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성공 확률에 임했던 주님의 기적

스트레스성 뇌출혈…수술 후 뇌손상없이 정상적인 삶

 작년 11월 어느 주일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선교회에 나가서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걸 지켜본 선교회원들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급한 대로 우선 의료선교회로 나를 옮겼다.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깨어나긴 했지만 나에게 일어난 일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감기 한번 앓은 적이 없고 특별히 건강에 이상을 느끼지도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집으로 가려다가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큰 병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아간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출혈. 이것이 나에게 내려진 진단 결과였다.
 ‘뇌출혈이라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보통 뇌출혈은 외부충격에 의해서 혈관이 터지는 경우와 고혈압에서 오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고혈압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혈압도 정상이었고, 심한 외부충격을 받은 일도 없었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맞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뚜렷한 원인을 찾기가 어려웠던 터라 병원측에서도 스트레스에 의한 신경성 뇌출혈이라고밖에는 설명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이 일이 마귀의 장난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성경 속의 욥을 떠올리면서 ‘그래도 내 생명을 주관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생명은 하나님께 있다. 지으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거두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다’라고 고백했다.
 머리에 4군데나 구멍을 뚫고 피를 뽑는 수술이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큰 고통이 따랐지만 하나님을 의지하고 견뎌냈다. 1차 수술 후 20일만에 퇴원을 했다가 다시 1주일 뒤에 MRI 촬영을 위해 재입원을 했다. MRI 촬영을 해보니 아직 오른쪽 뇌가 살아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경우 왼쪽 뇌에까지 전이가 되면 뇌사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어 수술이 시급했다. 그래서 2차 수술을 받았지만 오른쪽 뇌는 여전히 살아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두려운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 명씩 죽어나가는 중환자실에 누워있으니 마귀의 영적인 공격이 심했다. 기도가 잘 되질 않아 주기도문을 계속 외우고 성경을 읽었다. 아내와 자녀들도 금식을 선포하고 나의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고 선교회원들과 교구 식구들 역시 기도의 힘을 모아주었다.
 오른쪽 뇌를 살리기 위한 3차 수술을 앞두고 갑자기 뇌압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뇌압이 더 올라가면 수술을 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술은 계획보다 빨리 진행됐다. 오른쪽 뇌의 일부를 절단해서 손상된 안쪽 뇌에 붙이는 수술로, 병원 원장이 직접 집도할 만큼 까다로운 수술이었다. 이런 수술은 신경을 잘못 건드려 장애가 오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수술이 잘되면 회복이 되겠지만 안될 경우 뇌사상태에 빠질 수도 있는 상태였다. 50%의 확률에 하나님의 기적이 임하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약 8시간 동안 진행된 수술 결과는 성공이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은혜가 나에게도 임한 것이다. 수술이 잘되어서 오른쪽 뇌와 왼쪽 뇌 모두 이상이 없었고, 조금의 부작용도 없이 치료가 되었다. 나와 같은 시간에 똑같은 수술을 받은 다른 대학병원의 환자는 수술이 잘못 되어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얘기를 들으니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손길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염려되었던 언어장애나 수족장애 없이 지금은 정상적으로 회복된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마지막 봉합수술까지 4차례에 걸친 수술을 잘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나님, 나의 생명을 주관하시는 그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주위사람들의 눈물어린 기도가 나에게 큰 힘과 사랑을 전해주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은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내 몸을 더욱 아끼고 잘 관리해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하는 인생을 하나님 뜻대로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삶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사는 마음으로 더욱 하나님께 충성하며 내 삶을 드리고 싶다.