 관한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고·대학생 및 성인 8백69명을 대상으로 ‘어문 규범 능력검사’를 한 결과 대상자들의 평균점수는 29∼34점(만점 100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6년 전(1995년)비슷한 문제로 측정했을 때의 평균 50∼55점보다 40% 이상(20점 정도)이 떨어지는 것이다. 특히 점수가 낮은 분야는 맞춤법으로 ‘연도’와 ‘년도’, ‘맞추다’와 ‘맞히다’,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를 혼동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중·고·대학생 및 성인 7백99명을 대상으로 한 ‘모국어선호도 조사’에서는 ‘국어가 어렵다’(37%)고 응답한 사람이 ‘쉽다’(33%)고 한 사람보다 더 많았다. ‘국어를 좋아한다’는 응답자는 67%로 비교적 높았으나, ‘싫어한다’는 사람도 5.7%나 됐다. 이 같은 현상은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력 저하와 젊은이들의 국어 경시 풍조 때문인 것으로 조사 주체는 풀이했다. 한편 국제적인 의사소통에 필수적인 언어를 묻는 질문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순으로 응답해 영어를 첫 번째로 꼽았다. 이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앞서 기술한 국어사용능력의 저하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말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갖지 않고, ‘국제화’와 ‘세계화’ 그리고 이에 따른 ‘외국어 공부의 중요성’만을 말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어는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의 모든 요소를 총체적으로 어우르는 것이기에 그렇다.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 특히 ‘선교’를 위해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의 능숙한 사용은 필수적이지만, 그에 앞서 꼭 필요한 것이 우리말의 바른 이해와 사용이다. 왜냐하면 언어는 개인의 사고체계와 연관돼 정체성을 부여하며, 정체성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정짓기에 삶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게 하기에 말이다. 국어의 중요성이야 이 글에서 굳이 강조할 필요 없겠지만, 이를 빌어 말하고 싶은 것이 기본과 우리 것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튼튼한 토대와 기반 없이 세워진 건물의 위태함은 두말 할 나위 없을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만든 각종 게이트들과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엔론의 파산은 이를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은 비단 사회에 대한 요구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도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자. 그래서 이 한 해는 세상의 소금으로 그리고 빛으로 우리의 역량을 발휘하며 우리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껏 자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