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름 휴가철도 고비를 넘어서고 있다. 좁은 국토에 사람은 많고 갈 데는 없다보니 휴가길이 고생길이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평소보다 몇 배나 더 걸리는 고속도로, 모래사장과 바닷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몰려든 인파, 잠자고 먹고 노는 곳마다 짜증나게 하는 바가지 요금 등에 치여 휴가를 끝내고 돌아오면 오히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가의 당위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문구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리스도인들도 당연히 휴가를 떠나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회마다 예배 출석률을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과연 우리,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휴가란 무엇인가? 휴가 자체보다 휴가 철학(vacation philosophy)이 분명해야 휴가의 유익이 확실해질 것이다.
 첫째, 휴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즉 제대로 살고 있는지, 바르게 가고 있는지, 귀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지 않는지 점검하고 반성하는 기회인 것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몸과 마음이 조화되지 못한 것을 교정해야 한다. 가정적으로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영적으로 주님과 올바른 관계를 가지지 못한 것을 회개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들로, 산으로 바다로, 혹은 기도원으로 떠나는 것이다.
 둘째, 휴가는 새로운 꿈으로 재충전하는 것이다. 불교나 초월종교에서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마음을 깨끗이 하되 새로운 것으로 채우는 종교이다. 죄악을 비우고 예수님을 채우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과 의식을 비우고 진리와 사랑을 채우는 것이다. 무엇보다 후회와 탄식을 비우고 새로운 꿈과 비전으로 채우는 것이다. 성령이 우리에게 임하시면 “장래 일을 알게 하신다”고 했다. 장래 일을 아는 것, 즉 비전과 꿈을 가지는 것은 최고의 경쟁력이다. 휴가기간 동안 일상의 분주함을 접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하나님과 가까이 하며 새로운 음성을 듣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새롭게 살겠다고, 더 높은 삶의 수준을 추구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야말로 휴가의 최대 이득인 것이다. 휴가를 갔다왔으면 무엇인가 사람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셋째, 휴가는 그냥 즐겁고 행복한 것이다. 비록 휴가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이유없이, 무조건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 진정 그리스도인이라면 남처럼 해외여행을 못 가더라도, 동해안에 갔다오지 못했더라도, 설령 계속 일하고 집에 머물러야 했더라도 어디를 갔다온 사람 못지않게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행위가 아닌 믿음으로 사는 존재이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행복해지기 위해 그 어떤 일도 일어나야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1억원이 있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 1억원이 있으면 내가 행복할 것이다라는 그 믿음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휴가의 유무와 상관없이, 휴가 동안의 각종 경험에 관계없이 우리는 이 뜨거운 여름에 예수님 때문에 더욱더 행복해야 한다. 자기반성과 새로운 꿈과 행복감, 이 세 가지가 없다면 휴가 갔다온 것이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 되고 만다. 지금이라도 이 세 가지를 스스로 소유하기로 결심하고 감사하고 기도하자. 이번 여름이 최상의 계절이 될 것이다.

명성훈 목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